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적들은 일단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다 잘되거라는 자기 확신이야말로 모든 일을 잘 풀리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라고 한다.  자석이 쇠를 끌어모으듯, 우리의 마음도 우주 안에서 같은 파장을 가진 온갖 것들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그런 책을 읽을 때는 늘 이제부터는 좋은 생각만하고 하루 하루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막상 이런 저런 불평불만을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 그만!! 

그래서 오늘은 내가 살면서 받은 수많은 고마운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건강한 몸을 가진 것,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기대를 받은 것, 그런대로 조목조목 살펴보면 나름 보기좋은 얼굴을 가진것.. (이건 뭐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내 얼굴이 맘에 든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나자마자 굶주리거나 누군가의 소유물로 팔리거나 다른 누구가를 부양하기 위해 내 삶을 저당잡히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것... 

때맞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 물론 수없이 많은 짜증 나는 일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새로운 나날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주워진다는 것...  

정말 아무 댓가 없이 주워진 공기, 하늘, 땅, 물..  그걸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감각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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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면 세수하고 밥 찾아 먹고 서둘러 출근해서 미친 듯이 일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 시간이고 그 때 인터넷 서핑을 하다, 책 몇 장 넘기다 보면 다시 환자들이 몰려드는 시간... 다시 기계처럼 일하다 보면 하루 해가 저문다. 이렇게 살아온 지가.. 참 오래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장기하의 노래 중에 [별 일 없이 산다]는 게 있었다. 처음 들을 때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재의 내 모습이 그들의 노래와 겹쳐 보였으니까.  그런데, 88세대, 현재의 기성 세대에 편입되지 못한 경계역의 젊은이의 방황과 슬픔과 소외를 노래한다는 평을 받는 장기하의 노래들이 기성 세대에 완전 편입된 (?) 40대에 막 접어드는 나의 정서와 같음을 느끼는 게 정상적인 걸까?? 

난 예전에 한 사십이 되면 인생에서 어려운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모든 게 다 술술 풀릴 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인생의 절정을 지나 원숙미를 풍기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여전히  서툴고 모든 게 어렵다.  

서툰 것에 대해, 어려운 것에 대해 둔감해지는 법은 배웠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티 나지는 않는데, 혼자 고요히 있다보면, 스스로 나는 무얼하면서 사는 건지, 난 왜 이런 모습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말로는 혼자 조용히 책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때로는 내가 진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읽는지 진짜 나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조용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갈피들을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과 느낌에 귀를 기울여 보았을 때,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진짜 나자신과 대면할 용기가 없기에, 가급적 다른 많은 일들을 만들고 꾸민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텔레비젼을 보거나, 뜨게질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실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위안을 만드는 건 아닌지?? 

요즈음 내가 읽는 자기 계발 서적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느끼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문제에 골몰해 있기에 다른 사람의 내면의 진심을 알아차릴 만큼 타인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이 없고 그러므로 그 사람 자신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그 판단 그대로를 대부분 수용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밝은 사람,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 따뜻하고 여유 있는 사람 (실제의 그의 모습이 그런지 아닌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가 접하는 동안 그렇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또 생각의 힘이란 게 너무 절대적이여서 우리 누구도 자신의 생각 이상의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만큼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그렇다. 하루 하루 문제 없이 살고는 있는데, 물론 더 나은 모습의 사람으로 발전하면서 살고도 싶은데, 어디로 향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삶은 여전히 막막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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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꽃지에서
 

꽃이 지는 곳이라고 해서 꽃지해변이란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해가 뜨는 장면인지 해가 지는 장면인지 나는 잘 구별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가 본 건 서해를 조금씩 물들이며 지는 해였다. 꽃이 저렇게 아름답게 졌던가??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애잔함과 쓸쓸함이 느껴졌었다. 사람의 인생이 저렇듯 아름답게 저물수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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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월요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일요일 하루 쉬고 난 다음 출근하는 월요일은 여러 가지로 심리적으로 부담이 간다. 업무가 많은 날이기도 하고, 몸도 일하는데 적응되지 않아서 왠지 몸도 마음도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며칠전에 고흐와 테오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좀 끄적거려 보려다 퇴근 시간에 쫓겨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러고는 끝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적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내 생각의 갈피들을 글로 옮겨 적지 않으면 어느 새 안개처럼, 혹은 무슨 바람처럼 생각이란 것도 다 사라져 버린다.  

남들도 그런걸까..  

머리 속에 모호한 이미지와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내거나 글로 쓰는 과정을 통해 형체를 갖추고 비로소 드러나는 듯하다.. 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생각인데도, 그걸 표현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녔는지.. 참.. 어이 없을 정도다.  

편지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는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편지 쓰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편지에다가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얘기도 쓰고 싯귀도 옮겨적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이나 자잘한 내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줄줄 썼던 것 같은데, 이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자체가 어색하고 힘들다.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그런 이야기를  더이상 남에게 털어놓지 않게 된 탓인 것 같다. 또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에게 자잘한 나의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 듯도 싶고, 그렇다고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편지는 글 자체가 남는다는 무의식적인 부담감이 있고..  

스스로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남들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예전에는 고흐와 테오 사이의 어떤 우정이랄까, 공감 같은 것에 더 많이 감동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그것 보다는 고흐의 편지글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흐의 편지에는 저녁에 퇴근한 가족에게 그날의 사소한 근황을 이야기하듯,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생 테오에게 전하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자잘한 감상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들, 고민들 그 모든 것들이 솔직 담백하게 담겨져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솔직할 수 있을 테니까.. 고흐의 글이 진솔하게 느껴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중시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야 하는 편지를 쓰지 않게 된건 아닐까.. 내 생각, 내 느낌, 내 생활을 거짓으로 꾸며 쓸 수는 없으니까... 아예 쓰지 않는 거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일기를 쓰지 않는 것처럼.. 

얼마전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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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을 좋아하진 않았다. 물론 그의 서민적인 이미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권위와 위엄을 내려놓고 되도록 약자 편에 서려고 했던 마음가짐 등 존경할만한 부분이 많이 있는 정치인이긴 했지만, 막상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은 좀 준비가 안되어 있는 듯 느껴졌었다. 그래서 노통 시절 지인들과 안주삼아 노무현을 입에 담고 많은 비판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게 그가 세상으로부터 떠나가자, 참 허망하단 생각이 든다.. 

상고 출신의 대통령, 남들이 다 가는 쉬운 길을 놔 두고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한발 한발 힘들게 앞으로 나아가던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평생 지켜왔던 소신과 가치가 검찰이나 보수 언론의 매도에 의해 더럽혀졌다는 게 너무 꼿꼿했던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을 테고,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던 가족과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결단이자, 검찰과 현 정권에 대한 매서운 저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더 참고 견디시지!! 하는 마음이 든다. 어짜피 힘든 시절도 좋은 시절도 다 지나가기 마련인데, 조금만 더 견디시지~ 

암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천상에서는 영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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