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월요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일요일 하루 쉬고 난 다음 출근하는 월요일은 여러 가지로 심리적으로 부담이 간다. 업무가 많은 날이기도 하고, 몸도 일하는데 적응되지 않아서 왠지 몸도 마음도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며칠전에 고흐와 테오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좀 끄적거려 보려다 퇴근 시간에 쫓겨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러고는 끝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적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내 생각의 갈피들을 글로 옮겨 적지 않으면 어느 새 안개처럼, 혹은 무슨 바람처럼 생각이란 것도 다 사라져 버린다.  

남들도 그런걸까..  

머리 속에 모호한 이미지와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내거나 글로 쓰는 과정을 통해 형체를 갖추고 비로소 드러나는 듯하다.. 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생각인데도, 그걸 표현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녔는지.. 참.. 어이 없을 정도다.  

편지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는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편지 쓰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편지에다가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얘기도 쓰고 싯귀도 옮겨적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이나 자잘한 내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줄줄 썼던 것 같은데, 이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자체가 어색하고 힘들다.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그런 이야기를  더이상 남에게 털어놓지 않게 된 탓인 것 같다. 또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에게 자잘한 나의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 듯도 싶고, 그렇다고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편지는 글 자체가 남는다는 무의식적인 부담감이 있고..  

스스로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남들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예전에는 고흐와 테오 사이의 어떤 우정이랄까, 공감 같은 것에 더 많이 감동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그것 보다는 고흐의 편지글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흐의 편지에는 저녁에 퇴근한 가족에게 그날의 사소한 근황을 이야기하듯,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생 테오에게 전하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자잘한 감상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들, 고민들 그 모든 것들이 솔직 담백하게 담겨져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솔직할 수 있을 테니까.. 고흐의 글이 진솔하게 느껴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중시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야 하는 편지를 쓰지 않게 된건 아닐까.. 내 생각, 내 느낌, 내 생활을 거짓으로 꾸며 쓸 수는 없으니까... 아예 쓰지 않는 거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일기를 쓰지 않는 것처럼.. 

얼마전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로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