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속 우리 얼굴>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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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하면 지나친 걸까? 흔히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니까 기왕 후회할거면 결혼 해 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 혹은 못하는 사람은 무언가 개인적으로 결함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런 시선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어디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언제나 결혼은 남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신라나, 고려 이런 때는 남녀의 자유 연애도 상당히 존중되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의 결합 뿐만 아니라, 한 가문과 한 가문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끼리 만나 살면서 자식을 낳아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의미가 더 강했지, 당사자간에 서로 사랑한다거나, 서로 영혼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서양 문물이 도입되면서 서서히 가문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아주 당연하게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간에 이루어지는 일이란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이 가문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이행해야 할 의무였다면 지금의 결혼은 개개인의 권리이자 선택의 문제가 된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 결혼하지 않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간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만 해도 점점  골드 미스니, 골드 미스터니 하면서 늦도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그들의 정신적인 문제, 혹은 결혼하지 않는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성토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일본인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카는 자신의 문제, 부모의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결혼을 왜 하는가, 혹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결혼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어떠한가 등등을 탐색한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보는 여러가지 불편한 시각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성격이 마귀할멈 같다거나 다음 세대를 재생산해서 사회나 국가에 기여하기보다는 이기적인 욕심과 취미에만 휘둘리는 사람이라거나, 결혼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 내지는 열등한 존재처럼 취급되거나 한다. 또 언제부터인가 가족과 친지의 우환 덩이, 혹은 가문의 수치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나만 해도 우리 부모님의 골칫덩이 딸로 전락한지가 오래 되었다. 때론 그런 취급이 서글퍼서 이제라도 후딱 결혼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하지만, 결정적으로 책에서 말한 것처럼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오늘 모처럼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걔중에는 연인끼리 산책을 나온 이들도 있었고, 가족 끼리 나들이를 나온 경우도 많았다. 아장 아장 걷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가족이 행복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역시 사람은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 길 한 복판에서 서로 악다구니를 해 대면서 싸워대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악연이다, 차라리 서로 안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하고, 가족이지만 서로 소 닭보듯, 멀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족도 결국은 남이란 생각도 들고, 그럴거면 애초에 결혼도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살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프로스트이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어느 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이 생기기 마련이다. 길이 어딘가에 이어져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암튼, 최선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앞으로 가팔라지거나 끊어져 있으면 어떻하지 하고 걱정하거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훨씬 더 나을 거라며 후회하기 보다는 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을 잘 걷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결혼이라는 갈림길 앞에서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가 통하지않는 것 같다. 미리부터 겁을 집어 먹고 가야할 길 앞에서 주저하거나 뒤돌아 가는 사람.. 혹은 가지 않을 길을 두고 후회하는 사람,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 자신이 가보지 않을 길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등등..  그리고 그런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어느 이야기를 들어야 할 지 헤매는 사람까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 수도, 대신 책임져 줄 수도 없기에 결국 숱한 이야기들은 다 부질 없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 결혼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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