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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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생 설민석과 웹 소설가 원더스가 힘을 합쳤다.

둘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장편 소설인데 지분이 어떤 지 살짝 궁금하다.

설민석이란 이름을 지우면 가끔 보는 판타지 웹 소설과 별 차이가 없다.

일부 이야기는 읽으면서 드라마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전체적인 완성도나 짜임새는 묵직함이나 탄탄함과 거리가 조금 있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지만 빠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시리즈를 염두에 둔 소설이다 보니 앞으로 각각의 인물들 사연도 풀어낼 것이 남아 있다.


때는 조선 정조 시대다.

정조가 꿈을 꾸는데 그 꿈을 파자로 해석하니 요괴가 된다.

오래 전 임진왜란 같은 큰 일도 그 사전에 징조가 있었다.

왕의 행렬 도중에 한 소녀가 넘어진다. 이 아이가 바로 벼리다.

벼리의 아버지는 요괴가 되었고, 벼리는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이 꾼 예지몽과 죽은 자를 보는 벼리의 만남. 그리고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사도세자.

요괴가 난동을 부려 나라가 혼란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으려는 정조.

벼리와 다른 인재들을 모아 나라에 준동하는 요괴의 원한을 풀어주려고 한다.


처음 벼리가 정조 앞에 넘어진 후 7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모인 인재들이 바로 백원, 광탈, 무령 등이다.

백원은 힘이 장사이고, 청룡언원도에 기를 실어 요괴를 벨 수 있다.

광탈은 하루 사이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다.

미래를 보는 무령은 기생 출신으로 금줄로 결계를 펼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해지는 것이 정조의 꿈에 염라대왕과 함께 나타난 신수 해치다.

해치는 벼리를 특별히 아끼고, 죄를 판별하고 형을 내린다.

신수인 만큼 능력도 아주 뛰어나다. 인간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이번 책에서 다루는 사건은 모두 네 개다.

첫 에피소드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후 천대받다가 죽은 반쪽이 사연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영특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반쪽이.

이런 장애아를 낳았다는 사실 때문에 무시당하고 마음에 짐을 지고 있던 엄마.

엄마의 사랑은 뒤틀려 형에게 향하고, 반쪽이는 숨기고 싶은 과거다.

형의 과거 급제를 도와주고, 사업하는데도 힘을 보탠다.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숨겨진 있던 비밀과 죽음.

모성애의 환상을 깨트리는 이야기와 사연들. 그래도 엄마요, 형인 반쪽이.


계급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지위를 폭력으로 휘두르는 자들.

임진왜란 당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사람에게 먹힌 후 남은 뼈를 거둔 승려.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살인으로 덮으려는 추악하고 잔인한 행위.

스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죽은 동자승들. 그 영혼의 순수함은 그래서 더 강하게 다가온다.

죽기 전 바람 때문에 다른 요괴에게 부림을 당하던 스님들.

그리고 용루사에서 용을 먹고 머물고 있는 거대 요괴.

이 대결은 이 소설에서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판타지에 충실하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드라마로 만들면 어떤 식으로 연출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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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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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부를 관통하는 역사를 다룬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3부작 중 먼저 읽은 것은 <오르부아르>이다.

2부에 해당하는 <화재의 색>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찾아보니 역시 두툼하다.

최근 두툼한 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시간과 체력의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면, 좋아하는 장르라면 주춤하지만 곧 달려든다.

아마 올해가 가기 전 2부도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언하지는 못하겠지만.


한참 세계문학을 읽을 때 20세기 초 1,2차 대전과 관련된 소설을 읽었다.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고, 그 나라의 문화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등장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기억에 남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때의 기억 중 일부를 이 3부작 중 두 편을 읽으면서 새롭게 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많이 각색되고,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로 말이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그 유명한 마지노선에 대한 것이다.

히틀러의 독일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마지노선 속 현장이다.

이제 우린 그 마지노선이 얼마나 쉽게 무너졌고, 프랑스가 얼마나 빨리 무너졌는지 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풀어갈 때 주인공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을 내세운다.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내세우면서 그 시대의 풍경을 더욱 복합적으로 그려낸다.

탈영병, 헌병, 아이를 바라는 여성, 사기꾼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인물은 사기꾼 데지레인데 그는 필요에 따라 그의 역할을 바꾼다.

한 살인여성을 변호하는 변호사로, 국방 방송의 왜곡된 정보 전달자로, 엉터리 신부로.

그 이전에는 학교 선생과 비행기 조종사까지 맡은 적이 있다.

그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낸 후 갑자기 사라진다.

왜곡된 방송을 할 때 그가 보여준 이야기는 작가가 지어낸 허구가 아니란 점에서 놀랍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왜, 어떻게 프랑스가 그렇게 빨리 쉽게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


루이즈의 벗은 몸을 보고 싶다고 요청한 식당 단골 고객인 의사.

그와 함께 호텔에 가서 옷을 벗는데 갑자기 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를 쏜다.

공포, 두려움 등으로 옷을 벗은 채 방밖으로, 호텔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그녀의 불운하고 불행했던 과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자살한 의사가 죽은 엄마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임신해 아들을 낳은 적 있다는 과거.

이런 사실을 알기에 그녀와 멀어지고자 한 의사의 아내와 그 딸.

엄마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 루이즈가 <오르부아르>에 잠시 나왔던 그 소녀라고 한다.

이 때문에 <화재의 색>을 먼저 읽었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상관없다고 한다.


마지노선에 근무하는 두 군인, 가브리엘과 라울.

수학교사 출신의 하사 가브리엘, 군수품으로 장사를 하는 라울.

이 둘은 엮이고 꼬인 관계다. 아니 가브리엘이 라울에 종속되었다. 도둑질 하나로.

엉터리 정보와 허술한 군비로 프랑스 군대는 독일의 전차 군단을 마주한다.

당연히 박살난다. 이 와중에 가브리엘과 라울은 작은 전공을 세운다.

하지만 이 둘은 자신의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탈영병이 된다.

무법자처럼 살고 싶은 라울에게 이 탈영병 생활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 시간은 짧게 끝나고, 약탈한 집에서 군인에게 잡힌다.

이들이 갇힌 감옥의 죄수들이 전쟁 중 남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이렇게 역사의 사실 속에 이 둘을 넣어서 그 현실을 비튼다.


중간부터 나온 헌병 상사 페르낭.

이 소설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내를 후방으로 보낸 후 기동헌병인 자신의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한다.

단 한 가지 소각 대상이었던 돈자루를 하나 살짝 빼놓은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라울 등이 있는 죄수들의 이동을 감시하고 도와주는 헌병대원 역할을 한다.

페르낭은 비효율적이고, 비능율적이고, 비인도적인 군에서 인간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천 명이 넘는 죄수를 이송하는 작업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술한 지 알려준다.

재밌는 점은 그가 훔친 돈의 일부가 이 죄수들의 식량을 구하는데 쓰였다는 것이다.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그는 또 다른 매력남이다.


이렇게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뒤섞고, 엮고, 꼰다.

서로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돌고 돌아 한 곳에서 만난다.

그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작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황당한 일도 있고, 재밌는 일도 있고, 순간의 열정에 감탄하는 순간도 있다.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시대와 상황들이다. 그런데 재밌다.

이 재미는 잘 짜인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엮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쥘 씨도 있다.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던 그.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아주 강렬한 후일담이다. 삶을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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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12 : 깨달음의 전당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12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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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12권 깨달음의 전당 편이다.

전편의 에피소드가 끝난 다음에 늘 그렇듯이 용감한 쿠키 일행은 소울 잼을 찾아 다시 모험을 떠난다.

이 새로운 여정은 서리여왕 쿠키가 알려준 서리별을 따라간다.

이 일정은 간단하지 않고 위험한 길을 지나야 한다.

이 거친 길 때문에 일행들은 투덜투덜거린다.

하지만 이 인도는 맞았고, 용감한 쿠키 일행은 소울 잼이 있는 문 앞에 도착한다.

용감한 쿠키 일행과 상관없이 뱀파이어맛 쿠키의 모험도 시작된다.

그는 용감한 쿠키 일행의 동선을 따라가는 중이다.

뱀파이어맛 쿠키는 그가 용감한 쿠키의 스승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설탕백조를 만나 나누는 둘의 아재 개그는 또 다른 재미다. 별로 웃기지 않지만.

설탕백조를 통해 한 거대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상한 곳이다. 해골이 떠다니고,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이상한 생명체가 가득하다.

어떤 실험실에서 실수로 실험체 병을 떨어트렸을 때 괴물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몬스터인가? 하지만 작은 실수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도망친다. 이 힘겨운 도망은 아슬아슬한 공중 계단을 통과한 후 멈춘다.

그리고 마주한 신비로운 문과 그곳을 지키는 3단케익 쿠키 괴물.

그 괴물은 어둠마녀 쿠키가 창조한 것이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괴물이 지키는 문 뒤에는 소울 잼이 있다.

어둠마녀 쿠키의 부활을 바라는 악당들은 전설의 영웅 다크카카오 쿠키를 깨운다.

다크카카오 쿠키는 고향이 감초 괴물에 망한 후 스스로 얼음에 가둔 영웅이다.

아포가토맛 쿠키는 이 영웅을 깨워 자신이 원하는 소울 잼을 빼앗으려고 한다.

다크카카오 쿠키가 악당들의 노력으로 깨어나는데 그 결말은 다음 권에 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확장되고, 과거의 영웅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혹시 흑화한 다크카카오 쿠키가 악당 편에서 용감한 쿠키 일행을 공격할까?

이번 이야기에 커스터드3세맛 쿠키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용감의 쿠키의 대사가 눈길을 끈다.

커스터드3세맛 쿠키의 성장을 말하고, 그가 모험을 함께하는 동료임을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괴물과의 싸움과 그 과정에 흘러나오는 용감한 쿠키의 과거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혹시 이 시리즈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어둠마녀 쿠키의 부활을 꿈꾸는 악당 중 한 명과 연결된 에피소드도 살짝 나온다.

이번 편에서도 다음 이야기를 위한 밑밥을 많이 뿌려놓았다.

기억을 잃은 용감한 쿠키는 과연 어떤 과거가 있고, 다크카카오 쿠키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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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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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24권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과 출판사를 보고 선택할 때 내가 관심을 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얼마나 큰 아픔이 있기에 망각과 축복을 같이 놓아두었을까?

망각하고 싶은 기억에 대한 호기심과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기대가 뒤섞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좋은 방향으로.

끔찍한 폭력과 그 폭력의 기억에 짓눌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반격으로.

그 중심에는 행복한 기억을 누릴 수 있다고 광고한 제품 라이프 랜드스케이프가 있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는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다.

아주 비싼 이 기계는 사용자의 기억을 다시 경험하게 해준다. 가격은 8990만원이다.

입주 가사도우미 재이는 전 호라이즌 이사의 집에서 근무중이다.

TV 광고 후 집주인 사장님은 그 제품을 사와서 자랑하고, 그 제품을 시연한다.

나중에 사장님이 여행을 갔을 때 재이는 몰래 사용해본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첫 만남과 둘의 아름다운 정사가 나온다.

그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이것 이외에도 많다. 이때 나라면 어떤 순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집안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의외의 순간이다.

어느 날 사모님이 이 기계를 오랫동안 사용한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다.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는 가정의 모습에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사모님이 중식도를 들고 사장님을 난도질한 것이다.

사모님도, 재이도 같이 집밖으로 나간다. 이때 재이는 이 기계를 들고 간다.

이 잔혹한 사건은 방송을 타고, 사모님도, 재이도 잡힌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호라이즌의 작업이 있었다. 이 일의 담당자는 리사다.

리사는 호라이즌 대표이사의 딸이자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이다.

사실 재이는 호라이즌에 먼저 연락해 자수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 이면에는 재이와 친구가 호라이즌의 돈을 노린 작업이 있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는 아주 중요하다.

재이는 이 제품을 팔았다고 말한다. 현금도 보여준다.

리사의 부하 직원들은 직접 거래한 것은 보지 못했지만 전자상가에 들어가는 장면을 봤다.

리사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다르게 생각한다.

경영권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진 리사는 사라진 재이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나온다.

그리고 리사가 의도했던 기계의 사용법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현실이 나온다.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다시 누리기 위한 제품이 나쁜 쪽으로도 이용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제품의 성공을 더욱 부채질한다.


이야기는 빠르고 간결하게 진행된다.

재이와 리사를 화자로 놓아두고, 권력과 성폭력과 교묘한 정치 공작 등이 엮인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게 하려는 사람들이 누군지, 왜 그렇게 하는지 보여준다.

우리 현실에서 너무나도 자주 본 장면들이다. 가해자의 입장만 변호한다.

언론이란 탈을 쓰고 가해자의 논리는 피해자의 아픔을 묻어버린다.

가해자의 기억은 잊혀지고, 피해자로 둔갑한다. 잔혹한 현실이다.

소설은 권력이 가진 힘을 무너트리기 위한 노력과 작업을 간결하지만 통쾌하게 다룬다.

현실은 이보다 더 힘들겠지만 마지막 장면은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소소한 시작이 좋은 빌드 업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단편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좋은 가독성과 가지들을 빠르게 쳐내면서 이야기를 덧씌우는 능력이 좋다. 그리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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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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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도입부를 보면서 웹 판타지 소설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갑자기 낯선 곳에 떨어진 사람들. 강요된 선택. 완수해야만 하는 각 단계들.

한때 유행했던 판타지 소설의 흔한 설정과 너무 닮았다.

이제 유행이 지났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더 읽으니 현실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종 사건 전문 민간조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나도희가 의뢰받은 일이 낯선 곳에 떨어진 인물 중 한 명이다.

예상한 설정을 벗어 던지면서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수정된다.

이것은 낯선 곳에서 깬 사람들의 활동과 맞물리면서 어떤 세계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이 설정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름 이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민욱은 낯선 곳에서 깬다.

그곳엔 그 이외에 8명이 더 있다. 모두 왜 이곳에 온 것인지 이유를 모른다.

그때 스테이지 1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션은 묶여 있는 남자를 죽이라는 것이다. 그 남자가 늑대인간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주저한다. 그런데 이 남자가 변한다.

사람들은 달아나고, 수영이 늑대인간에게 발을 잡힌다. 민욱이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덩치 큰 남자가 칼로 늑대인간의 팔을 친다. 느슨해진 순간 집밖으로 달아난다.

이 비현실적 이야기에 모두 어리둥절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다음 단계에 대한 기계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각 스테이지를 돌파해야만 한다.


형사 출산 도희는 자신에게 의뢰 온 일을 쉽게 생각한다.

이부국 교수 부부를 찾아달라는 아들의 의뢰나 실종된 아들 현상철을 찾아달라는 엄마의 의뢰 말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바로 안개다.

뛰어난 촉을 가진 나도희는 ‘안개’와 ‘실종’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빠르게 사실에 다가간다.

물론 이 과정에 전직 경찰이란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녀가 조수인 도출과 함께 돈 냄새를 맡으면서 다른 실종자를 찾아낸다.

단서를 따라가면서 과거 인기 있었던 ‘안개 미궁’이란 온라인 게임을 만난다.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기도 했던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이야기는 민욱과 그 동료들의 생존 게임과 나도희의 실종 사건 수사가 교차한다.

어디에서 이 둘이 만날까 생각하는데 조금 황당하게 이어진다.

경찰 나도희와 무의식 전이 다이브인 민욱의 협동 작전이었다.

도희는 민욱을 짝사랑하고, 민욱은 아픈 과거 때문에 다이브가 된 사람이다.

민욱은 스테이지가 더 진행되면서 잃었던 기억을 조금씩 더 찾는다.

작가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소설의 재미와 실종 사건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진행한다.

솔직히 말해 이 두 부분 모두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간결하지만 빠른 전개와 반전이 이것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지나 보너스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을 검색하다 비슷한 제목의 연재 소설 하나를 발견했다.

소설의 제목은 <붉은 안개의 미궁>이고, 작가는 전건우다.

이 소설은 2016년에 연재되었다. 제목이 바뀌고, 편집을 조금 본 후 낸 것이다.

한국 공포문학의 대가 중 한 명인 작가가 그 당시에 책으로 내지 못했다는 것에 놀란다.

최근에 이렇게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되었던 소설들이 종이책으로 나오고 있다.

무수히 많은 웹소설을 모두 읽을 수 없는데 이렇게 선별해서 나오니 반갑고 재밌다.

그리고 많은 웹 판타지 소설이 너무 쉽게 다루는 살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좀더 분량을 늘여 조금 간결하게 다룬 사건들을 좀더 깊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읽히고, 서늘하게 만드는 재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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