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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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올리언스에서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여섯 명을 살해한 도끼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이 도끼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다. 미궁으로 빠진 살인 사건을 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충실하게 시대상을 그려내고 논리적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소설로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다알리아>다. 단순히 생각하면 상상력으로 범인을 추정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이 작업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더 쉽다면 아마도 많은 작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을 것이다.

 

두툼하다. 약 580여쪽에 달하는 장편이다. 한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지 않고, 세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파헤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피해자들을 늘어놓고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그 시대의 모습과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개연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 그 장소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어느 정도란 표현을 쓴 것은 내가 그 시대와 장소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세 명의 인물은 현직 경찰인 마이클, 부패경찰로 감옥에서 복역한 루카, 핑커턴 탐정사무소 직원 아이다 등이다. 여기에 조연으로 루이 암스트롱이 등장한다. 그는 아이다와 함께 이 사건의 한 축을 파헤친다. 루이 암스트롱이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다. 1919년 뉴올리언스는 재즈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재즈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로운 묘사가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경찰, 부패, 권력, 원한, 성공 등이 엮이면서 뉴올리언스의 기이한 역사가 풀려나온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소설 속 뉴올리언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보니 이들의 접점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클을 교육시킨 것이 루카지만 그는 마피아 마트랑가 일가와 연결되어 있는 부패경찰이었다. 마이클의 내부 고발로 감옥에 5년 동안 있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루카의 복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끼 살인마다. 시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줘 담당 형사 마이클에게 압력이 가해진다면 출소한 루카에게 이 연쇄살인마를 잡으라고 한 인물은 마트랑가 보스 카를로다. 마피아 보스가 왜 연쇄살인마를 잡고 싶을까? 이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이 단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추적한 것을 바탕으로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이어진다.

 

시대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각자의 삶도 같이 보여준다. 마이클에게는 흑인 아내와 그 사이에 난 자식이 둘 있다. 이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에는 이 시대 분위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대외적으로 가정부라고 속이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내부 고발자였던 이력은 루카의 동료였던 경찰들에게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가 도끼 살인마를 추적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경찰 방식이다. 아일랜드 고아 출신의 케리가 가져온 과거의 유사사건 파일은 또 다른 가능성을 조사하게 만든다. 여기에 하나씩 던져지는 정보는 그가 이 모든 사건의 퍼즐을 풀 수 있는 한 조각에 다가가게 한다.

 

아이다는 홈즈의 열성팬이다. 그녀는 탐정이 되고 싶지만 단순 사무원으로 살고 있다. 이 도끼 살인마가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조사한다. 그녀의 곁에는 루이스가 있다. 흑인이지만 그냥 보면 전혀 흑인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탐정 사무소에서 하나의 단서를 들고 나와 살인마를 잡으려고 한다. 그녀의 추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 또한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은 결코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루카. 출소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피아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부패경찰일 때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범인에게 다가간 인물이다. 그에게 주어진 단서와 관찰력이 덧붙여지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추리까지 더해지면서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간다. 도끼 살인마가 등장하게 된 이유를 밝혀내지만 이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다른 퍼즐과 맞춰져야만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하나의 사건이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고, 어떤 싸이코패스가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작가가 주목한 부분도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루카의 이야기가 뼈대를 만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찾아낸 사실들은 힘줄과 살들일 것이다.

 

미해결 사건을 다룬 다른 작품들에게 가끔 살인마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지만 섣부른 작업은 현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뼈에 살을 붙이고, 그 시대의 상황을 조사하고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아주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액스맨의 재즈란 것도 실제 살인마가 보낸 편지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실제 자료를 곳곳에 넣어서 사실성을 높이고,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내면과 행동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앞부분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뒤로 가면서 가독성이 높아진다. 이 세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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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정신없이 보냈다. 연초도 마찬가지다.

이런 바쁜 나의 일상과 상관없이 좋은 책은 계속 나온다. 그 중에서 몇 권 추려본다.

1. 화재감시원 : 코니 윌리스

 작가 이름만 놓고 보면 낯설다. 하지만 그의 장편 <둠즈데이 북>을 감안하면 아주 익숙하다.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로 아직까지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만 보아도 말이다. 최고의 작가라는 호칭을 받는 sf작가의 작품집이라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예전보다 비록 sf를 더 적게 읽고 있다고 해도.

 

 

2. 낙원의 캔버스 : 하라다 마하

<카후를 기다리며>란 말랑말랑한 소설은 쓴 작가의 작품이 미스터리 소설 랭킹에 올라갈 정도라면 놀랍지 않은가. 물론 다른 작가들도 이런 모습을 가끔 보여준다. 반대로 역시! 루소와 피카소의 비밀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3. 그들 : 조이스 캐롤 오츠

197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이 두툼한 분량을 생각하면 쉬운 도전은 아니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후보에 오르고 있고, 엄청난 다작 속에서도 좋은 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소설이 출간될 때다마 눈길이 간다.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격동의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가 현재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4. 스타타이드 라이징 : 데이비드 브린

개인적으로 스페이스오페라 장르를 좋아한다. 여기에 휴고 상과 네뷸러 상까지 동시에 수상했다면 정말 대단하다. 적지 않은 규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과연 나의 상상력이 그곳까지 도달할지 모르겠다. 지성화우주 시리즈란 것도 궁금한데 이 작품으로 더 많은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5. 울지 않기 : 리디 살베르

2014년 콩쿠르 상 수상작이다.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작가가 에스파냐 내전 당시 프랑스로 망명한 부모를 두고 있다. 부모의 경험이 과연 어디까지 이 소설 속에 녹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좀더 사실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데올로기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수많은 비극 중 하나가 이 책에서 잘 나온다니 요즘 우리 사회와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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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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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이다. 쌍을 이루고 있는 두 편의 중편 소설을 한 권으로 묶어 내놓았다. 표제작인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그 후속작인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 이렇게 두 편이다. 전작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후속작은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전작이 개론적인 부분이 있다면 후속작은 그 개론서의 한 부분을 좀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짐작했던 것과 전혀 다른 그의 성장과 삶이 들어 있다. 이 두 편에 녹아 있는 감정들은, 생각들은 간결한 문장과 함께 빠르게 읽히고 가슴 한 곳에 조용히 파고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과 속도감이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작품 해설에서 역자가 그 당시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감정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 중편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분명하다. 열 명의 자식을 두었고, 2차 대전 중에 운 좋게 살아남은 그 가족이 어떤 시련을 겪었고, 이사를 한 후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줄 때 한국의 대가족 모습이 살짝 겹쳐졌다. 자신이 살았던 트랑의 집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가족에 대한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 이 소설은 격렬함보다 잔잔한 감정의 여운을 전해준다. 집에 대한 회상 부분은 내가 한때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을 갑자기 떠올리게 만든다.

 

열 명의 자식을 뒀다고 부모가 사랑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피임에 실패한 것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을 열심히 키운다. 그런데 이 부부가 싸우는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이 기억은 어린 아이에게 아주 나쁘게 각인된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가 떠올린 추억 둘은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대가족이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사소한 모험과 일상이 간결하게 그려지고, 그의 삶도 빠르게 설명한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누이의 죽음이 가져다 준 강한 충격이 잔잔했던 이야기에 진한 그리움과 아픔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죽었던 나이와 같은 나이가 된 화자는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모두와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중편은 전작의 성공과 오해와 아버지의 편지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가 잘 몰랐던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한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고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고뇌와 홀로서기를 다룬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신부가 되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과 종교의 교조화 등은 그로 하여금 고뇌하게 만든다. 알제리에 대한 부채의식이 군복무를 그곳에서 하게 만들지만 그의 삶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간 곳에서 배운 것들이 그의 내면을 뒤흔든다. 그리고 밥 딜런. 딜런에 대한 광적인 팬심은 적지 않은 분량 속에 풀려나온다.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중편이란 분량 속에서 젊음은 역시 간결한 문장과 핵심을 파고드는 내용으로 빠르게 풀려나온다. 그가 기독교인이라고 했을 때 공감하는 것은 신학을 공부하고 믿었던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대 지식인들에게 일본 선불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았을 때 다시 한 번 놀란다. 하이쿠에 대한 예찬과 선불교와의 연관성은 낯설게 다가온다. 68혁명에 대한 수많은 성공을 들었지만 그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그 후 현실을 더 이야기한다. 이 또한 낯설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열정이다. 신에 대한 열정,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 딜런에 대한 열정 등. 다시 집의 추억으로 돌아가고, 아버지를 추억한다. 삶은 멈춰있지 않고 전진한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란 말처럼 헤어지지만 그 추억은 조용히 가슴 한 곳에 내려앉아 있다. 언젠가 더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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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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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미니 시리즈 <셜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 이 시리즈를 아직까지 시리즈 1만 보았다. 그 후 보려고 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시리즈 3까지 정주행한 후에 읽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요즘 나의 일상과 어그러질 것 같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보통의 책 크기라면 들고 다니면서 단숨에 읽었을 텐데 크기와 무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금씩 읽다보니 어떤 날은 진도가 많이 나가고, 또 어떤 날들은 그냥 아무 것도 읽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늘 보이는 곳에 펼쳐두었는데도 말이다.

 

크로니클이란 용어가 붙어있는 것처럼 셜록의 시작부터 시리즈 3까지 어떻게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의 캐스팅부터 원작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새롭게 에피소드를 만들지 등의 모든 아이디어가 나온다.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의상과 특수효과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등도 알려준다.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치고, 어떤 협업을 통하는지 잘 알려준다. 연대기란 말처럼 시리즈마다,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나누어져서 나타난다. 읽으면서 이미 본 드라마의 이미지를 수시로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알려줄 때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고민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문자 메시지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셜록이 내뱉는 많은 단어들인데 이 또한 설명이 나온다. 하나의 시리즈가 3편으로 제작되고, 그 시간이 1년이란 공백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 마지막 편과 다음 시리즈 시작을 이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같이 엿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1의 마지막 장면과 시리즈 2의 시작인 수영장에 그런 변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단순히 세트장을 지은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건축물들을 이용했다는 부분에서 이 작업의 어려움을 느낀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만나 불꽃이 튈 때 그것이 곧바로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도 써야 하고, 감독도 섭외하고, 가장 중요한 배우도 캐스팅해야 한다. 성공이 보장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예산도 그렇게 많지 않다. 방영일이 결정된 후에는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 1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음 시리즈에 대한 부담이 생겼고, 촬영 현장은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곳으로 바뀌었다. 배우들도 당연히 몸값이 올라갔고, 더 바빠졌다. 이 때문에 생긴 문제도 조금씩 나오는데 시청자의 입장이 아닌 스탭으로 돌아가니 쉽지 않다. 이전에 이벤트 준비하는 것을 보고, 실제 현장에 갔을 때 그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이 드라마 이전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전혀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왓슨이 <호빗>의 주인공이란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셜록의 가장 큰 적인 모리아티를 처음 드라마에서 보았을 때 뭔가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모양이다. 이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와 이들이 입는 옷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또 다른 재미다. 제작자, 감독, 특수효과팀 등의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열정은 대단하다. 그것이 모여 하나의 멋진 시리즈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원작과 드라마의 장면을 비교하고, 삭제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내가 보지 못한 시리즈를 상상하게 만든다. 본 것은 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셜록에 대한 영화가 적지 않게 나왔고, 드라마로도 이미 나왔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현대적으로 각색했고,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시대에 맞게 녹아 있다. 완벽하게 셜록이 현대에 부활한 것이다. 각본과 연출과 배우가 최상의 결합을 보여준 것이다. 이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연뿐만 아니라 비중있는 조연들의 이력도 같이 보여주고, 그들이 이 작품에 대해 가지는 감정 등을 알려주면서 시리즈3까지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진들이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제작자와 연출자와 배우들의 이야기가 그 사이에 흘러나오고, 각 장면에 대한 해설이 나오고, 삭제 장면 등도 같이 보여주면서 잠깐씩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리즈1밖에 보지 못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이 책을 다시 펼쳐 비교해볼 곳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때문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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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 학교에 갇힌 아이들
마이클 노스롭 지음, 김영욱 옮김, 클로이 그림 / 책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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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 지방도시 타타와에 폭설이 내린다. 학교장은 오후 1시에 수업을 종료한다. 학생들의 귀가를 독촉한다. 하지만 어떤 학교나 이런 지시를 어기는 학생들이 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스코티 윔스는 친구들인 제이슨과 피트와 함께 학교에 남는다. 제이슨의 아버지가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그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렇게 세 명은 다른 네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남는다. 선생님도 한 명 있다. 하지만 고슬 선생님은 도움을 요청하러 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이 사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자 아이 다섯에 여학생 두 명이 남은 학교는 고요했다. 휴대폰의 신호가 터지지 않아 그들의 부모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전기가 나갈 때까지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단전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낯선 현실이다. 전기가 나간다는 것은 학교를 따뜻하게 만들고, 빛을 넣어주고, 신선하게 보존하는 모든 것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그들은 문명에서 야생으로 떨어져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전기가 끊어졌을 때 그들이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도 한심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음식과 불이 가장 우선이다. 하루가 지났을 때 그들은 배가 고픈 것을 알고 식당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제도권 교육의 영향 아래 있는 윔스가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그 이유는 살아남은 다음 그들이 파괴한 것들로 인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교육의 무서운 점을 보여준다. 생존보다 다음에 생길 일을 걱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배고픔은 이들을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이끌고, 그곳에서 먹을 것을 찾아낸다. 며칠은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추위를 잘 못 느낀다. 추워졌을 때는 학교가 불타는 것을 걱정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태울 것이 상당히 많은 데도 말이다.

 

윔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가 좋아하는 여학생 크리스타에 대한 감정, 친구인 제이슨과 피트에 대한 민감한 반응, 문제아로 소문난 레스에 대한 두려움, 고스족으로 오해한 엘리야 등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재난으로 고립된 고등학생들의 생존은 생각만큼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적응하고, 더 많은 생존품을 학교 속에서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곱 명의 아이들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해하고 잘 몰랐던 사이가 조금 좁혀지지만 서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낼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고립된 공간에서 같이 살다보면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던 것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레스다. 저자는 ‘레스와 문제가 있었던 아이는 없었다’고 말하고, 일일이 규칙을 정해 놓고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드는 선생님들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작가가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그 녀석의 소문과 외모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선입견이 사람의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이 소설의 유일한 갈등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단순히 선입견만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외부의 공포는 사람들 심리에 아주 큰 영향력을 미친다. 멈추지 않는 눈은 학교 지붕을 무너트린다. 추위는 학교의 수도관을 얼게 하고, 밀폐된 공간은 불을 피우는데 하나의 장애요인이 된다. 이 각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화자의 내면과 관찰을 통해 이 상황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강렬하지도 아주 섬세하지도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간 윔스를 도운 것은 힘들게 훈련했던 근육의 힘이다. 포기할 수 없는 한 줄기 희망이다. 이 재난 속에서 학생들이 고립된 것은 학생들의 잘못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못한 선생들의 책임이 크다. 번역자가 세월호 이야기를 끌고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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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부터 왠지 세월호가 떠오르던데, 번역자도 언급을 했군요.. 세월호 이후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하는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