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 학교에 갇힌 아이들
마이클 노스롭 지음, 김영욱 옮김, 클로이 그림 / 책담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동북부 지방도시 타타와에 폭설이 내린다. 학교장은 오후 1시에 수업을 종료한다. 학생들의 귀가를 독촉한다. 하지만 어떤 학교나 이런 지시를 어기는 학생들이 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스코티 윔스는 친구들인 제이슨과 피트와 함께 학교에 남는다. 제이슨의 아버지가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그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렇게 세 명은 다른 네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남는다. 선생님도 한 명 있다. 하지만 고슬 선생님은 도움을 요청하러 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이 사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자 아이 다섯에 여학생 두 명이 남은 학교는 고요했다. 휴대폰의 신호가 터지지 않아 그들의 부모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전기가 나갈 때까지는.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단전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낯선 현실이다. 전기가 나간다는 것은 학교를 따뜻하게 만들고, 빛을 넣어주고, 신선하게 보존하는 모든 것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그들은 문명에서 야생으로 떨어져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전기가 끊어졌을 때 그들이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도 한심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음식과 불이 가장 우선이다. 하루가 지났을 때 그들은 배가 고픈 것을 알고 식당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제도권 교육의 영향 아래 있는 윔스가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그 이유는 살아남은 다음 그들이 파괴한 것들로 인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교육의 무서운 점을 보여준다. 생존보다 다음에 생길 일을 걱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배고픔은 이들을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이끌고, 그곳에서 먹을 것을 찾아낸다. 며칠은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추위를 잘 못 느낀다. 추워졌을 때는 학교가 불타는 것을 걱정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태울 것이 상당히 많은 데도 말이다.

 

윔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가 좋아하는 여학생 크리스타에 대한 감정, 친구인 제이슨과 피트에 대한 민감한 반응, 문제아로 소문난 레스에 대한 두려움, 고스족으로 오해한 엘리야 등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재난으로 고립된 고등학생들의 생존은 생각만큼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적응하고, 더 많은 생존품을 학교 속에서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곱 명의 아이들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해하고 잘 몰랐던 사이가 조금 좁혀지지만 서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낼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고립된 공간에서 같이 살다보면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던 것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레스다. 저자는 ‘레스와 문제가 있었던 아이는 없었다’고 말하고, 일일이 규칙을 정해 놓고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드는 선생님들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작가가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그 녀석의 소문과 외모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선입견이 사람의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이 소설의 유일한 갈등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단순히 선입견만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외부의 공포는 사람들 심리에 아주 큰 영향력을 미친다. 멈추지 않는 눈은 학교 지붕을 무너트린다. 추위는 학교의 수도관을 얼게 하고, 밀폐된 공간은 불을 피우는데 하나의 장애요인이 된다. 이 각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화자의 내면과 관찰을 통해 이 상황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강렬하지도 아주 섬세하지도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간 윔스를 도운 것은 힘들게 훈련했던 근육의 힘이다. 포기할 수 없는 한 줄기 희망이다. 이 재난 속에서 학생들이 고립된 것은 학생들의 잘못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못한 선생들의 책임이 크다. 번역자가 세월호 이야기를 끌고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6-01-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부터 왠지 세월호가 떠오르던데, 번역자도 언급을 했군요.. 세월호 이후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하는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