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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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미니 시리즈 <셜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 이 시리즈를 아직까지 시리즈 1만 보았다. 그 후 보려고 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시리즈 3까지 정주행한 후에 읽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요즘 나의 일상과 어그러질 것 같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보통의 책 크기라면 들고 다니면서 단숨에 읽었을 텐데 크기와 무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금씩 읽다보니 어떤 날은 진도가 많이 나가고, 또 어떤 날들은 그냥 아무 것도 읽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늘 보이는 곳에 펼쳐두었는데도 말이다.

 

크로니클이란 용어가 붙어있는 것처럼 셜록의 시작부터 시리즈 3까지 어떻게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의 캐스팅부터 원작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새롭게 에피소드를 만들지 등의 모든 아이디어가 나온다.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의상과 특수효과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등도 알려준다.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치고, 어떤 협업을 통하는지 잘 알려준다. 연대기란 말처럼 시리즈마다,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나누어져서 나타난다. 읽으면서 이미 본 드라마의 이미지를 수시로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알려줄 때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고민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문자 메시지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셜록이 내뱉는 많은 단어들인데 이 또한 설명이 나온다. 하나의 시리즈가 3편으로 제작되고, 그 시간이 1년이란 공백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리즈 마지막 편과 다음 시리즈 시작을 이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같이 엿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1의 마지막 장면과 시리즈 2의 시작인 수영장에 그런 변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단순히 세트장을 지은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건축물들을 이용했다는 부분에서 이 작업의 어려움을 느낀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만나 불꽃이 튈 때 그것이 곧바로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도 써야 하고, 감독도 섭외하고, 가장 중요한 배우도 캐스팅해야 한다. 성공이 보장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예산도 그렇게 많지 않다. 방영일이 결정된 후에는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 1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음 시리즈에 대한 부담이 생겼고, 촬영 현장은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곳으로 바뀌었다. 배우들도 당연히 몸값이 올라갔고, 더 바빠졌다. 이 때문에 생긴 문제도 조금씩 나오는데 시청자의 입장이 아닌 스탭으로 돌아가니 쉽지 않다. 이전에 이벤트 준비하는 것을 보고, 실제 현장에 갔을 때 그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이 드라마 이전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전혀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왓슨이 <호빗>의 주인공이란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셜록의 가장 큰 적인 모리아티를 처음 드라마에서 보았을 때 뭔가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모양이다. 이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와 이들이 입는 옷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또 다른 재미다. 제작자, 감독, 특수효과팀 등의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열정은 대단하다. 그것이 모여 하나의 멋진 시리즈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원작과 드라마의 장면을 비교하고, 삭제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내가 보지 못한 시리즈를 상상하게 만든다. 본 것은 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셜록에 대한 영화가 적지 않게 나왔고, 드라마로도 이미 나왔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현대적으로 각색했고,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시대에 맞게 녹아 있다. 완벽하게 셜록이 현대에 부활한 것이다. 각본과 연출과 배우가 최상의 결합을 보여준 것이다. 이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연뿐만 아니라 비중있는 조연들의 이력도 같이 보여주고, 그들이 이 작품에 대해 가지는 감정 등을 알려주면서 시리즈3까지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진들이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제작자와 연출자와 배우들의 이야기가 그 사이에 흘러나오고, 각 장면에 대한 해설이 나오고, 삭제 장면 등도 같이 보여주면서 잠깐씩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리즈1밖에 보지 못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이 책을 다시 펼쳐 비교해볼 곳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 때문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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