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뉴올리언스에서 1918년부터 1919년까지 여섯 명을 살해한 도끼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이 도끼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다. 미궁으로 빠진 살인 사건을 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충실하게 시대상을 그려내고 논리적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소설로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다알리아>다. 단순히 생각하면 상상력으로 범인을 추정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이 작업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더 쉽다면 아마도 많은 작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을 것이다.

 

두툼하다. 약 580여쪽에 달하는 장편이다. 한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지 않고, 세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파헤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피해자들을 늘어놓고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그 시대의 모습과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개연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작업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 그 장소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어느 정도란 표현을 쓴 것은 내가 그 시대와 장소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세 명의 인물은 현직 경찰인 마이클, 부패경찰로 감옥에서 복역한 루카, 핑커턴 탐정사무소 직원 아이다 등이다. 여기에 조연으로 루이 암스트롱이 등장한다. 그는 아이다와 함께 이 사건의 한 축을 파헤친다. 루이 암스트롱이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다. 1919년 뉴올리언스는 재즈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재즈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로운 묘사가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 경찰, 부패, 권력, 원한, 성공 등이 엮이면서 뉴올리언스의 기이한 역사가 풀려나온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소설 속 뉴올리언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보니 이들의 접점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클을 교육시킨 것이 루카지만 그는 마피아 마트랑가 일가와 연결되어 있는 부패경찰이었다. 마이클의 내부 고발로 감옥에 5년 동안 있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루카의 복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끼 살인마다. 시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줘 담당 형사 마이클에게 압력이 가해진다면 출소한 루카에게 이 연쇄살인마를 잡으라고 한 인물은 마트랑가 보스 카를로다. 마피아 보스가 왜 연쇄살인마를 잡고 싶을까? 이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이 단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추적한 것을 바탕으로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이어진다.

 

시대의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각자의 삶도 같이 보여준다. 마이클에게는 흑인 아내와 그 사이에 난 자식이 둘 있다. 이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에는 이 시대 분위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대외적으로 가정부라고 속이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내부 고발자였던 이력은 루카의 동료였던 경찰들에게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가 도끼 살인마를 추적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경찰 방식이다. 아일랜드 고아 출신의 케리가 가져온 과거의 유사사건 파일은 또 다른 가능성을 조사하게 만든다. 여기에 하나씩 던져지는 정보는 그가 이 모든 사건의 퍼즐을 풀 수 있는 한 조각에 다가가게 한다.

 

아이다는 홈즈의 열성팬이다. 그녀는 탐정이 되고 싶지만 단순 사무원으로 살고 있다. 이 도끼 살인마가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조사한다. 그녀의 곁에는 루이스가 있다. 흑인이지만 그냥 보면 전혀 흑인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탐정 사무소에서 하나의 단서를 들고 나와 살인마를 잡으려고 한다. 그녀의 추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 또한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은 결코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루카. 출소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피아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부패경찰일 때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범인에게 다가간 인물이다. 그에게 주어진 단서와 관찰력이 덧붙여지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추리까지 더해지면서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간다. 도끼 살인마가 등장하게 된 이유를 밝혀내지만 이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다른 퍼즐과 맞춰져야만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하나의 사건이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고, 어떤 싸이코패스가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작가가 주목한 부분도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루카의 이야기가 뼈대를 만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찾아낸 사실들은 힘줄과 살들일 것이다.

 

미해결 사건을 다룬 다른 작품들에게 가끔 살인마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지만 섣부른 작업은 현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뼈에 살을 붙이고, 그 시대의 상황을 조사하고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아주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액스맨의 재즈란 것도 실제 살인마가 보낸 편지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실제 자료를 곳곳에 넣어서 사실성을 높이고,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내면과 행동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앞부분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뒤로 가면서 가독성이 높아진다. 이 세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