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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레슬리 덴디.멜 보링 지음, C. B. 모단 그림, 최창숙 옮김 / 다른 / 2011년 2월
평점 :
예전에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란 제목으로 먼저 나왔던 책이다. 역자 이름이 다른데 이력을 조사하니 동일인이다. 최근에 제목만 살짝 바꾼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재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예전에 읽은 사람이나 저자에게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같은 책을 두 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출판사와 다른 번역자가 새롭게 번역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출판사와 번역자라면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간임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에 열 번째로 나오는 과학자 때문이다. 스테파티아 폴리니라는 여성의 생몰연도와 책 내용이 조금 이상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책에는 그녀가 1910년 생, 1999년 몰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녀가 참가했던 동굴고립실험 일자가 1989년 1월 13일이고, 그녀를 젊은 이탈리아 여성이라고 묘사한다. 그녀가 90세까지 산 것은 좋은데 80세에 실험에 참가한 것과 실험도중에 생리가 끊어졌다는 표현에서 단순히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생몰연도를 알려고 검색하다 비슷한 목차의 책을 발견했고, 같은 책임을 알게 된 것이다.
재간 정보나 잘못 기재된 기록은 아쉽지만 책 속에 나오는 열 명의 과학자는 놀랍다. 그 중에서 퀴리 부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선 것은 더욱 놀랍다. 그래도 조금은 이런 과학자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낯설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 한 사람이 놀랍고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사용한 결과로 우리가 얻게 된 수많은 혜택을 생각하면 약간 부끄럽다. 뭐 모든 것을 아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저자들은 이런 낯선 과학자들을 사람들 앞에 내놓으면서 우리가 자신에게 해 본 실험과 그들의 실험이 어떻게 다른지 머리말에서 분명히 말한다.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의 용기와 열정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열 명의 과학자 중 몇몇은 실험의 결과에 따라 목숨을 잃었다. 그 자신이 실험체가 되면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실험체가 되었고, 그 때문에 연쇄적으로 그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그 시대의 한계는 존재했다. 이 한계는 책 구성 상에서 ‘이제는 알아요!’ 같은 내용을 통해 알려지고, 현재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열 명의 과학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현재 그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고 발전했는지 알게 된다.
열 명의 과학자들의 실험을 읽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실험이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온도 실험을 위해 방의 온도를 높이면서 그 속에 머물거나 소화 실험을 위해 위 속으로 나무 튜브를 넣는다. 치과 수술을 위해 자신을 마취제 실험에 사용하고,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감염된다. 호흡 연구를 위해 바다 속, 땅 밑, 고지대를 오가면 실험하고, 드라마를 통해 인숙해진 심장 카테더법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알려준다. 이제는 당연한 것 같은 안전벨트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고, 동굴 같은 곳에 고립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일련의 실험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본다면 특이하다거나 미친 것 아니냐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이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누구나 이 실험의 한두 가지 이상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체실험까지 가기 전 우리는 수많은 동물들을 사용해 실험한다.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가끔 동물들의 고통을 무시할 때도 있다. 저자들은 자신을 실험체로 사용한 과학자들 이야기 속에 몇 번이나 집어넣으면서 이 사실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역자가 인용한 그 잔혹한 독일과 일본의 인체실험 등과 묘하게 연결된다. 바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물음이다. 흥밋거리로도 재미있지만 과학과 실험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