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름 모중석 스릴러 클럽 27
루스 뉴먼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어떤 이는 점수를 주기 힘들 정도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극찬을 한다. 책을 읽기 전 먼저 본 감상은 점수가 아주 낮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인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형편없기에 이런 표현을 쓰나 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이 감상은 중반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개성 없는 전개와 구성이 이것을 부채질했다. 초반 묘사나 서술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의 일상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조금 밋밋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책 후반으로 올 때까지 지속되었고, 취향과도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몇몇 서평 중에서 가장 많이 공감하는 것은 영화 <프라이멀 피어>를 인용한 것이다. 중반까지는 이 영화와의 연관성을 깨닫지 못했다. 중반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치닫게 되면서 그 유사한 설정과 전개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연쇄살인범을 둘러싼 교묘한 심리전이 마지막 반전으로 하나씩 풀려나가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 전은 강렬함이나 긴장감이 부족했다. 이제는 너무나도 진부한 듯한 다중인격장애를 다루고 이 공식에 상황을 대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상황과 설정이 반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긴장감이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케임브리지 기숙사방에서 한 여자가 배가 갈린 채 죽어있고, 다른 여자는 기절해있다. 그 옆에 피투성이 남학생이 서 있다. 시체는 준이고, 기절한 여자는 올리비아, 피투성이 남학생은 닉이다. 이 장면은 단순하게 해석하면 굉장히 쉽다. 그런데 이 상황과 정황이 많은 오해를 불러온다. 이 오해 중 하나가 소설의 핵심인데 이것을 좋아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많은 호불호가 갈라지는 것 같다. 여기에 제목에서 암시했듯이 올리비아를 다중인격장애로 다루면서 의심과 의문을 더욱 심화시킨다. 과연 누가 연쇄살인범인가와 다음 희생자는 누굴까 하고.

준은 사실 케임브리지 대학생 중 세 번째 희생자다. 그녀 앞에 아만다와 일라이저가 있다. 이 두 소녀는 형사 스티븐에 의해 연쇄살인사건으로 파악되었지만 두 피해자의 사체 차이가 이를 부인하게 만들었다. 이후 발생한 세 번째 희생자는 연쇄살인임을 알려준다. 여기에 프로파일링을 위해 스티븐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매튜가 등장한다. 그는 사건 현장과 기록들로 범인상을 추리하고, 준 옆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 올리비아를 면담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재미 대부분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둘의 심리전과 숨겨진 과거와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부분들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반전은 너무 낯익은 구조라 신선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과거와 진실이 반전으로 풀리면서 몰입도를 높여간다.

많은 스릴러를 읽으면서 항상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 생기고 있다. 이 이야기 뒤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의심한다. 이 의심이 때로는 범인을 정확하게 추리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의심이나 막연한 추리일 뿐이다. 또 여기서 취향이 나타난다. 내가 범인을 맞추었는가가 아니라 작가가 쓴 트릭이 정당한가 하는 의문에서 말이다. 이 소설도 그런 취향을 탄다. 사실 작가들은 독자들을 속이기 위해 책 속에서 많은 트릭을 부린다. 정당한 게임을 펼치는 작가도 있지만 역으로 끼워 맞춰야만 그렇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다. 여기까지는 뛰어난 작가들이다. 그렇지 않은 작가는 트릭이 너무 쉽게 읽는 중에 밝혀진다. 그럼 이 작품은 어떨까? 쉽게 밝혀지는 작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긴장감을 이어가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단서들을 조합할 정도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초반부터 몰입하지 못한 것은 대학생들의 과거를 재현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더 강한 흡입력을 가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과거는 핵심적인 것으로 상황을 연결시켜야 하는데 이런 유기적인 결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해석이 나의 오만일 수도 있다. 먼저 본 서평의 영향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읽으면서 더 깊게 몰입하지 못한 것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들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깊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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