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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타임>지 선정 2009년 10대 소설, 끌린다. 하지만 더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에드거상을 수상한 <시티즌 빈스>의 작가란 사실이다. <시티즌 빈스>를 읽었냐고? 아니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았다. 그런데 왜냐고? 그것은 이 상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 때문이다. 가끔 읽게 되는 미국 신문사 10대 소설이나 무슨 무슨 상 받았다는 작품을 읽으면서 힘들어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역시 예상한대로 재미있으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뭐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호평을 하던 유머를 포복절도하면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 가족의 삶을 다룬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가장의 이야기다. 그는 우연히 아이들이 먹을 우유를 사러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한다. 잊고 있던 마리화나를 피운 것이다. 이 일이 가정파탄의 시발점이냐고 한다면 아니다. 시발점은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부터 발생한 경제위기다. 아니 좀더 파고들면 그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미래를 보았고, 흥청망청 소비를 했다는 것이다. 뭐 그때는 모든 언론에서 그렇게 환상을 심어줘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주인공인 맷은 위기 전 다니던 신문사를 나와 시로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려고 한다. 아이디어 좋다. 그런데 경제성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과 그 동안의 승승장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굴곡 없는 삶은 단번에 다가온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정확한 판단을 내려 빠르게 옮겼어야 할 수많은 올바른 판단이 사라졌다. 그 이후의 삶은 말 그대로 급전직하다. 집값은 떨어지고, 집을 담보로 잡았던 금융업체들은 자꾸 변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창 거품 논란에 빠져있는 우리의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방의 저축은행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미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우연히 세븐일레븐에서 마주한 아이들에게서 마리화나를 얻어 피운 후 그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다가온 경제파산을 막기 위해 그는 다른 방법들을 찾는다. 그런데 없다. 나중을 위해 모아둔 연금마저도 바닥이 난 상태다. 모두 정리한 후 손에 들어온 금액은 만 불이 되지 않는다. 당장 갚아야 할 금액이 3만 불이 넘는데 말이다. 거기에 아내의 동태가 수상하다.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다. 이름은 척이다. 어릴 때 사귄 남자다. 아내와 잠자리를 한 지도 오래되었고, 불안감은 커진다. 자신감을 상실한 남자가 할 찌질한 행동인 척의 가게 찾아가기도 한다. 뭔가 약점을 찾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혼했다는 사실에 더 위축된다. 이렇게 소설은 경제적 위기와 가정 불안이라는 두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중산층의 몰락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수많은 매체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빠진 사람들의 삶 일부를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멋진 집을 사고, 큰돈을 들여 수리를 하고, 사립학교에 보내고, 좋은 차를 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은 거의 없다. 모두 빌린 돈이다. 앞으로 몇 년에서 30년 정도 갚아야 할 돈이다. 낙관적이고 안정된 경제에서 이런 상황은 별일 아니다. 위기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생각보다 빠르게 그 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다.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허덕인다. 이때 한 대 핀 마리화나는 새로운 돌파구처럼 보인다. 남은 돈 모두를 투자해 고수익의 마리화나 장사로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솔깃하다. 주변 시장도 어느 정도 있다. 모든 것을 정면에서 마주하길 두려워하는 ‘나’의 현재 모습이다. 아마추어가 이런 사업을 하기 쉬울 리 없다. 문제가 생긴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재미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황과 유머와 캐릭터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속에 미국 중산층의 시각을 하나씩 깨트린다. 위만 보고 살던 삶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풍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니 혐오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 가꾸어진 이미지가 깨어질 때 진실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가 아등바등 살기 위해 몸부림 칠 때 아내의 부정을 두려워하며 움추릴 때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한 가장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 미국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우리 주변의 삶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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