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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 길을 묻다 ㅣ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
박일호 외 지음 / 풀빛 / 2011년 2월
평점 :
먼저 하나 말하고 지나가자.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저자들도 말했듯이 서양철학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는 철학하면 당연히 서양철학을 연상한다. 동양철학, 한국철학 등으로 구분할 때는 그것을 다룰 때뿐이다. 물론 서양철학사란 제목으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고대 철학자란 말을 할 때는 당연히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을 생각한다. 또 근대 혹은 현대 철학이란 말을 쓸 때도 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을 지칭한다. 그러니 철학이란 큰 범주 속에 서양철학은 동등하고, 동양철학이나 한국철학은 아래엔 놓인 것처럼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이 책 제목에서도 그런 인상을 주기에 서두에 푸념을 조금 늘어놓았다.
모두 22명의 서양 철학자가 등장한다. 고대의 탈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이비드 흄까지다. 시대도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었다. 고대철학자가 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고, 중세의 시작은 아우구스티누스다. 중세의 끝은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 윌리엄 오컴이고, 근대의 시작은 예상 외로 마키아벨리다. 그가 예상 외였던 것은 한 번도 철학자로 생각한 적이 없고, 유명한 정치공학 저서 <군주론>의 저자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대표 저서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불러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시대를 대표할만한 철학자였나 하는 부분에서는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의문이다. 아니면 나의 공부가 너무 부족하거나.
예전에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자연 철학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번 책보다 굉장히 깊이 들어갔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당연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당시 그 저자가 왜 그렇게 그들을 중시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학교 암기 교육에 충실했던 탓인지 그 기억들은 점점 사그라지고 단순히 외웠던 단어와 정의만 머릿속에 남았다. 그들이 주장하고자 했던 핵심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간결하지만 그들이 왜 중요한지 짚어주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나마 아는 척을 했다. 아는 척만 한 것은 이 책이 읽기는 힘들지 않지만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삼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기 때문이다.
네 명의 철학자들이 각각 한 명의 서양 철학자들 기술하는 방식이다. 당연시 시간 순이다. 재미난 점은 시대 순으로 나눈 구성 속에서 철학자들의 수가 모두 틀린 것이다. 고대 철학자를 열 명이나 다루고, 중세는 겨우 네 명만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대 철학자들의 물음이 다시 중세와 근대에 반복되어 혹은 조금 변화가 생겨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점을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고대 철학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선행하지 않았겠지만 만약 더 깊이 이해하고 공부했다면 이 간략한 책에서도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고 나름의 철학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제목에서도 나온다. ‘길을 묻다’ 서양 철학사를 다루면서 저자들은 답을 말하기보다 각 철학자들의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놓는다. 물론 위대한 철학자들이 제시한 핵심 답변도 나온다. 하지만 더 중점을 둔 것은 인물 중심의 철학사를 다루면서 길은 묻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각 철학자들이 내놓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철학사에서도 나오듯이 스승의 철학에 반론을 제기하여 새로운 철학을 주장한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그것은 더 깊이 더 멀리 나아가 심화시킨 경우도 많다. 이런 과정과 인물을 이 책은 간략하게 다룬다. 저자들이 철학 입문자를 배려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철학 용어와 정의가 많아지고 의미를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부분에 도달하면 어려워진다. 이것은 예전에 <소피의 세계>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좀더 체계적으로 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