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맞수
닛케이 벤처 지음, 권혁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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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두 경영자를 비교하는 책이다.

혼다 소이치로와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둘 다 경영의 신으로 불렸고 그렇게 불린 것 이상으로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둘 다 학력도 인맥도 없이 있는 것이라고는 맨 몸뚱이 밖에 없는 처지에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거대기업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들이 신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은 그들의 업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신이라 불릴 정도의 경영수완과 존경받을만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자수성가한 사람이지만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있기까지 도와준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들은 자신이 세운 회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 公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기업이 公器인가에서 다르게 생각했다.

혼다 소이치로는 기업의 사명을 이렇게 말했다.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사는 사람까지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 사업의 기준은 즐거움이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혼다는 어린 시절부터 기계광이엇다. 그런 그에게 혼다란 회사는 그 자신이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장소로서 소중한 곳이었다. 그는 혼다라는 회사는 그 자신 뿐 아니라 혼다의 직원 모두에게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애사심 따위 필요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말은 그런 의미이다.

괴짜였던 천재 혼다 소이치로에게 회사는 자신과 같은 개성을 존중해주어야 하는 곳이었다. 자신과 같은 괴짜가 있었기에 혼다라는 회사가 승승장구한 것이고 혼다라는 회사가 잘되는 것은 그런 개성을 존중하고 그 개성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사업이란 삶을 즐기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함께 삶을 즐기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쓰시다 고노스케에게 사업은 다른 의미였다. “천하의 돈과 천하의 사람, 천하의 땅을 쓰면서 이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에게 사업은 천하에 봉사하는 의무였다.

부자들의 장난감이엇던 자동차를 싸게 대량생산해 누구나 살 수 있게 만들었던 포드처럼 마쓰시다는 기업은 제품을 수돗물처럼 무진장 싸게 만들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번영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의무로 보았던 것만큼 그에게 사업은 엄숙한 것이었고 그의 인재관도 그러한 자신의 관점에 맞는 사람을 높이 쳤다.

두 사람 모두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에 동의했고 실제 사람을 키우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혼다에게 경영은 사람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고 그렇게 사람을 신뢰하면서 사람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엇다. 마쓰시타에게도 경영은 사람이 전부였지만 그것은 기업이 사명을 이루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었다.

이책에 따르면 일본 경영자들은 혼다 소이치로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개성이 강하고 인간적 결점도 많았지만 유쾌하고 정이 많으며 삶을 즐기며 살았던 그에게 인간적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영자로서 따라야 할 모델로서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를 꼽았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개성이 강한 사람이었던 만큼 다른 사람의 개성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람에 대한 믿음은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회사라는 관점 즉 마쓰시타의 경영관이 더 보편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이책을 읽기 전에 마쓰시다와 혼다라는 두 사람이 대조적이라는 것은 몰랐다. 마쓰시다에 대해선 많은 책이 나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았지만 혼다에 대해선 그다지 읽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책을 읽어가면서 혼다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두가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정답인 경영방식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

물론 이책에서 혼다라는 사람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 사람을 아는데 350페이지의 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은 목적이 혼다나 마쓰시타라는 개인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대조적인 경영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만큼 그 목적을 이루었다면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책은 충분히 그런 일을 해내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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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매니저 - 이직이 없는 기업의 특별한 비밀
매튜 켈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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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던 혼다 소이치로는 애사심이란 것 자체를 갖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CEO가 그것도 오너인 CEO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그것도 집단주의적이고 가족주의 경영이 강한 일본에서 말이다.

그러나 혼다에게 직장은 자신을 위한 장소여야 했다. 혼다 소이치로에게 혼다란 회사는 기계광인 그가 자신이 미쳐있는 일을 마음껏하면서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꿈의 공간이었다.

그는 직원들도 자신과 같이 회사를 생각하기를 바랐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곳.

그러면 당신의 회사는 어떤가? 당신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당신의 회사는 당신이 꿈을 이루는 곳인가? 슬프게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당신에게 회사는 어쩌면 현금지급기일 뿐인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이책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책은 가상의 회사가 실행한 프로그램에 관한 픽션이다. 이책에 등장하는 회사는 우리가 흔히 보는 용역회사이다. 건물의 청소를 대행하는 용역회사 말이다.

예전에 업무와 관계해 그런 용역업체의 오너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의 회사에 별 자긍심을 느끼지 못했다. 오너가 그런데 그 직원들은 어떻겠는가?

소위 막장 인생들이 모이는 업종이 된 그런 회사의 특징은 높은 이직율이다. 이책의 업체는 이직율이 400%에 달했다. 3달 일하다 나가는 것이다.

이직율은 비용을 만든다. 대개 임금의 25-15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의 COO는 어떻게 하면 이직률을 낮출까 고민하다 직원들에게 묻기로 했다. 왜 회사를 그만두는가? 설문조사 결과 교통문제가 가장 컸다. 교외에 있는 회사까지 가려면 교통이 불편했던 것이다. 이런 업체에 다닐 사람이면 미국이라도 차가 없다. 그런데 매니저들은 자신처럼 당연히 직원들도 차로 출퇴근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회사는 통근버스를 운영하기로 했고 이직률은 반으로 줄었다.

그 결과를 보면서 COO는 교통편의만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로 회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알게 된다.

곧 떠날 사람이란 눈으로 직원을 보는 회사에서 직원은 손님이며 그들의 노동은 돈을 주고 사는 상품일 뿐이다. 그러나 회사가 인간으로 직원을 생각해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독을 풀어놓은 것같던 회사의 공기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COO는 이직율을 더 낮출 방법을 생각해낸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바로 꿈이다. COO는 다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질문지에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한 문장 밖에 없었다. 가장 많은 답변은 내집 장만이었다.

COO는 직원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채용해 드림 매니저란 직책을 준다. 대개 사람들의 꿈은 재정적인 기초가 필요하다. 처음 고용된 사람은 자산관리사였다. 그는 직원들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유럽여행을 갈 수 잇도록 또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주고 방법을 같이 고민해준다.

그후 드림 매니저는 600명이 안되는 회사에서 10명까지 늘었고 이직률은 10% 초반이 되었다. 이직률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매 분기마다 오른다. 그리고 직원들이 애사심이 생기면서 스스로 청소도구를 절약하고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열심히 하면서 생산성도 대폭 증가한다.

이직률이 떨어지고 나서 이직률 뒤에 숨어있었던 비용이 드러난 것이다. 대충 대충 일하는 직원들의 태도 자체가 막대한 비용이었던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이책은 픽션이지만 마지막 장에 따르면 실제 저자가 자신으 회사에서 실행하고 있는 제도를 가상의 회사로 무대를 옮겨 픽션으로 꾸민 것이다.

물론 이책의 내용은 가상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빠져있고 실제 시행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실행 가능한 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제도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왜 그런 제도가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자체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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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서스 - 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니알 퍼거슨 지음, 김일영.강규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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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

집단의 경험을 역사라 한다면 미국은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나라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이책은 미국이 어떻게 같은 실수를 반복해왔는가에 대한, 다시 말해 미국의 어리석음에 대한 저자의 한탄이다.

저자는 미국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세계에서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자리를 대신할 어떤 나라도 없는 유일한 패권국이다. 미국의 쇠퇴를 말하며 다극체제를 말하지만 실제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극체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는 진공을 싫어한다. 힘의 공백이 생기면 언제든 그 공백은 메워졌다.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계적 차원의 무정부상태가 되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문제는 미국을 대신할 마땅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절대무력과 경제력, 문화적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은 패권국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힘의 의미를 그 힘의 의무와 권리를 미국이 모른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한탄한다. 그리고 그 무지는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다고 자신에 대한 위선으로 보일 정도인 환상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미국이 저질러온 무지와 실수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저자가 작성한 목록의 마지막에는 이라크란 재앙이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걸프전 당시 제거되어야 했었던 후세인은 그 후 10여년동안 미국이 이끄는 세계질서를 비웃고 있었다. 후세인을 놔둔다면 질서에 대한 모독이 되고 아무도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했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가 마무리하지 못한 문제거리를 청소하기로 한 것이다.

두번의 이라크 전쟁이 석유 때문이라 비아냥하지만 그것은 큰 이유가 아니다. 중동석유에 의존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들 부시의 방법이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유일한 패권국으로서 세계질서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각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졸렬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유를 저자는 역사에 대한 무지이며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대한 무식 때문이라 말한다.

부시는 영국이 1차대전 직후 이라크에서 어떻게 했는가에서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미국이 배우지 못한 것은 이라크에서의 영국의 경험만이 아니다. 역시 유일한 패권국이었던 영국의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대영제국에서 미국이 배워야 할 것은 유일한 패권국이 무슨 의미인가를 이해했던 영국의 자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영국은 자신이 제국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유일한 패권국이라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책임있게 행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패권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동의를 얻었고 심지어 영국의 식민지들에서도 동의를 얻었다. 제국이든 패권국이든 동의없이 건설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 인디언을 학살하면서 영토확장을 한 것 자체가 제국의 행동이다. 미국의 힘은 그렇게 만들어진 방대한 영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이 제국이라는 자의식이 없었다.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가끔씩 제국주의적 행동을 할 때도 일을 망치기 일수였다. 하와이와 푸에르토리코를 제외하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부터 바다 밖으로 뻗어가려 할 때마다 실패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실과 자의식의 불일치는 이제 유일한 패권국이 된 지금 더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린턴 시절 마지못해 끌려간 소말리아에서의 망신은 패권국이란 의식이 없는데서 오는 유약함과 의지박약이 문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가 용감하게 뛰어든 이라크에서도 선거를 의식할 수 밖에 없기에 단기결전으로 소풍가듯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순진함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패권국이지만 그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지도 없고 그 책임을 다할 희생을 치룰 각오도 없다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2003년에 쓰여져 2004년에 출판된 이책은 당시 제국을 말하던 미국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제국을 부정적으로가 아니라 현실로서 인정하자는 당시의 분위기에서 쓰인 이책의 어조는 지금에 와서보면 낯설 수도 있다. 몇년후 비슷한 주제로 쓰인 '제국의 미래' 같은 책과는 상당히 어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이책은 미국이 대영제국이나 로마와 같은 제국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세계에게도 유익하다는 주장을 한다. 문제는 미국의 의지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재정적자의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뒤에 나온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에선 미국이 제국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로서 대영제국이나 로마와 같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몇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책의 분위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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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 Trap - BEAR STEARNS의 몰락과 2008년의 패닉
Bill Bamber 지음, 김규진 옮김 / 리딩투자증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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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금융위기가 공식화된 것은 베어 스턴즈 투자은행이 파산으로 몰리면서 이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번역된 ‘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을 보면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를 감지하고 진화에 나선 것도 베어 스턴즈의 파산위기부터였다. 그리고 이책은 베어 스턴즈의 위기가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부풀려져 갔고 그 결과 어떻게 베어 스턴즈가 죽게 되었는가를 다룬다.

베어 스턴즈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저자는 베어 스턴즈의 파생상품부문 상무이사(Senior managing director)를 맡고 있었다. 베어 스턴즈의 위기가 시작된 것은 다들 알다시피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시작되면서 부터 엿다. 저자의 부서에서는 사태가 시작되기 이전,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예측했고 그 붕괴에 베팅하는 상품을 개발해 이익을 올렸다. 그런 예측은 저자만이 한 것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그런 예측에 따라 숏 포지션에 베팅하고 있었고 이득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베어 스턴즈 산하의 헤지 펀드 2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들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에 걸고 있었다. 문제는 예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2가지 규정을 어겼다는데서 터져 나왔다.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잃을 것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도록 설계가 되어 잇었지만 반 이상이 보험 없이 노출되었었다. 그렇더라도 규정에 따라 손절매를 해 손실을 털어버렸다면 피는 흘렸어도 회사 휘청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도 않고 끝까지 쥐고 있다 펀드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

거액의 손실이 알려지면서 베어 스턴즈는 시장의 희생양이 된다. 베어 스턴즈의 손실은 막대했지만 회사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베어 스턴즈는 충분한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금융업은 평판이 모든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의 과정은 베어 스턴즈의 평판이 어떻게 무너지면서 뱅크 런(인출사태)로 이어졌는지 언론의 몰매와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상황을 묘사하면서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저자는 묘사한다. 그리고 그러한 무력함은 Fed에 의해 JP 모건에 인수될 때도 이어진다. 패장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책은 베어 스턴즈에서 문제가 어떻게 시작되어 은행이 어떻게 파산할 수 있는가를 회사 내부의 시각에서 보여준다.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책은 여러권이 나왔다. 그러나 이책처럼 은행 내부의 눈에서 위기가 은행에서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책의 가치는 이미 넘치도록 나와있는 거시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은행 단위의 미시적 관점에서 위기를 보여준다는데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자의 시야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당시 베어에서 실제적으로 저자의 직위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팀장이라 볼 수 있다. 팀장 수준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에서처럼 베어의 CEO와 Fed 그리고 모건의 CEO 사이에 오간 협상의 내용 같은 것은 이책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이번의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의 한가운데서 손 쓸 수 없는 재앙에 어떻게 은행이 휩쓸려가고 그 은행에 속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그가 무력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상황을 읽을 수 있다는데 이책의 가치가 있다. 이책에서 묘사되는 은행의 파산과정은 금융위기 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과 같이 내부자의 시선을 담고 있는 책은 드물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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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필재, 유승렬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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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조종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잘한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지상을 잘 볼 수 없다. 땅에서 발을 딛고 있어도 지상의 전체상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간인 헬기의 고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지상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앞으로 그 땅이 어떻게 개발될지 잡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원의 위치에서 중간간부의 위치에서 기업의 전체상은 잡히지 않는다. 정상에서 내려다볼 때만 회사의 전체상이 잡히고 회사의 방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GE에선 CEO의 그러한 조망점을 헬콥터 뷰라고 말한다.

경영학자나 컨설턴트가 쓴 경영서적들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관점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장에선 쓸모가 없거나 적용하기가 난감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CEO들이 쓴 책이나 CEO들을 다룬 책들을 보면 현장감이 살아있다. 헬리콥터 뷰때문이다.

이책은 헬리콥터 뷰에서 CEO들이 어떻게 경영을 이해하는가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CEO들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이책처럼 한국의 CEO들을 다룬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CEO들을 수백명 단위로 샘플링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계로 정리해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은 더더욱 드물다.

이책에서 조사한 항목은 여러가지이다. 오너 경영이 좋은가 전문인 경영이 좋은가? 성장이냐 이익이냐? 대출인가 자기자본인가? 주주이익이 중요한가 stakeholder가 중요한가? 등 경영학의 일반적인 주제부터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자기계발은 어떻게 하는가? 아침형인가 올빼미인가?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등 개인으로서 CEO들은 어떻게 사는가 같은 다양한 질문들에 어떻게 답했는가를 통계로 보여준다.상당히 유용한 데이터이다.

그러나 데이터들만으로는 책이 건조해지기 쉽다. 물론 통계를 보여주면서 그 의미도 나름 해석하고 있지만 수치 자체에서 의미를 끌어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재미와는 어쩌면 거리가 먼 구성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책의 저자는 그렇게 통계를 보여준 다음 실제 CEO들을 한명씩 골라 각 챕터마다 CEO와의 인터뷰를 게재하고 경영학자나 컨설턴트들의 일반론을 그 뒤에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CEO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볼 수 있는 통계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름 한자리를 굳힌 대표적인 CEO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숫자에선 알 수 없는 것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책은 자료로서 상당히 유용하다. 물론 그 자료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그만한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숫자만으로 무미건조하게 구성되어 잇지도 않아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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