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서스 - 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니알 퍼거슨 지음, 김일영.강규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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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

집단의 경험을 역사라 한다면 미국은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나라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이책은 미국이 어떻게 같은 실수를 반복해왔는가에 대한, 다시 말해 미국의 어리석음에 대한 저자의 한탄이다.

저자는 미국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세계에서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자리를 대신할 어떤 나라도 없는 유일한 패권국이다. 미국의 쇠퇴를 말하며 다극체제를 말하지만 실제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극체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는 진공을 싫어한다. 힘의 공백이 생기면 언제든 그 공백은 메워졌다.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세계적 차원의 무정부상태가 되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문제는 미국을 대신할 마땅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절대무력과 경제력, 문화적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은 패권국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힘의 의미를 그 힘의 의무와 권리를 미국이 모른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한탄한다. 그리고 그 무지는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다고 자신에 대한 위선으로 보일 정도인 환상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미국이 저질러온 무지와 실수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저자가 작성한 목록의 마지막에는 이라크란 재앙이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걸프전 당시 제거되어야 했었던 후세인은 그 후 10여년동안 미국이 이끄는 세계질서를 비웃고 있었다. 후세인을 놔둔다면 질서에 대한 모독이 되고 아무도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했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가 마무리하지 못한 문제거리를 청소하기로 한 것이다.

두번의 이라크 전쟁이 석유 때문이라 비아냥하지만 그것은 큰 이유가 아니다. 중동석유에 의존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들 부시의 방법이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유일한 패권국으로서 세계질서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각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졸렬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유를 저자는 역사에 대한 무지이며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대한 무식 때문이라 말한다.

부시는 영국이 1차대전 직후 이라크에서 어떻게 했는가에서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미국이 배우지 못한 것은 이라크에서의 영국의 경험만이 아니다. 역시 유일한 패권국이었던 영국의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대영제국에서 미국이 배워야 할 것은 유일한 패권국이 무슨 의미인가를 이해했던 영국의 자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영국은 자신이 제국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유일한 패권국이라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책임있게 행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패권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동의를 얻었고 심지어 영국의 식민지들에서도 동의를 얻었다. 제국이든 패권국이든 동의없이 건설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 인디언을 학살하면서 영토확장을 한 것 자체가 제국의 행동이다. 미국의 힘은 그렇게 만들어진 방대한 영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이 제국이라는 자의식이 없었다.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가끔씩 제국주의적 행동을 할 때도 일을 망치기 일수였다. 하와이와 푸에르토리코를 제외하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부터 바다 밖으로 뻗어가려 할 때마다 실패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실과 자의식의 불일치는 이제 유일한 패권국이 된 지금 더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린턴 시절 마지못해 끌려간 소말리아에서의 망신은 패권국이란 의식이 없는데서 오는 유약함과 의지박약이 문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가 용감하게 뛰어든 이라크에서도 선거를 의식할 수 밖에 없기에 단기결전으로 소풍가듯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순진함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패권국이지만 그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지도 없고 그 책임을 다할 희생을 치룰 각오도 없다는 것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2003년에 쓰여져 2004년에 출판된 이책은 당시 제국을 말하던 미국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제국을 부정적으로가 아니라 현실로서 인정하자는 당시의 분위기에서 쓰인 이책의 어조는 지금에 와서보면 낯설 수도 있다. 몇년후 비슷한 주제로 쓰인 '제국의 미래' 같은 책과는 상당히 어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이책은 미국이 대영제국이나 로마와 같은 제국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세계에게도 유익하다는 주장을 한다. 문제는 미국의 의지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재정적자의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뒤에 나온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에선 미국이 제국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로서 대영제국이나 로마와 같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몇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책의 분위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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