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 - 스티브 잡스를 움직이는 7가지 특별한 원칙
카민 갤로 지음, 박세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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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리 위로 떨어진 사과를 보고 중력이론을 고안했다는 뉴튼의 일와에 따르자면 창조적인 생각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일어난다. 무작위적이고 변하기 쉬우며 불가사의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창조적인 혁신은 정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이 밝혀졌다. 탁월함처럼 혁신도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을 열심히 해야 생긴다는 뜻이다. 혁신은 전문가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단히 오랫동안 몰두해서 이를 테면 창조적인 에너지가 충만해진 결과로 생긴다. 다시 말해 깨달음의 순간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몰입하다 보면 커다란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창조적인 생각은 날벼락처럼 갑자기 생긴다는 이론의 또 다른 전형적인 인물인 미켈란젤로는 ‘내가 기술에 통달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그 능력이 마냥 멋져보이지는 않을것이다’고 말했다.”(매슈 사이드)

스티브 잡스, 애플에 관한 책이 쏟아진다. 그 이유는 혁신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혁신을 이루어내는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과연 비법이 있을까? 비법 같은 것은 없다. 앞의 인용에서 미켈란젤로가 말하듯이 애플이 내놓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면 그렇게 멋져 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100개 이상의 실물 크기 모델을 만든다고 한다. 한 개의 모델을 만드는데 100만엔이 든다고 가정할 때 일본 제조업체는 5개를 만들 예산밖에 없다며 그 정도 선에서 모델 만들기를 그만두지만 애플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예산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품 크기가 2밀리미터 변하면 감촉도 바뀌기 때문에 애플에서는 토론을 커쳐 사양이 2밀리미터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실물 크기의 모델을 만들어 그 감촉을 직접 확인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태어나는 제품은 실제로 실물을 보고 만져보지 않으면 그 장점이 전해지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잇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고 만지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하야시 노부유키)

애플의 제품은 혁신적이고 멋지다. 그러나 그 혁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면 그렇게 멋지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에디슨의 말대로 그것은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책은 스티브 잡스가 그리고 애플 직원들이 어떻게 99%의 땀을 흘릴 수 있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책은 그 노력의 7가지 원칙을 말한다.

첫번째 원칙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 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지 마십시오. 일단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공한 기업가와 그렇지 못한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은 ‘열정’과 ‘인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업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무척이나 고된 일입니다. 성공을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포기’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너무 많은 노력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두번째 원칙은 세상을 바꿔라, 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비전에 관한 것이다. 사업가로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열정과 인내를 가질 수 잇다하더라도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혁신은 팀 스포츠칩니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짐을 함께 산 정상으로 옮겨야 합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열정과 인내를 가져야 사업은 성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정과 인내를 공유할 것인가? 그것은 비전이다. ‘세상을 바꾸자’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는 말로 요약되는 애플의 비전.

“매킨토시 사업부 직원들은 모두 똑 같은 꿈을 꾸고 잇었습니다. 그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사회적으로 창의력을 높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물론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엇지요. 우리는 모두 컴퓨터가 앞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일주일에 무려 90시간을 일햇습니다.”(가이 가와사키)

세번째 원칙은 창의성을 일깨워라ㅡ 라고 저자는 말한다. 혁신은 힘들고 고통스런 노고의 결과이다. 그러나 혁신이 뉴튼의 사과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에도 효율적인 원칙이 있다. 그리고 잡스는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몫을 해낸다. 그가 제시하는 방향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6년간 3,000명의 기업 중역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하버드의 연구 프로젝트가 잇다. 연구 결과 혁신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외형상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물을 연관짓는 능력(associating)’으로 나타났다.” 혁신가들은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서로 다른 분야의 주제와 아이디어를 차의적으로 조합한다.”

저자는 이 연구결과가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사물을 조합하는 능력을 말한다.”는 잡스의 말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맥세이프라는 노트북 어댑터는 복잡한 전선을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잇는 커넥터가 달려 잇다 잡스가 맥세이프를 개발한 이유는 너저분하게 늘어진 전원 케이블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 책상위의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잇기 때문이엇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잡스가 컴퓨터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전기밥솥에서 맥세이프의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전기밥솥에 달린 ‘낡은 아이디어’라고 편하했다. 물론 그렇다. 맥세이프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잡스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진정한 차별화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저자는 4가지 원칙을 더 말한다. 그러나 위에서 요약해 보인 원칙이나 이후에 저자가 말하는 원칙들은 낯선 것이 아니다. 적어도 스티브 잡스에 대해 어느 정도 읽은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이다. 잡스식의 창의성이나 뒤에 언급되는 우아함 또는 단순함 아래 숨은 땀,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등등.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새로울 것없는 그렇고 그런 내용을 또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가치는 일반화에 있다. 애플에 관한 책을 보는 이유는 배우기 위해서이다. 애플에 들어가 그렇게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애플 자체의 맥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잇는지 잘 알아야 하고 그것이 다른 맥락에선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은 둘 중 하나이지 둘다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두가지를 한권의 책에서 만족시키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구성은 한가지 원칙에 대해 먼저 애플 자체의 맥락에서 자세히 다루고 다음 챕터에선 그 원칙이 다른 기업의 사례에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두가지를 한권의 책에서 포괄하는데 성공하고 잇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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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Pride 12 - 완결
이치조 유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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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전차’라는 오래 된 영화가 있다. 1981년 만들어진 이 고전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은 둘이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영국의 육상선수로 뛰어던 에릭 리델(이언 찰슨)과 해럴드 에이브러험(벤 크로스). 에릭은 자신을 하느님에게 바친 사람이다. 에릭은 달린다. 달리는 재능을 준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달린다.

100미터 결승전이 일요일에 열렸다. 하느님의 종인 에릭은 일요일에 달릴 수 없다. 영국 황태자가 부탁하는데도 그는 단호하다. "국왕보단 하느님.." "국가보단 천국.."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그는 자신의 두 다리로 얻은 금메달도 하느님의 영광으로 하느님에게 돌린다. 에릭은 그런 사람이다. 나중에 에릭은 선교사로 중국에 가 거기서 하느님의 곁으로 간다.

그러나 유태인인 해럴드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일생을 살아간다. 유태인으로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달린다.

둘은 서로의 열정과 신념을 존경한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다리는 이유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그런 그들의 경쟁과 그들이 누린 승리의 기쁨을 보여주면서 그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불의 전차’처럼 ‘프라이드’란 제목의 이 만화 역시 주인공 두 사람의 경쟁을 그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성격 역시 유사하다. 그러나 ‘불의 전차’가 선의의 경쟁이라면 이 만화는 악의의 경쟁이다. 그것도 일방적인.

“시오씨는 정말이지 하느님한테 사랑받고 있나 봐요. 그 사람은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요.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그런 오라는 절대로 못 당해요. 주역이 될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은 처음부터 주역이에요.”

이탈리아 라 스칼라 좌의 프리마돈나였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딸로서 어울리는 재능, 화려한 이태리 오페라에 어울리는, 동양인으로서는 드문 화려함이 있는 미모.

태어날 때부터 주역인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주어진 사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어서 아무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은 특징은 기품이 있다는 것이다. 기품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품이 무엇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으로 기품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정년을 앞두고 이제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 있는 노교수님들을 보면서 사람의 기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교수님들의 기품은 연륜이 만든 것이다. 그 나이가 되었다고 모두 그런 기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다닐 때 그런 기품을 가진 분은 손 안에 꼽았다. 한국이란 사회에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얻었고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위치에 오른 분들에게서만 그런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기품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주어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야하는 사람은 절대 그런 기품을 가질 수 없다. 가질 수 있다면 노년에 이르러 인생을 완성할 때만이 가능하다.

“가능하고 말고요 파롯티(파바로티의 이름을 작가가 꼬은 것)의 추천인걸요. 이 세상은 슬프게도 연줄과 돈이에요. 미래의 퀸 레코드 사장부인이시잖아요. 더군다나 시오 씨에게는 실력과 미모까지 있어요. 무적이죠”

그런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좋겠네요. 시오 씨는 부자에다 방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수업료가 비싼 미카 음대에 다니고 키하라 사와코의 딸이라니 미인에다 빽까지 있다니 짜증나요." 이 만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모에의 말이다.

“의심같은 건 할 줄 모르도록 잘 자란거야 사랑받으면서 귀하게 자랐겠지 항상 당당하고 켕기는 건 전혀 없을 걸? 너한테 소중한 건 인간으로서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거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시오. 그런 시오는 모에에겐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는 그녀에겐 없었으면 더 좋았을 사람에 불과하다. 어릴 때부터 그녀가 들어온 말은 너란 짐덩어리 때문에 남자들과 잘되지 않는다는 말 뿐이었다.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려운 형편에 학비로 쓸려고 벌어온 돈을 뺐어 호스트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어머니.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평범한 학교에 평범한 재능 평범한 미모.

시오는 그런 그녀에게 없는 모든 것을 가졌다.
“짜증나 이 여자를 만나면 항상 그래 내가 얼마나 비천한 인간인지를 확인하게 돼 더렵혀주고 싶어”

“언제까지나 처음 만났을 때 맛봤던 비참함이 지워지질 않아 내 비열함이 치사함이 비참해져 이 여자가 더러워지면 좋을 텐데 불행져서 울면 좋을 텐데 이 여자한테 이기지 못하면 이 비참함은 평생 없어지지 않을지도 몰라. 필요없어 난 그런거 필요없어 더럽혀지든 미움을 받든 최후에 승리해서 웃고 말거야.”

이 만화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을 만큼 막다른 곳에 몰려 있는 여자와 자존심이 방해를 해서 고지식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여자”의 경쟁을 그린다.

시오에게 모에 같은 사람은 처음이 아니다.

"나는 시오랑 피아노 배우기 싫어 짜증난단 말야. 시오만 점점 더 잘 치고."
"엄마가 비교해서 싫어 시오를 본받으라고 하잖아.'
'어쩐지 난 들러리 같아서 상처를 받게 돼 나도 나름대로 예쁜데'
'시오는 너무 잘났어. 난 부자다, 라는 듯한 태도라니까'
'부자라서 어머니의 피를 물려 받아서 하느님한테 편애를 받으니까.'
'정론을 무기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당신하고 있으면 왠지 제 자신이 점점 비참하게 느껴져서... 똑같은 인간인데 왜..!" 불공평하다. 그러나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은 그런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면 그런 말을 들어 와야 했던 사람은 어떨까? ‘지긋지긋해 이 말을 듣는 게 벌써 몇번 째지?'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미안해요 그쪽이 짜증난다고 해도 어쩔수가 없네요."

“차갑고 냉정한 태도는 저 가정환경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터특한 성격이야 동성으로부터 끊임없는 질투가 지긋지긋해서 터득한 내 성격 아 그렇구나 자기에게 필요없는 것은 잘라내 온 삶의 방식이 닮은 거야” 그녀가 약혼자의 부모를 만난 느낌이다.

그러나 카이사르라면 어떻게 했을까? 카이사르는 모욕을 당해도 너그럽게 웃어넘기는 사람이었다. “분노나 복수는 상대를 자신과 대등하게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고 일어날 수 있는 행위다. 카이사르가 평생 이것과 무관했던 것은 분노나 복수가 윤리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월한 자신이 왜 열등한 타인의 수 준으로 내려가서 그들과 똑같이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그들과 똑같이 복수심을 불태워야 하 는가.”시오노 나나미가 그리는 카이사르이다. 정적을 가차 없이 제거했던 술라와 정적을 포용하고 관용을 베풀었던 카이사르는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었지만, 이 점에서는 양극단이었다. 후세 역사가 들은 이런 카이사르를 '진정한 귀족 정신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기품의 본질은 여유이다. 강자의 여유이다. 세상 무엇도 자신을 흔들지 못한다는 자신감이다. 카이사르가 해적에게 잡혔던 이야기는 그 여유의 본질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해적에게 붙잡혔을 때 카이사르는 타고난 천성대로 해적을 마음껏 무시했고 이런 점은 오히려 해적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며 공포에 빠진 포로는 익숙했지만 카이사르처럼 해적을 자신의 바쁜 일정을 잠시 방해하는 훼방꾼 이상으로 보지 않는 포로는 처음이었다. 카이사르는 자기 몸값이 겨우 20달란트(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모욕감을 느끼고 스스로 몸값을 50달란트(은화 30만냥)까지 올리기도 햇다. 카이사르는 동료 한 명과 노예 두명만 남기고 나머지 일행에게 몸값을 가져오게 햇다. 카이사르는 포로로 지내는 40여일 동안 해적과 어울려 식사를 했고 그들의 체력훈련에 동참하기도 했다. 시를 지어 들려주었다가 해적들이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 천박하고 난폭한 야만인이라고 면박을 주기도 햇다. 이런저런 주문을 하기도 했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노예를 시켜 해적들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또 자신이 풀려나면 반드시 다시 돌아와 모두 책형에 처해 죽이고 말겠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기도 햇다. 해적들은 이 대담한 젊은이를 무척 좋아햇고 몸값을 실은 배가 도착하자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였다. 카이사르는 떠들석하게 웃고 손을 흔들며 해적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바로 배와 의용군을 징발해 해적들에게 돌아와 모두 체포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필립 프리먼)

원래 기품은 귀족을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 귀족은 여유를 타고 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의 애정을 한몸에 받으며 자랐다. 평생 동안 그를 특징지은 것은 하나는 아무 리 절망적은 상태에 빠져도 유쾌한 기분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낙천적일 수 있었 던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나이에게 최초로 자부심을 심 어주는 것은 어머니의 애정이다.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면, 자연히 자신감에 뒷받침된 균형감각을 얻게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적극성도 어느새 저절로 몸에 배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이다. 시오 역시 카이사르와 마찬가지 환경에서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시오를 말할 때 사람들은 기품이란 말을 쓴다.

그러나 그녀의 기품은 불완전하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은 오페라 가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교과서대로의 우등생의 노래따윈 아무런 매력도 없다구 콩쿠르에서는 평가받을지 몰라도 그걸로 끝이야.’

시오를 괴롭힌 것은 질투만이 아니다. 거물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의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성격도 목소리도 다른 데 (어머니는 리릭 소프라노이나 시오는 메조 소프라노이다)도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창법을 흉내내도록 만든다.

질투와 압박감은 시오를 방어적으로 만들었고 배우로서의 한계를 만든다.

“인간미란 매력하고 관계가 있구나 나 그렇게 매력이 없었어?”
“그럼 있는 줄 알았어? 시오는 화장실도 안 가는 인형이었어 땀도 안 흘리고 경계가 철저해 보이는데다 매너는 좋지만 타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느낌이었지 오페라엔 속물스러운 성격의 인간들이 수두룩해서 시오에겐 도도한 공주역 밖에 안 어울릴거라고 생각햇어”

그러나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위기라는 이름의 기회가. 아버지가 파산하면서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난 말야 시오 네 그 공주님 근성이 걱정이야 이젠 부모도 돈도 친척도 없잖아 정론이 토용되지 않는 일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어. 사람은 말야 자존심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구.”

시오는 ‘불의 전차’의 이언 같은 사람이다. “난요 노래는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노래할 때마다 조금씩 신께 돌려드리는 거라고.” 그렇기에 "나는 노래 공주.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하는 공주님. 자 드레스를 입었으면 하늘의 성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노래합시다. 나는 노래 공주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하는 공주님" 노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인 시오. 그러나 "이제 공주님은 끝... 날 지켜주던 아빠는 없어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없어."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지켜주던 것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

시오는 자신이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모에에게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모에가 갖고 있는 비장감은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트라우마에서 온 것이겠지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알 수 없는 외로운 마음 방황하는 영혼 울부지는 듯한 애절함"

“난 이렇게 살아서 걷고 있어 견디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

인형 같은 우등생의 노래와 달리 재능도 미모도 평범한 모에는 배우로서 탁월하다. 그녀의 삶이 준 불행 덕분에 탁월한 표현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에의 노래는 슬프다. "넌 향상심보다 투쟁심이 더 강해서 큰일이야 남과 비교해서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잖아 그래서 노력도 하고 근성도 잇지 다만 남과 비교를 해봤자 기분은 좀 좋겠지만 그다지 행복해지진 않아 그보다는 열심히 자신과 싸워 봐 남하고만 싸우다간 무너지고 말아."

이런 사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오가 모에를 보면서 자신을 채워가려 하듯이 모에 역시 시오를 보면서 노력한다. "그녀가 노력할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지만 그건 힘들고 너무 슬퍼. 행복해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잖아. 자신을 좋아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는 없는거야"

그러나 시오가 모에를 경멸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녀의 투쟁심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불행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방법론이다. "성공의 비결을 가르쳐 줄까? 아무리 추해 보이더라도 주어진 기회에 달려드는 것. 그 방면 일류의 겉과 속을 아는 것." "꽤 고생을 한 모양이라 남의 마음을 잘 읽긴 하지만 그 놀라운 변신도 그렇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정말로 뭐든지 할 것 같아 이런 아이를 곁에 두는 건 위험할지도 몰라" 시오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모에보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모에가 사는 방식이다.

“그런 일이라고?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게 그런 일이야? 철면피 그런짓까지 하면서 우승하고 싶었어?”
“괜찮아요 아픈 건 지금 뿐이니까 분이 풀렸나요? 이 정도로는 안되겠죠? 더 때려도 돼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넌 자존심도 없어?”
“그런 쓸모없는 건 버렸습니다.”

“울든 싸우든 상처받든 품성만큼은 나빠지면 안돼 알겠지 남을 떨어트리는게 아니라 자기가 올라가는 거야.” 이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두 여자는 서로를 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고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야 어른이란 부자가 된다 해도 유명해진다고 해도 그런 것과는 달라. 어른이 뭔지 알게 될 때가 올까?”

“도저히 가르쳐 줄수 없었던 인간미 있는 감정이나 색이 그녀에게서 풍겨나오고 있잖아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된다는 감각을 터득하려 하고 있어 우등생일 뿐이었던 이 아이가 거물이 되는건가 손에 꼽을 정도의 가수에게만 주어진다는 재능을 시오가 손에 넣으려 하는건가?”

‘부드럽고 자장가처럼 다정한 음색. 대단해 경직되고 정확한 우등생이 이렇게 요염하고 매력적인 가수로 변하다니’

모에 역시 성장한다. "전보다 깊이가 있네요. 부드럽고 따듯하고 예전의 서늘하고 외로운 이미지가 없어졌어요. 전 이쪽이 좋은데 모에 씨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_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지금의 모에에게는 딱이야. 아이가 생기고 그녀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 전처럼 독기가 없고 순수하고 따듯해. 무엇보다도 행복해 보여.늘 만족하지 못하던 그녀가 커다란 배를 쓰다듬으면서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는다니까."
“좀 상상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정에 굶주린 모에. 그런 그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그녀의 음악도 변한 것이다.

'모에 씨가 아이를 위해 노래하고 있다. 사랑스럽다는 듯이 정말로 사랑스럽다는 듯이 아기를 안듯이 그것 뿐인데 처음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해요. 늘 갖고만 싶어하던 모에 씨가 주는 기쁨으로 충만해 있닺니 사람이란 이렇게 변할 수 가 있군요. 난 전부터 당신이 싫었어요. 노래만이 우리를 이어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의당신은 멋져요. 당신과 노래하는 것은 나의 긍지에요. 앞으로도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동경하고 동경하고 질투하고 원망하고 상처 입힌 사람에게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긍지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당신과 노래하는 것은 나의 긍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러 왓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하느님 전 다시는 이 사람에게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요.'

이상이 이 만화가 그리는 세계이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이 만화의 작가는 일본만화에선 원로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런 원로가 만화 경력 40년에 만든 이 만화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돋보인다. 보통 사람에겐 낯설 수 밖에 없는 오페라의 세계의 내면과 그 세계를 배경으로 서로 어울릴 것같지 않은 성격의 라이벌을 그리는 이 만화는 삶의 깊이가 배어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10권까지는 긴장감을 가지고 그려지던 스토리가 11권부터는 멜로드라마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내 우상이에요. 시오 씨처럼 키우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책의 결말이다.

작가가 구상했던 것은 두 주인공이 삶의 여유를 갖게 되고 진정한 프라이드를 갖게 되고 둘이 서로를 존중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끝내려던 것같다. 그러나 실제 결말은 모에의 죽음으로 그리고 그녀가 시오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시오가 그렇게 느꼈듯이 모에의 비열함과 천박함은 좋아할 수 없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모에는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이다.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에 그리고 그런 구덩이에서 기어오르려는 그녀이기에 왠지 공감이 가고 끌리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진화는 임신으로 멈출 성격이던가?

엉성한 결말이다. 그러나 10권까지 두 주인공을 그려내는 솜씨는 원로의 원숙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이 시리즈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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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생을 열어나가라 -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김영선 옮김 / 문장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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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주리 주의 한 농장에서 자랐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버찌씨를 따는 것을 도와드리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딜 왜 우는 거니?’

어머니께서 이렇게 묻자 나는 울면서 ‘산 채로 매장될까봐 걱정되어 그래요’라고 말했다.

그 무렵 나는 모든 일이 고통스러웠다. 비 오는 날에 번개가 치면 벼락을 맞아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 굶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죽으면 지옥으로 떨어질까 걱정햇다. 노자를 벗고 인사를 하면 여자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려웠다. 그리고 나와 결혼해줄 여자는 한 사람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혼 후에는 어떤 말을 해야 좋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내가 지금까지 걱정해온 것 가운데 99%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엇다.”

이런 것을 보통 쓸 데 없는 걱정이라 한다. 걱정도 팔자인 것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이가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모른 채 생매장해버릴까 걱정을 하다니.

그러나 저자의 팔자가 과연 남의 팔자일까?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책은 바로 우리의 쓸 데 없는 걱정에 관한 책이다.

사실 우리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의 90%는 아무 의미없는 무용한 것이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걱정하고 고민한다.

왜 그럴까? 쓸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럴까?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다. 이책은 어떻게 하면 그런 쓰잘 데 없는 걱정으로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걱정도 팔자라며 그런 것이 쓰잘 데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런 것은 다 알고 있는 말이니 시간낭비이다. 그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그런 팔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작은 팁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가 캐리어 씨의 ‘마법의 공식’이라 부르는 것을 읽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나는 무서운 협박을 받고 있었다. 내가 경영하는 석유회사에는 여러 대의 배달용 트럭과 운전사들이 있었다. 그 즈음 물가 관리국은 거래처에 주는 배급량을 규제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몇몇 운전기가가 거해처에 주는 배급량을 속여서 남은 석유를 뒤로 빼돌린 모양이었다.

내가 그런 부정행위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가독관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사건을 묵인해 줄테니 뒷돈을 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증거서류를 보이면서 돈을 내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건이 신문에라도 나게 되면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회사가 무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24년전에 아버지가 새운 자랑스런 회사가… 고민했다. 사흘 동안 식사도 잊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밤. 우연히 카네기 씨의 강좌에 나갔을 때 얻은 책을 집어들고 캐리어 씨의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라’는 대목을 읽게 되엇다.

‘만약 내가 돈을 주지 않아 그자가 검사에게 고발한다면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회사가 망한다. 그것이 최악의 경우이다. 교도소에 들어갈 리는 없다. 업계에서 신용을 잃고 회사가 문을 닫게 될 뿐이다. 좋다. 그렇다면 회사는 망한다. 그건 그렇다고 하자.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무언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석유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잇다.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자 나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사흘 밤낮을 나를 괴롭히던 걱정의 안개가 옅어지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제 3단계인 ‘최악보다는 나은 해결책’에 직면할 수 있을만큼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서 해결책을 생각하는 동안 아주 새로운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변호사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내가 몰랐던 해결책을 찾아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변호사는 검사를 찾아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검사는 내 이야기를 듣고 이런 협박건은 예전부터 자주 있었으며 감독관이란 자는 수배 중인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이 경험 이후 나는 난처한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캐리어의 공식을 정용하고 있다.”캐리어의 공식은 이렇다.

1.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2.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3. 그런 뒤에 조용히 그 최악의 상황을 개선해간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15년 동안 나는 하루의 반나절을 회의로 소모햇다. 챗바퀴 돌듯 끝도 없고 결말도 없는 회의 때문에 나는 녹초가 되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방법이 있었다. 간단한 트릭이다.

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나에게 문제를 제출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의 4가지 물음에 답하는 각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제1문: 그 문제란 무엇인가?
제2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3문: 그 문제 대한 모든 가능한 해법은 무엇인가?
제4문: 당신이 제안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그 다음부터 나의 동료들은 어떤 문제를 갖고 나를 찾아오지 않았고 그들이 4가지 질문에 답하려면 온갖 사실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다 한 뒤에는 의논이니 하는 것이 필요가 없었다. 적당한 해법이 토스터에서 빵이 튀어나오듯 나왔기 때문이다. 회의시간은 1/3로 충분햇다. 순서 있게 논리적인 방법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회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하고 의논하는 데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의논보다는 실행에 중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걱정과 고민은 회의이다. 그리고 그 회의라는 것은 엄청난 증오를 받으면서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소개한 캐리어의 공식처럼 회의를 없애버리는 것도 간단한 팁으로 충분하다.

이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잇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걱정도 팔자야 란 무책임한 말만 던져놓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그 팔자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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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교과서 - 시대가 변할수록 빛을 발하는 불멸의 경영법칙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현창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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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는 경영이란 대단한 일이 아니라 말한다. 경영자가 하는 일이란 3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방향 설정, 자원의 배분, 사람 움직이기. 경영은 이 3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3가지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경영학을 아무리 공부해봤자 실천에 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3가지를 어떻게 하는가는 오직 해봐야만 알 수 잇는 것, 즉 훈련의 영역이다.

 

경영학과 경영은 전혀 다르다. 경영학은 우리가 실천하는 경여에 참고가 될 뿐이다. 경영학은 과거에 성공한 회사나 실패한 회사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학은 과거를 분석하지만 경영은 미래를 향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경영은 실천이다. 미래를 향해 행동하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타당성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경영자의 실력이다.”

 

그 실력은 오로지 훈련으로만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경영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에게 필요한 훈련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먼저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학과 심리학이다. 방향 설정과 그 외에 경영자의 업무에 이 두 가지 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경제학은 학문으로서 경제학이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움직임, 사람의 움직임,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막연한 말이다. 어떻게 세상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이책은 올바른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저자가 경영과 경영학은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책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경영업무는 사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저자의 말은 무슨 뜻인가? 허언장담인가?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다. 경영과 경영학이 다른 것은 철학이다. 경영학은 학문이다.그렇기 때문에 경영학은 증명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그러나 경영을 경영답게 하는 것은 증명할 수 없는 미래에 관한 것이며 어떤 미래여야 한다는 철학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지식들을 경영철학의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철학을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피터 드러커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에서 따온다.

 

경영자는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상 위에 마쓰시타의 길을 열다를 언제나 올려놓는다고 말한다. 100번은 더 읽은 책을 말이다. 저자는 서론과 에필로그에서 밖에 마쓰시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책은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을 교과서 식으로 체계화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마쓰시타는 경영에 관해 많은 말을 햇지만 가장 많이 기억되는 몇가지는 기업은 공기(公器)이다’ ‘댐 경영’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3가지는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의 입장에선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이며 철학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철학과 상반되는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한 회사도 많고 많다. 아니 대다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나의 일이어야 한다. 돈은 그 결과라고 생각해야지 돈을 목적으로 경영해서는 안된다. 좋은 기업이 되라. 좋은 기업이 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좋은 경영자란 겸허해야 한다. 교만한 자를 기다리는 것은 멸망 뿐이다.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이며 이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마쓰시타의 지론 중 몇가지이다.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은 올바른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말한다. 그러나 학문으로서 경영학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란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올바른 경영이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고 경영을 말할 수 있을까? 경영을 할 수 있을까? 경영학과 경영이 다르다고 말할 때 저자의 내심일 것이다.

 

올바른 경영에 관해 몰라도 성과를 낼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을 때 그 성과와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 공감한다면 이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책은 쉽다. 그러나 다른 서적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가치는 경영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쓰시타의 경영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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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달걀 4 - 완결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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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처음에 나오는 서양 속담이다. 주인공이 TV를 보며 요리를 할 때  나오는 말이다. 그 뒤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깨뜨리지 않으면 썩을 뿐이죠. 인생에서 벽에 부딪혔다면  껍질을 한번 벗어보세요." 이 만화는 주인공의 껍질이 강제로 깨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회사에 출근했을 때 로커의 대화는 구조조정이 주제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가 된다. 지방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껍질이 부서지는 이야기이다.

'지방에선 못 살아. 어떻게 하지 지금 일이 없어지면. 이런 시기에 다음 직장은 구할 수 없어!'
'벌서 모두 알고 잇구나 내가 짤렸다는 걸. 그렇다면 말이라도 걸어줘. 위로라도 좀 해줘. 너희들이 적당히 해온 일을 내가 다 처이해왔잖아. 친구잖아. 친구? 착각이었나. 시간 때우기 위한 사이였구나. 크게 믿지는 않았어... 만약의 경우에 전화할만한 사이도 아니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아. 누구에게도? 결혼...해 버릴까"

그러나 그녀의 껍질은 한번 더 부서진다. "회사 남자를 다 건드렸다는 타치바나 유가! 양디라 걸쳤었어? 나... 난 애인이 아니었어."

껍질이 부서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시골의 명문 여고를 나와 도쿄의 명문여대를 다니고 일류기업의 사무직원으로 남들이 가는 레일을 따라 별 생각없이 적당히 적당히 남이 하는대로 해왔을 뿐

"좀 기다려 줘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일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는 거야. 호황기에 입사해서 쉽게 쉽게 회사생활하고 세상을 안이하게 봤지.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잇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생각해볼게요. 지금 당장! 당장 쓸모있는 인간이 되겠어요!"
"8년씩이나 엄청히 있다가 이미 늦었어!"
꿈이다.

양다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리 마음이 아프지 않다. "이런 사람 좋아하지도 아무 것도 아니야." 연애도 진지하게 이 남자야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살 생각이었던 것도 아닌...

"대학 4년 회사원 8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따뜻해지지 않아.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아. 대단한 게 아냐. 인생을 정하는데 고집 외에 아무것도 없다니 뭘 하고 싶은지 자기 자신이 모르다니. 이대로 흘러가 버리면 또 똑같아."

그녀는 지사 발령 환송회 자리에서 퇴사를 결심한다. 이 만화는 그녀가 껍질을 깨고 나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막상 울분을 참지 못해 뛰쳐나왔지만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그러다 얼떨결에 점심을 먹던 카페에 점원으로 취직한다. 일단 급하게 땜방일 뿐이라 생각하고 구한 자리이다. 그러나 "내 적성에 맞고 돈도 되는 자격이 도대체 뭐야?" 어중간한 8년 경력의 사무경험 밖에 없는 30살의 그녀에게 다니던 직장같은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그녀는 임시라고 생각했던 카페에 계속 다니게 되고 건축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니는 연하의 건축학과 학생(27살)과 사귀게 된다.

애인의 친구들은 예술계통의 사람들이다. 조각, 그림, 사진 그들의 세계는 이렇게 표현된다. "좋아하는 걸 한다는 건 어설프게 해서는 안돼 정말 극소수의 사람밖에는 성공 못 해 대부분은 백수인 상태로 언젠가는 꿈을 접고 말아요. 자기를 잘 모르고 이루지 못할 꿈을 쫓아 주변사람을 슬프게 하는 일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난 아트는 잘 모르겠어. 강한. 강한. 강한 주장.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느낌. 아티스트들은 잘 이해가 안돼. 자기 중심적인 데다 제멋대로여서 어려워.' 그러나 '재능, 눈부심.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질투 때문에 괴로워...'

이 길지 않은 만화의 대부분은 연애 이야기이다. 그러나 주인공을 연애를 통해 자신은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던 껍질이 사라진 후 "불안 속에서 자기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른 채 멍하니 지내다 회사에 들어가 마음놓고 있다가 너무 마음을 놓은 나머지 무엇을 잊어버렸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다... 레일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게 되고 얌전하고 성실하고 착한 남자랑 결혼해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고 아이 낳고... 하지만 난 하고 싶었던게 있어.' 꿈이다. 깨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 만화는 그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껍질이 깨진 주인공의 오믈렛이 만들어지는 것은 카페 주인이 입원하면서 2달동안 가게를 책임지면서이다. 도쿄 요지의 집세를 낼만한 매상을 올리게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난후 "이런 것 회사다닐 때는 느끼지 못햇었어. 회사란게... 보람을 갖고 노력해보지만 남의 일이라는 느낌뿐이야. 자기 일이라고 느끼면서 일했던 적 없었어. 이런 느낌이구나." 카페 주인은 퇴원하고 나서도 그녀에게 가게를 떠안긴다.

'점장을 맡고 나서는 시간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하다. 그건 회사다닐 때도 마찬가지엿나? 예전에는 일에 쫓겨서 쉴 시간도 없이 일을 해도... 이렇다 할 강한 희망도 불만도 없는데도 항상 피곤했어.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포기했었어.' 그러나 지금은 "내 자신이 가장 놀랐어. 이렇게 이 가게를 소중히 여기다니.'

주인공의 애인이 콘테스트에 대상을 받는다. "같이 갈래? 이탈리아..." 주인공은 자신에게 묻는다. "예쁜 옷에 맛잇는 음식... 남자의 사랑받으면서 뭐 하나 불편한 것 없이 걱정없이 살고 싶어... 그게 아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뭐지?"

"레일만 따라가면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레일에서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고 자기 발로 걷지 않으면 이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됐어. 무엇보다 어디로 갈 건지를 스스로 결정해야만 했어."

'엄마 머리 속에는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없어. 집의 크기, 점포 규모, 돈이랑 그 누군가. 그 무엇인가에 기대면서 사는 것이 이미 기본이야. 기댈 수만 있으면 자기자신의 의견이나 감각은 안종에도 없어. 그래서 불안해서 불평불만만...' 고향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강제로 선을 보게 했을 때 주인공의 생각이다. 그러나 자신과 엄마가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우린 쌍둥이 같아...' 자신도 애인에게 기대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한다. 자신의 카페를 갖겠다고 '정말로 뭔가가 시작되는 거야. 나 스스로. 마츠는 이탈리아에 유학가고 나는 도쿄에 남는다. 저금을 깨서 내 가게를 여는 거야. 처음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두근두근 굉장히 무서워. 하지만 아무것도 못했던 OL 시절의 불안감과는 달라. 혼자야. 이제 혼자 가는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마츠 사실은 계속 쭉 마츠 곁에 있고 싶어 감기걸려도 금방 알 수 있는 곳에 하지만 그러면 나 게을러서 홀로서기할 수 잇는 실력이 안 생길거야. 금방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될거야. 그래서 이탈리아에는 안가.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느 사람이 되고 싶어 불안해도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해나갈 수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이 돼서 마츠와 가족이 되고 싶어. 마츠와 가족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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