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달걀 4 - 완결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만화의 처음에 나오는 서양 속담이다. 주인공이 TV를 보며 요리를 할 때  나오는 말이다. 그 뒤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깨뜨리지 않으면 썩을 뿐이죠. 인생에서 벽에 부딪혔다면  껍질을 한번 벗어보세요." 이 만화는 주인공의 껍질이 강제로 깨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회사에 출근했을 때 로커의 대화는 구조조정이 주제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가 된다. 지방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껍질이 부서지는 이야기이다.

'지방에선 못 살아. 어떻게 하지 지금 일이 없어지면. 이런 시기에 다음 직장은 구할 수 없어!'
'벌서 모두 알고 잇구나 내가 짤렸다는 걸. 그렇다면 말이라도 걸어줘. 위로라도 좀 해줘. 너희들이 적당히 해온 일을 내가 다 처이해왔잖아. 친구잖아. 친구? 착각이었나. 시간 때우기 위한 사이였구나. 크게 믿지는 않았어... 만약의 경우에 전화할만한 사이도 아니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아. 누구에게도? 결혼...해 버릴까"

그러나 그녀의 껍질은 한번 더 부서진다. "회사 남자를 다 건드렸다는 타치바나 유가! 양디라 걸쳤었어? 나... 난 애인이 아니었어."

껍질이 부서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시골의 명문 여고를 나와 도쿄의 명문여대를 다니고 일류기업의 사무직원으로 남들이 가는 레일을 따라 별 생각없이 적당히 적당히 남이 하는대로 해왔을 뿐

"좀 기다려 줘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일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는 거야. 호황기에 입사해서 쉽게 쉽게 회사생활하고 세상을 안이하게 봤지.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잇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생각해볼게요. 지금 당장! 당장 쓸모있는 인간이 되겠어요!"
"8년씩이나 엄청히 있다가 이미 늦었어!"
꿈이다.

양다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리 마음이 아프지 않다. "이런 사람 좋아하지도 아무 것도 아니야." 연애도 진지하게 이 남자야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살 생각이었던 것도 아닌...

"대학 4년 회사원 8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따뜻해지지 않아.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아. 대단한 게 아냐. 인생을 정하는데 고집 외에 아무것도 없다니 뭘 하고 싶은지 자기 자신이 모르다니. 이대로 흘러가 버리면 또 똑같아."

그녀는 지사 발령 환송회 자리에서 퇴사를 결심한다. 이 만화는 그녀가 껍질을 깨고 나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막상 울분을 참지 못해 뛰쳐나왔지만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그러다 얼떨결에 점심을 먹던 카페에 점원으로 취직한다. 일단 급하게 땜방일 뿐이라 생각하고 구한 자리이다. 그러나 "내 적성에 맞고 돈도 되는 자격이 도대체 뭐야?" 어중간한 8년 경력의 사무경험 밖에 없는 30살의 그녀에게 다니던 직장같은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그녀는 임시라고 생각했던 카페에 계속 다니게 되고 건축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니는 연하의 건축학과 학생(27살)과 사귀게 된다.

애인의 친구들은 예술계통의 사람들이다. 조각, 그림, 사진 그들의 세계는 이렇게 표현된다. "좋아하는 걸 한다는 건 어설프게 해서는 안돼 정말 극소수의 사람밖에는 성공 못 해 대부분은 백수인 상태로 언젠가는 꿈을 접고 말아요. 자기를 잘 모르고 이루지 못할 꿈을 쫓아 주변사람을 슬프게 하는 일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난 아트는 잘 모르겠어. 강한. 강한. 강한 주장.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느낌. 아티스트들은 잘 이해가 안돼. 자기 중심적인 데다 제멋대로여서 어려워.' 그러나 '재능, 눈부심.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질투 때문에 괴로워...'

이 길지 않은 만화의 대부분은 연애 이야기이다. 그러나 주인공을 연애를 통해 자신은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던 껍질이 사라진 후 "불안 속에서 자기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른 채 멍하니 지내다 회사에 들어가 마음놓고 있다가 너무 마음을 놓은 나머지 무엇을 잊어버렸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다... 레일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게 되고 얌전하고 성실하고 착한 남자랑 결혼해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고 아이 낳고... 하지만 난 하고 싶었던게 있어.' 꿈이다. 깨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 만화는 그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껍질이 깨진 주인공의 오믈렛이 만들어지는 것은 카페 주인이 입원하면서 2달동안 가게를 책임지면서이다. 도쿄 요지의 집세를 낼만한 매상을 올리게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난후 "이런 것 회사다닐 때는 느끼지 못햇었어. 회사란게... 보람을 갖고 노력해보지만 남의 일이라는 느낌뿐이야. 자기 일이라고 느끼면서 일했던 적 없었어. 이런 느낌이구나." 카페 주인은 퇴원하고 나서도 그녀에게 가게를 떠안긴다.

'점장을 맡고 나서는 시간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하다. 그건 회사다닐 때도 마찬가지엿나? 예전에는 일에 쫓겨서 쉴 시간도 없이 일을 해도... 이렇다 할 강한 희망도 불만도 없는데도 항상 피곤했어.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포기했었어.' 그러나 지금은 "내 자신이 가장 놀랐어. 이렇게 이 가게를 소중히 여기다니.'

주인공의 애인이 콘테스트에 대상을 받는다. "같이 갈래? 이탈리아..." 주인공은 자신에게 묻는다. "예쁜 옷에 맛잇는 음식... 남자의 사랑받으면서 뭐 하나 불편한 것 없이 걱정없이 살고 싶어... 그게 아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뭐지?"

"레일만 따라가면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레일에서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고 자기 발로 걷지 않으면 이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됐어. 무엇보다 어디로 갈 건지를 스스로 결정해야만 했어."

'엄마 머리 속에는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없어. 집의 크기, 점포 규모, 돈이랑 그 누군가. 그 무엇인가에 기대면서 사는 것이 이미 기본이야. 기댈 수만 있으면 자기자신의 의견이나 감각은 안종에도 없어. 그래서 불안해서 불평불만만...' 고향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강제로 선을 보게 했을 때 주인공의 생각이다. 그러나 자신과 엄마가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우린 쌍둥이 같아...' 자신도 애인에게 기대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한다. 자신의 카페를 갖겠다고 '정말로 뭔가가 시작되는 거야. 나 스스로. 마츠는 이탈리아에 유학가고 나는 도쿄에 남는다. 저금을 깨서 내 가게를 여는 거야. 처음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두근두근 굉장히 무서워. 하지만 아무것도 못했던 OL 시절의 불안감과는 달라. 혼자야. 이제 혼자 가는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마츠 사실은 계속 쭉 마츠 곁에 있고 싶어 감기걸려도 금방 알 수 있는 곳에 하지만 그러면 나 게을러서 홀로서기할 수 잇는 실력이 안 생길거야. 금방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될거야. 그래서 이탈리아에는 안가.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느 사람이 되고 싶어 불안해도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해나갈 수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이 돼서 마츠와 가족이 되고 싶어. 마츠와 가족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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