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행성 환상문학전집 6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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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유지할 수 있는 도구는 일정한 수를 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도구의 생산과 소비, 양쪽에 모두 최소한의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한정된 종류의 기술만을 배울 것이고 어떤 희귀한 기술을 가르쳐줄 전문가의 수가 충분치 않다면 그 기술은 맥이 끊어질 것이다. 뼈, 돌, 줄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살아남으려면 수가 많아야 한다. 진보는 비틀러기다가 퇴보로 바뀌기 쉽다.

기술적 퇴보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태즈메니아, 세계의 끝에 있는 섬이다. 이곳에 5,000명도 안 되는 수렵채집인이 아홉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잇다. 이들은 정체하거나 진보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보다 단순한 도구와 생활방식으로 퇴보했다.

이는 오로지 기존의 기술을 유지할 사람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처음 이들 원주민과 접촉했을 ㅜ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주민드에게는 본토의 친척들이 가진 기술과 도구 중 많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늘이나 송곳을 포함해 골각기는 전혀 없었다. 추울 때 입는 의복, 낚시바늘, 자루가 달린 도구, 미늘이 있는 창, 고기잡이 통발, 투창기, 부메랑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기술은 차근차근 가차없이 버려졌다. 예컨테 골각기는 점점 단순해지다 약 3,8000년 전부터 완전히 포기되었다. 골각기가 없어지자 가죽을 기워 옷을 만들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서도 거의 벗고 지내야 했다. 피부에는 바다표범 지방을 바르고 어깨에는 왈라비 모피를 걸치는게 전부다.” (매트 리들리)

헤인 시리즈 둘째권인 이책에선 태즈메니아인에게 일어난 일이 우주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맹은 오랫동안 적에 맞서 싸울 준비를 했어요. 더 강한 세계들은 더 약한 세계들을 도와 무장을 하고 대비를 하도록 했지요. 지금 우리가 가알에 맞서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과 약간 비슷할 겁니다. 마음듣기 역시 그들이 가르친 기술이었고 책에 따르면 온 행성을 다 태우고 별들마저 폭파할 수ㅜ 있는 불무기도 있었다고 해요. 내 동족들은 그 시대에 고향 세계를 떠나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어요. 그들은 당신네와 친구가 되고 당신들이 연맹의 일원이 되고 싶어할지 아니면 적에게 붙으려 할지 알아내고자 했어요. 하지만 적이 왔어요. 내 동족들을 태워온 배는 전쟁을 돕기 위해 왔던 곳으로 돌ㄹ아갔고 우리 중 일부는 세계에서 세계로 말을 전할 수 잇는 ‘멀리 말하기’와 함게 배를 타고 떠났지요. 하지만 일부는 이곳에 남았어요. 적이 올 경우 이 세계를 돕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고 그저 돌아갈 수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르지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기록에는 그저 배가 떠났다고만 하니까요. 내 생각에는 조상들은 배가 금세 돌아올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게 10년(지구시간으로 1000년)전의 일이죠.”

연맹이 침략을 받으면서 탐사대가 원시행성에 고립된다. 고립된지 지구시간으로 600년. 탐사대는 멸종의 위기에 있다.

“손에 쥔 푸른 도자기 잔은 무척이나 오래된 물건이었다. 다섯 번째 해(지구 시간으로 500년)에 만든 물건이었다. 창문 아래 서가에 꽂힌 수제 인쇄물도 오래디었고 창틀에 끼운 유리마저 낡았다. 그들의 사치품, 그들을 문명인으로 만들어주는 물건, 그들을 알테라로 유지시켜주는 물건은 모조리 옛ㄱ덧이었다. 아가트가 태어난 이후는 물론이고 그 찬참 전부터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기술과 영혼을 지지해줄 에너지나 영ㅍ는 없어진지 오래엿다. 지금 그들은 고작해야 유지하고 지탱해 나갈 뿐이엇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아니 문제의 근원은 인구감소였다. “한 해 한 해 최소한 열 세대에 걸쳐 그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아주 완만한 속도로 줄기는 했지만 매번 조금씩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들은 규모를 줄이고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옛 지식과 옛 관습을 가르쳣지만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삶은 점차 초라해졌고 정교함보다는 간소함에 분쟁보다는 평온에 성공보다는 용기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퇴보햇다.”

외계에서 온 종족에게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물학적으로. 원주민과그들은 유전자의 한두 분자가 다르다. 그러나 그 차이 때문에 그들은 그행성의 먹거리를 그대로 소화할 수도 없다. 효소를 정기적으로 먹어야 소화가 가능하다.

“고향 세4계는 태양에 좀더 가까웠고 일년의 길이가 월기(지구시간으로 1년) 한번만큼밖에 안됐어요. 책에서는 그렇게 말하지요. 생각해봐요. 겨울을 다 합쳐서 90일밖에 안된다면 어떨지…”
이말에 둘 다 웃음을 터트렸다.
“불 피울 시간도 없겠는걸요.”

그 행성에서 한 계절은 한 갑자와 맞먹는다. 임신이 되도 유산, 사산되는 비율이 높다. 생물학적인 부적응이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방법이 없다.

“어린 시절 느끼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그는 어른이 된 후 그 두려움에 이유를 붙였다. 그가 태어나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 조상들이 스물세 세대에 걸쳐 태어난 이 세계가 그의 고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종족은 이곳에서 외계인이었다. 그들은 마음 속 깊이 언제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먼 곳에서 난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조금씩 조금식 장엄할 정도로 느리게 식물처럼 끈기 있는 진화과정을 통해 접지를 거부하고 그들을 죽여갔다. 그러나 배는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죽어 없어질 것이다. 이곳에서의 삶, 이 세계에서의 긴 유배와 투쟁도 사기 조각처럼 깨어져 사라질 것이다.”

방법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다. 원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다.

“난 당신이 싫어 당신은 인간이 아냐 당신이 싫다고!” 후에 주인공의 아내가 되는 여자가 그에게 던진 말이다. 두 종족은 자신은 인간이라 부르면서 상대 종족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고 부른다.

“힐프가 뭐죠?”
“우린 당신들을 그렇게 불러요.”
“스스로는 뭐라고 부르고요?”
“인간”

퇴보하고 있지만 어쨌든 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그들이 원주민을 다른 종이라 보는 것은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원주민이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원시종족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 계획적인 진군은 힐프답지 않았다. 힐프들은 시간이나 공간을 아가트의 종족처럼 선형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방식으로 생가하지 안항ㅆ다. 그들에게 시간이란 한 발짝 앞, 한 발짝 뒤에서 빛나는 등불일 뿐이엇다. 나머지는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엇다. 시간이란 이날, 까마득한 일 년 중 바로 이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어휘가 아예 없었다. 그저 오늘과 ‘지난날’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최대한이라고 해봐야 다음 절기밖에 내다보지 않았다. 그들은 바깥에서 시간을 보지 않고 밤의 등불처럼, 몸의 심장처럼 시간 속에 들어 있었다.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공간이란 경계를 지어놓은 어떤 표면이 아니라 영역, 자아와 씨족과 부족의 중심에 자리한 심장부였다. 영역 주위는 가까이 접근하면 밝아지고 떠나오면 희미해지는 지역들이었다. 멀면 멀수록 희미했다. 하지만 경계선이나 한계선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은 인간이고 그 밖에 있는 사람은 인간일 수없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단순했다. 더군다나 혼혈도 되지 않으니 그들이 서로 어울릴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공동의 적을 만나면서 그들은 서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600년이란 시간이 그들의 유전자를 바꾸었다.

“생명체가 뭐라고요?”
“적응한다고. 반응하지. 변한단 말이야! 충분한 압력을 받고 충분한 충분한 세대가 흐르면 유리한 쪽으로 적응하게 되는 법…. 태양 방사선이 결국에는 이 생성에 적정한 생화학적 기준치까지 작용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산과 유산은 모두 과잉적응이거나 어머니와 표준화된 태아가 서로 맞지 않아서… 이상하군 이상해 이상해…! 이건 이종 교배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다시 듣겠어요.”
‘인간과 힐프 사이에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잇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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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 환상문학전집 5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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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헤인이라는 곳이 있다. 엄청나게 오래전부터 유지된 문명 세계이며 테라를 비롯하여 은하계 곳곳에 흩어져 잇는 인류 세계는 모두 헤인에 뿌리를 둔다. 수백만년 전에 흩어진 채 고립되어 각기 다른 진화와 적응을 거쳤기에 유전자에 약간의 차이가 나타날 뿐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엔가 헤인은 다시금 예전의 식민지들을 찾아다니며 탐사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문명과 이방인들기리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헤인 시리즈의 공통 배경이다. 그위에서 각각의 소설은 언제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는 한 ‘세계’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배경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일을 겪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헤인 시리즈의 첫권인 이책 역시 그렇다. 이 소설의 무대는 아직 청동기 시대에 불과한 이름없는 행성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행성을 탐사하던 연맹의 조사단이 반란군의 공격을 받는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로캐넌이 반란군의 위치를 연맹에 알리기 위해 대륙을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고 고난 끝에 연맹에 반란군의 좌표를 알려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매력은 그 뻔한 모험 스토리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그 모험의 무대가 흥미롭다. 이 행성의 원주민은 세 종족으로 그들이 만드는 세계는 북구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대장장이인 지하종족은 드워프, 그들의 사촌으로 엘프(원래 북구신화에 나오는 귀여운 요정족에 가깝다)를 연상시키는 피아족, 그리고 인간과 거의 같은 전사종족.

엘프를 떠올리는 피아는 언제나 유쾌하다. “’할라의 신부, 키리엔 레이디, 바람의 딸, 아름다운 샘레이 만세!’ 그들은 그녀에게 사랑스러운 이름들을 선사했고 그녀는 그런 이름을 듣는 것이 좋았다. 모두가 웃고 잇다는 데는 신경쓰지 않았다. 피아는 말을 하면서 늘 웃었다. 말을 할 때는 말만 하고 웃을 때는 웃기만 하는 건 그녀의 방식일 뿐. 푸른 색 긴 망토를 입은 그녀는 소용독ㄺ이치는 환영 속에 우뚝 섰다.”

유쾌하고 무해한 종족. 그러나 연맹의 입장에선 쓸모가 없다. 연맹은 그들의 사촌인 대장장이 두더지들, 그데미아르를 선택했다. 연맹의 목적에선 그들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주인공은 그런 종족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 행성에 왔다. 연맹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세계의 연맹은 이;런 식으로 결정적인 적과의 대면을 준비했다. 백여개의 세계가 훈련을 받고 무장을 했으며 천여개의 세계가 강철과 바퀴와 트랙터와 원자로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직업이며 확실히 뒤떨어진 세계 몇 곳에 살아본 힐퍼 로케넌은 모든 것을 무기와 기계 사용에 거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의심스러웠다. 켄타우루스, 어스(지구), 세티의 공격적인 도구 사용 인류들이 선도하는 연맹은 지성 생명체의 특정 기술과 능력과 잡재력을 경시했고 너무 편협한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해 왔다. 너무 많은 것을 훼손했고 그 결과 이제 반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피아를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유쾌할 뿐 무력햇다. “피아에게는 검도 없고 재산도 없으며 적도 없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다른 마을에 있는 다른 피아의 마음은 들을 수 있나?”
“약간은요. 그들과 함께 산다면, 아마도요… 우리는 마을의 일원이 기억하는 것은 모두가 기억해요.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와 속삭임과 거짓과 진실을 알아요. 그중에 어떤 것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가 없지요.”

“쿄, 동족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이름은 없었나?”
“’목동’이나 ‘어린 형제’라고 아니면 ‘달리는 아이’라고 불렸지요. 달리기를 잘햇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별명이잖아. 설명하는 말이지,… 올호르나 키에므리르처럼. ㅍ피아는 뛰어난 작명가들이야. 찾아오는 사람마다 별명으로 인사하지. 스타로드, 검을 가진 이, 태양의 머리카락, 언어의 대가라는 식으로…. 안기야르가 별명 붙이기를 젛아하는 건 피아에게서 배운 것같아. 그런데 정작 본인들에겐 이름이 없군.”

내가 너가 너가 나이며 아버지가 나이고 할아버지가 나이고 증조부가 나인 존재.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의 마음을 듣는 존재. 그런 존재는 개인으로서 감정을 갖지 못한다.

주인공은 마음을 듣는 능력을 얻으면서 피아들이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엿다.

“로캐넌의 머리는 낯선 생각과 느낌들의 파도, 머릿 속에서 웅성대는 천여명의 이방인들로 빙빙 돌았다. 외부인들이 일컫는 말이엇다. 그가 ‘듣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긴장, 욕망,ㅡ 감정, 신경 체계를 엉클어놓고 이리저리 겹치는 수많은 사람의 실제 위치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감각의 방향, 무시무시한 공포와 질투의 회오리, 표류하는 만족감, 잠의 심연, 반즘 이해하고 반쯤 지각한 거칠고 괴로운 혼란 상태 같은 것이었다.”

인간은 그런 상태를 견딜 수 없다. 주인공의 후대에 그 능력이 전해지면서 그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론이 정립된다. 재능을 나고 난데다 훈련까지 받은 사람들은 머 거리에서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그 마음을 엿을 수 있었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누구든 그들의 두려움이나 기쁨을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죠. 마음듣기가 그보다 많은 것을ㄷ 알아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를 동해 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마음으로 말하고 마음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으로 말을 걸면 보통은 뭔가 듣고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마음을 닫아버리;죠. 특히 들리는 말이 스스로가 ㅇ원하거나 믿는 게 아닐 떼에는 더 그렇고. 비전달자들은 보통 완벽한 방어막을 갖고 있어요. 사실 비언어소통을 배운다는 것은 주로 어떻게 방어막을 내리는가를 배우는 작업이죠.


그런 능력을 얻은 주인공은 변했다. “’당신의 동족은 당신을 찾으러 오지 않나요?’ ‘올지도 모르지요. 8년 후에 말입니다. 죽음은 한순간에 오지만 삶은 그보다 훨씬 느리지요. 나는 산맥 속 샘에서 물을 마셨습니다. 르기고 다시는 내 적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잇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군요.” 개인으로선 반쪽이며 그들의 감정 역시 반쪽인 피아만이 마음을 듣고도 멀쩡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언제나 유쾌할 수 있다.

“피아는 두려운 것ㄹ은 기억하지 않아요. 왜 그래야 하죠? 우리는 선택하지요. (그데미야르와) 둘로 갈라졌을 때 우린 밤과 동굴과 금속의 칼은 진흙족에게 남기고 푸른 계곡과 햇빛, 나무 그릇ㅎ을 택했어요. 그래서 우린 반족 인간이죠. 그리고 우린 잊어버렸어요. 너무나 많이 잊어버렷죠.”

“상냥하고 파악하기 어려우며 아득하고 이상한 작은 사람들. 켜는 제 동족을 반쪽 인간이라 물렀다. 하지만 쿄 자신은 더 이상 완전한 그들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준 새 옷을 입자 모습도 같아 보엿고 움직이는 것도 비슷했지만 그래도 그들 사이에서 쿄는 외따로 떨어져 서 있었다. 그건 그가 자유로이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이방인이라서였을가. 아니면 고캐넌과의 우정을 통해 그가 변했고 그래서 좀더 고독하고 좀더 슬프며 좀더 완전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기에 지상을 지배하는 종족은 안기야르, 전사들이다.

“’당신의 적이 자식 없이 죽기를’ 할란의 안기야르 전원이 모여 억수 같은 비유와 격한 과장법을 쏟아내 가며 적을 파멸시키고 절멸시키겠노라 맹세하고 있었다. 안기야르, 그들은 허풍쟁이들이었다. 복수심에 불타며, 자부심 강하고 완고하고 무식할뿐더러 ‘할 수 없다’는 동사에 해당하는 일인칭 표현을 아예 갖고 잇지 않은 사람들. 그들의 전설 속에는 신이 나오지 않았다. 오직 영웅들만 있을 뿐.”

그리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전사인 그들은 영웅시대를 살고 있었다. “차가운 분노에 휩싸여 사람을 죽이려다가 바로 다음 순간 친절하게 말을 걸다니 얼마나 묘한 존재인가. 오만함과 충실함, 무례함과 친절함. 그 지극한 부조화 속에서 모지언은 진정 군주다웠다.” 안기야르의 귀족만 그런 것은 아니엇다. 노예들 역시 자부심이 드높았고 그들 역시 영웅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들은 주인을 선택할 때 이렇게 맹세한다. “제 주인께 제가 살아 잇는 시간과 제 죽음을 바치나이다.”

“한 사람의 운명이 중요치 않다면 무엇이 중요합니까?” 두발로 서는 자인 안기야르는 모든 것에 당당하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두발로 걷기에 당당하다. 그렇기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다.

“”놈이 나는 찾는 것을 평원에서 보았지요. 산맥을 넘기 위해 길을 찾는 중에도 두 번 보았습니다. 내가 아니라면 누구의 죽음이란 말입니까? 너의 것이겠느냐, 야한? 네가 두번째 검을 찬 군주, 안기야르였던가? 로카난ㄴ의 것일수도 없지. 그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으니. 사람은 어니서나 죽을 수 있지만 군주가 자신만의 죽음, 진정한 죽음을 만나는 건 오로지 자신의 영지에서뿐이야. 전장이든 홀이든 길 끝이든, 진정한 죽음은 군주의 영지에서 기다리지. 그리고 이곳은 나의 땅이다. 이 산맥에서 나의 동족이 왔으며 내가 이곳으로 돌아왔으니 나의 두번재 검은 싸우다가 부러졌지. 하지만 들으라, 나의 죽음이여. 나는 할라의 후계자 모지언이다. 이제 나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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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 KBS 특선 다큐멘터리, 세계 금융의 중심
CCTV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제작진 지음, 홍순도 옮김 / 미르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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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중국 CCTV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읽기 쉽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내용에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월스트리트의 현재와 역사를 파악하는데는 충분하다.

“뉴욕은 미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끈입니다. 또 미국을 대표해 세계와 소통하는 관문입니다. 월스트리트의 발달한 금융 서비스업은 미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하는 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울러 대량의 외국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치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월스트리트와 은행업의 납세액이 뉴욕시 총 세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월스트리트가 그런 위치와 역할을 갖는 것은 월스트리트에서 움직이는 자본의 규모이다.

“2008년의 경우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50여개의 비교적 큰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발행해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닳랬다. 그런데 이 가운데 40%가 월스트리트에서 조달한 것이다.” 이 자금의 출처는 “각종 저축입니다 저축은 주로 연금기금과 보험회사에 집중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저축액이 끊임없이 증가하면서 일부 자금이 월스트리트에도 흘러들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가계 자산 중 평균 33-42%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시장에 투자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의 힘은 미국에 축적된 자금의 규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월스트리트에서 움직이는 돈은 미국인의 돈만이 아니다. 방대한 규모의 자금이 해외에서 월스트리트로 흘러들어간다. 그 자금을 끌어들이는 힘은 물론 미국 자체의 자금규모이기도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자금운용력이기도 하다.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 증권거래소는 줄곧 시대를 앞서가는 과학기술을 지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보와 주가 표시기가 맨 처음 사용됐다는 점만 봐도 이 사실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화가 발명된 다음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화기를 보유한 곳이 되엇고 컴퓨터 응용 기술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에도 이곳에서는 이미 컴퓨터를 이용해 재래식 거래 방식을 변화시켰다.”

규모와 기술을 가진 월스트리트는 매력적인 자금운용처이다. “APG는 유럽 최대의 네델란 연금 관리 기관으로 유명하다. 무려 2000억 유로의 자산을 운용한다. ‘저희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 시장이 필요합니다. 세계적 범위에서 자산을 운용고나리하기 때문입니다. 이점에서는 월스트리트가 적격입니다. 월스트리는 최대의 거래량과 최저의 거래 비용이 장점인 자본시장입니다.’ 해마다 약 1조달러의 외국자본이 미국에 유입된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월스트리트로 흘러들어간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방대한 자금 네트웤은 이미 전 세계의 무수한 금융 투자기관을 망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수천개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방대한 산업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익히 잘 알듯이 투자은행들이 있다.

세계경제의 자본시장인 월스트리트는 세계경제의 중심이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는 어떻게 그런 힘을 갖게 된 것인가? 미국독립 당시 정치로부터 분리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건국초기 제퍼슨과 해밀턴의 이념적 대립은 유명하다. 금융자본이 권력화되는 것을 두려워한 제퍼슨은 해밀턴과 거래를 해 금융자본의 본거지인 뉴욕으로부터 연방정부를 떨어트리는데 성공한다.

“1790년 8월 연방정부는 뉴욕을 떠났다. 이때부터 월스트리트와 워싱턴 정부는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후 긴 세월동안 워싱턴 정부와 월스트리트는 소 닭 보듯 무심한 관계를 계속해왔다. 정부는 더 이상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드디어 정부의 공권력 제로 상태에서 월스트리트의 개인 금융기관들은 기회를 틈 타 미국의 금융대권을 장악했다.”

미국의 금권을 장악한 월스트리트는 미국이 경제대국이 되면서 점점 더 강력해졌다. “1901년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패기있고 젊은 대통령답게 월스트리트의 금융재벌들이 워싱턴 정부에 비견될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ㅡ그러나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든 정부의 공권력으로 월스트리트를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정말 갖은 노력을 다 기울였다ㅓ. 그러나 이미 자유에 길들여진대다 막강한 파워까지 가진 월스트리트가 정부의 권력에 굴복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왜 뉴욕인가? 그 이유는 우선 뉴욕이 천혜의 항구로 무역이 일찍부터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스턴 같은 다른 동부의 항구도시들을 제친 이유는 무엇인가? 이리 운하때문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뉴욕을 대표로 하는 동부지역은 상업이 발달했다. 또 서부지역은 전통 농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러나 서부의 물자가 동부로 가기는 힘들었다. 19세기 초 “서부에서 밀가루 1톤을 동부로 운송하는데는 대략 20여일이 소요됐다. 당시 밀가루 원가는 1톤당 4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운임이 기가 막혔다. 무려 120달러나 됐다.” 1817년 월스트리트가 자금을 댄 이리 운하가 착공되었다. “운하를 통해 뉴욕과 오대호가 연결될 수 있얶기 때뮨애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및 일리노이에서는 오대호에서 이리운하, 이리 운하에서 얼바니, 다시 수로를 통해 뉴욕으로 물자를 운송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운하는 뉴욕을 미국에서 제일가는 운송 허브로 발ㅈ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류센터가 된 뉴욕은 동시에 금융센터가 되엇다. “이리 운하가 착공되면서 미국의 다른 도시들은 금융 센터가 될 가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리 운하는 뉴욕에 미국으ㅢ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는 절대적 우위를 부여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본격적으로 금융센터가 된 것은 남북전쟁이었다. “1865년까지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 규모는 27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ㅏ는 당시 미국 재정 수입의 7배 GDP 의 27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남군의 한 장군은 자신의 회고록에 일찍이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북군의 군사력에 패한 것이 아니었다. 자금력에 패했다.’ 전쟁자금은 모ㅗ두 월스트리트를 거쳐 조달됐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별로 유명하지 않던 월스트리트가 일약 런던에 버금가는 세계 두번째 금융시장으로 부상했다.”

이후 철도, 철강, 석유 등 미국의 산업발전에 자금을 댄 것도 월스트리트였다. “미국은 100년의 발전을 거쳐 세게 제 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음했습니ㅏㄷ. 또 100년이 지난 후에는 세계 최강의 정치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현대금융의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기적은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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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제국이란 제목이 붙은 이책은 말 그대로 제국을 다룬다. 제국들 중에서 고대 지중해세계의 이집트, 페르시아, 카르타고, 그리고 로마가 그 대상이다.

이책이 다루는 네 문명은 로마를 빼면 그리 알려진 것이 없다. 우선 기록이 별로 남은 것이 없기도 하지만 그들이 ‘패자’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카르타고는 로마에게 멸망했고 페르시아는 알렉산더에게 망했다. 언제나 패자의 역사는 승자의 영광에 희생되기 마련이며 패자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게 마련이다. 패자의 역사는 그렇기에 거의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이책의 목적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네 문명이 어떤 문명이었는가 그리고 그 문명들이 왜 사라져야 했는가에 있다.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군사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그 문명들은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야나 잉카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금속무기와 병균이란 생물학 병기 이외엔 두 문명이 무너져야 할 이유는 달리 없었다.

페르시아의 멸망이 그런 경우라 저자는 말한다.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정복했을 때 페르시아는 절정기에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페르시아는 당시 2백년이 넘도록 불변의 세계 질서를 구축한 세계의 중심축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오늘날에야 그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할 정도로 진보적이었던 그들의 행정 제도를 들 수 있다. 둘째 막강한 군대가 있었다. 전투 경험이 많은 노련한 전사와 현대식 무기, 그리고 전투 코끼리와 바퀴에 낫 모양의 칼이 달린 전차들이 상대방을 압도했다. 셋째 탁월한 인프라 시설과 소중한 수자원이 있었다. 방대한 제국 곳곳에 파 놓은 운하와 도랑들을 통해 충분한 물이 비옥한 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것은 부의 영원한 원천이었다.”


그러나 “이 제국은 한 한 차례의 전쟁으로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도 국력이 최고의 전성기에 달했을 때였다.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은 2백여년전부터 역사가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한가지 설명은 폴 케네디 식의 overstretch 이론이다. 페르시아가 하나의 제국으로 묶은 지역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포함한 중근동의 전부였다. 당시 알려진 세계의 전부로 최초의 세계제국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제국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중앙 집권자들은 수많은 민족과 부족들을 서로 융합하고 끊임없이 중앙에서 멀어지려는 그들의 봉건적 원심력을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페르시아의 적이었던 그리스인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페르시아에 대한 기록을 독점하다시피 한 그리스인들의 관점이 페르시아에 대한 정통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그리스의 연대기 저자들은 페르시아를 평가함에 있어서 오랫동안 감탄과 혐오감 사이에서 흔들렸다.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 직전, 그리스 작가들은 페르시아를 철저한 악의 제국으로 잔인한 폭군이 백성과 신하를 노예처럼 학대하는 상극의 세계로 폭력과 야만이 판치는 불의 국가로 묘사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설명은 일방적인 선전에 불과한 왜곡일 뿐이라 말한다. 오늘날 발굴된제국의 행정문서들은 “확고한 체계를 갖춘 현대풍의 관료 제도가 페르시아 제국을 지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문서들은 그리스인들의 악의에 찬 선전처럼 “허약한 국가 조직, 무절제한 방탕과 사치, 그리고 계획된 잔인성에 대한 흔적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을 지탱한 것은 로마제국 처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지배와 인프라 덕분이었다고 본다.

파라다이스란 말의 어원이 된 “파사르가다에의 관개 시설은 페르시아 제국 전 역사의 본보기가 되었다. 후세의 페르시아인들은 위대한 왕들이솔선수범한 예를 따라 황량한 대지 곳곳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했다. 오늘날에는 뙤악볕 아래 먼지만 폴폴 날리고 있지만 페르시아 대왕들이 다스린 시대에는 그곳에 갖가지 작물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관개시설이 이루어진 정원에는 유리처럼 투명한 물이 수로를 따라 흘러들어왔다. 농부들은 세심하게 설계된 물길을 이용해서 소중한 물을 밭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자라난 푸른 식물들이 비옥한 대지 위에 그늘을 드리웠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메마른 대지 한가운데에 생겨난 이러한 기적들에 대해 스스로 놀라워했다. 지칠줄 모르는 노동과 잘 조직된 행정 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소중한 물을 한치의 낭비없이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풍성한 수확을 위한 전제조건이엇고 그거쇼이 페르시아 부의 밑거름이 되었다.”

페르시아의 멸망은 그런 원심력 때문이 아니라 군사적 문제였고 정치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알렉산더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는 그리스 군의 전형적인 전투 대형을 한 단계 발전시켜 팔랑크스를 만들어 냇다. 팔랑크스 부대는 장창 덕분에 거의 모든 적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적의 기병과 보병, 심지어 전차 부대에도 팔랑크스는 그 자체로 가공할 무기였다. 적의 정면 공격은 팔랑크스 태형에서 수 미터씩 앞으로 튀어나온 장창의 뾰족한 칼날에 막혀 무력화되었다. 팔랑크스 부대가 이런 밀집 대형으로 진격하면 16줄 혹은 그 이상의 열로 빽빽하게 줄지어 선 장정들이 밀어붙이는 엄청난 압력 때문에 그 어떤 적진도 버텨 낼 수 없었다.”

알렉산더는 팔랑크스와 중기병을 활용한 전술과 나폴레옹에 비견되는 전술적 유연함으로 무적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군사적 혁신에 페르시아의 군대는 대처할 수 없었고 알렉산더란 군사적 천재의 맞수로 페르시아의 유약한 황제는 적당하지 않았다.

“페르시아 제국의 그늘에 있는 모든 민족과 부족들은 ‘다리우스’라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통합될 수 있었다. 그는 대왕으로서 전 페르시아 권력의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이처럼 국가의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만일 왕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겨 왕좌가 비게 되면 페르시아 제국은 갈가리 찢겨져 나갈 것이다. 이처럼 그의 생명과 생존은 제국의 존속을 위한 선결조건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왕이 사라진 왕좌에 알렉산더가 그렇게 쉽게 앉을 수 있엇고 제국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저자는 카르타고가 로마에 의해 무너진 것도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저자의 카르타고에 대한 설명은 시오노 나나미의 포에니 전쟁 서술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다음의 인용구만으로 넘어가겠다.

“북아프리카 해안의 대도시가 로마를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한니발이라는 전설적 명장ㅇ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국가 대 국가로서는 도저히 로마를 당해낼 수 없었다. 로마 공화국은 막대한 물자와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정치 시스템도 카르타고보다 훨씬 현대적이었다. 시민들은 각자 자신의 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대에 들어가 싸웠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보자면 용병 부대보다 우세한 전투력을 낳은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마의 ‘동맹 정치’의 우수성을 빼놓을 수 없다. 로마의 지도부는 정복한 이탈리아의 다른 민족들에게 의무만 부과한 것이 아니라 권리도 함께 인정함으로써 한니발이 도저히 와해할 수 없는 안정된 정치 조직을 구축했다. 포에니 전쟁은 서부 지중해권으로 진출하려던 로마인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한니발이 그들에게 시련을 안김으로써 오히려 로마는 세계권력으로 부상하는 전기를 맞게 되었다.”

카르타고는 로마와의 시스템 경쟁에서 졌기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는 이집트의 멸망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집트의 문제는 내향성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는 바다로 막히고 삼면은 사막과 산맥으로 막힌 이집트는 외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한 조건이 수천년의 수명을 보장했다. 더군다나 “이집트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 즉 물, 비옥한 땅,. 따사로운 햇빛 등을 무한정으로 갖춘 나라였다. 이집트인들은 매우 보수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문명의 건설에 원동력이 되는 자원이 어디에나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외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리적 요건, 탁월한 농업 기반, 신에 대한 강한 믿음, 그리고 역사적 연속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민족성이 3천년동안 이집트 문명을 하나로 묶고 꽃피우게 한 접착제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 조건은 이집트를 내향적 문명으로 만들었다. 파라오들은 인간에겐 영원에 가까운 천녀동안 ‘피라미드들을 짓게 했다.” 그 시간동안 주변의 다른 민족들은 “전쟁에 집착하고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파라오들은 “신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교만한 생각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이 세계를 하나의 완결된 시스템으로 만든 것은 종교와 정치의 일치였다: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파라오. 그 시스템의 완결성은 막강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민족이 이집트를 지배한 기나긴 역사의 마지막 군주였다. 후기 왕조 시대의 파라오들은 더 이상 이집트 출신이 아니었다. 리비아족, 쿠시트족, 페르시아인, 마케도니아인 들이 각각 시대를 달리하며 나일 제국을 다스렸다. 그런데 이들 모두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파라오 제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의 출신을 모두 잊어버린 거시다. 이집트에 왔던 모든 이민족은 즉시 이집트화되었다. 이것은 당시 이집트 문명의 엄청난 영향력을 말해 준다. 이집트는 모든 이질적인 것을 거부했다. 이집트인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을 뺀 나머지 세계에 대해 차단막을 치고 그들과 스스로를 구분하여 자의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 자의식은 종교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 자의식을 철저히 내면화할 수 없었던 “이방의 지배자들은 항상 권력의 틀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쳤고 비싼 급료를 주고 고용한 용병들의 도움으로 나라를 통치했다. 사실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프톨레마이오스 왕가가 의지할 곳은 용병들뿐이엇다. 어느 이집트인이 이민족 지배자들을 위해 칼을 들고 목숨을 내놓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집트의 전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한 군사력을 갖춘 로마는 이미 기원전 168년부터 나일 제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집트는 로마의 곳간이 되었다.

그러면 그 로마는 왜 멸망했는가? 저자는 로마라는 존재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 로마는 멸망했다고 말한다. “로마는 원래 존재하는 세계였다.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그리고 신에 의해 주어진 현실처럼. 그렇기에 후기 고대의 사람들은 로마의 종말을 곧 세계의 종말로 인식할 정도엿다. 로마는 사계절처럼 분명하고 선연한 실체였다. 일체를 포괄할 권리가 있는 세계 그자체였다.”

그렇기에 군인황제 시대의 무질서에서도 로마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게르만족 출신 지휘관들이 “로마 제국의 영토 안에서 제멋대로 지방 왕국을 선포하고 제국의 경계를 기분내키는대로 무시하곤” 했어도, 로마제국이 제국이 아니라 “별다른 결속력이 없는 군 연합체”로 전락해버렸어도 “로마 제국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몰락하지 않는 영원한 제국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로마는 지탱할 수 있었다.

로마제국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것은 민족 대이동이었다. 그 일격은 허약해져 있었던 로마를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왜 로마는 허약해졌던 것일까?

그리스도교의 번성은 로마, 세계 자체였던 로마가 무너져가는 상황이 아니엇다면 있을 수 없는 일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비관주의” 그 위에서 기독교가 번성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위로의 복음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상황에 처해있지 않았더라면 그리스도교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로마가 서서히 죽어간 이유를 저자는 정치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한다. 헤르더의 말마따나 페르시아 제국과 마찬가지로 “’100여 민족과 120개 속주를 강제로 통합시킨 제국은 국가가 아니라 괴물이다.’ 이러한 괴물을 길들이려면 강철 같은 주먹과 고대 후기의 나약한 황제들에겐 없었던 강력한 권력 의지가 필요했다. 나약한 황제들의 등장과 함게 로마 제국의 이념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국가의 행정과 조직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로마 제국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우구스트;라고 불리며 중앙집권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황제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었다.”

그런 상황을 개선해보려는 최후의 시도가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공인이엇다. 그러나 “기독교라는 새로운 혁명적 이념들 속에서 고대의 견고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서서히 붕괴되어 갔다. 근본적인 가치의 변화로 야기된 이러한 징후들은 ‘사회적 불안감’이라는 말로 특징 지울 수ㅜ 있을 듯하다. 그래서 일부 역사가들은 4세기를 ‘불안의 시대’라 말한다. 당시는 옛것이 붕괴되었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결실을 맺지 않은 시대였다. 극도로 불안정한 과도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제국을 수호하는 옛 신들이 없는 로마는 과연 무엇일까? 과거에 로마를 위대하고 강하게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사라진 지금, 천년을 이어온 모든 전통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신전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동상들과 영광스런 과거를 증언하는 신격화된 황제들의 조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선택받았다는 절댖2ㅓㄱ 특권 의식, 세계의 다른 모든 민족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로마의 시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고리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어느날 갑자기 서로 형제가 되었다. 지금가지 언제나 칼의 힘을 신뢰하며 세력의 확장과 안정에만 노력을 기울여 온 나라가 ‘자선’과 ‘사랑’으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것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과도한 요구였다. 새로운 종교와 그 종교의 혁명적 가치관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정치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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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폰 미제스의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은행이 정책수단의 하나로 시장금리를 ‘자연스럽게’ 낮추려는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이다’란 인용구와 함께 시작하는 이책의 1장을 보자.

저자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을 연준에 돌린다. “주택담보대출 붕괴로 야기된 2007~2008년의 금융위기도 주요책임은 FRB에 있다.” 그리 특이한 주장은 아니다. 닷컴버블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그린스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 부동산투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저자는 이번 금융위기로 “불충분한 규제가 금융 전문가들과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주문” 된 것이 잘못이라 말한다. 저자의 근거는 이렇다. “금융회사들은 위험에 대비해 스스로를 규제하는 훌륭한 능력과 때로 매우 정교한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능력과 장치가 없는 금융회사들은 머지않아 도태되기 마련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아닌가? 그런 논리로 무장한 월스트리트에 포획된 미국정부의 잘못을 ‘불충분한 규제’라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이러한 개별 금융회사들이 모인 함대가 한꺼번에 바다에 가라앉았다.” 지금의 상식은 멋대로 은행들이 하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상식을 부정한다. “그렇다면 개별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라는 빙산이 이들을 침몰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뭐라고? 금융회사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더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사기대출을 했고 그 대출을 싸게 매입한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리스크를 남에게 떠넘기며 수수료 장사를 햇다. 쉽게 말해 이번 위기의 진앙은 금융회사의 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자세한 것은 ‘빅숏’을 볼것). 범죄다. 범죄를 누가 막아야 하는가? 무엇으로 막아야 하는가?

다른 대목을 보자. “부시 행정부 시절 존 스노 재무장관은 몇 년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들에게 저축을 줄이고 돈을 더 많이 빌려 쓰라고 조언했다.” 저자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라 혹평한다. “스노 장관은 ‘저축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라고 주장했던 벤 버냉키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벤 버냉키와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중국인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돈을 당장 써버리라고 부추겼다.” 저자는 이건 우끼는 말이라 말한다. “이것은 중국인들에게 정말 나쁜 조언이다.”

미국의 문제는 저축을 안하는 것이고 중국의 문제는 저축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말한다. 저자는 미국의 통념을 뒤집으려 한다.

한가지만 지적하자. 왜 미국인은 저축을 안하고 중국인은 저축을 과다하게 하는가? 미국인의 실질소득은 지난 30년동안 정체되었다. 그러나 쓸 데는 더 많아졌다. 덕분에 맛벌이를 해야만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인이 한국인이 원래 저축을 안했던가? 그렇지 않다. 70년대 이전 미국경제의 황금기에 미국인의 저축률은 높았다. 그럼 중국인은 왜 저축을 하는가? 그것도 과도하게. 개혁개방 이전 중국인들에게 돈은 의미가 없었다. 돈이 있어봐야 살 것도 없었고 쓸데도 없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돈을 쓸데는 많아졌다. 그러나 이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국가가 무상으로 주던 것이 시장에 맡겨졌다. 의료, 보험, 연금, 학비, 주거비 등등. 중국에서 큰병이 나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파산이다. 노후에 연금도 유명무실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저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책의 논리가 어떤 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읽을지 말지는 판단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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