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행성 환상문학전집 6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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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유지할 수 있는 도구는 일정한 수를 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도구의 생산과 소비, 양쪽에 모두 최소한의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한정된 종류의 기술만을 배울 것이고 어떤 희귀한 기술을 가르쳐줄 전문가의 수가 충분치 않다면 그 기술은 맥이 끊어질 것이다. 뼈, 돌, 줄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가 살아남으려면 수가 많아야 한다. 진보는 비틀러기다가 퇴보로 바뀌기 쉽다.

기술적 퇴보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태즈메니아, 세계의 끝에 있는 섬이다. 이곳에 5,000명도 안 되는 수렵채집인이 아홉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잇다. 이들은 정체하거나 진보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보다 단순한 도구와 생활방식으로 퇴보했다.

이는 오로지 기존의 기술을 유지할 사람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처음 이들 원주민과 접촉했을 ㅜ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주민드에게는 본토의 친척들이 가진 기술과 도구 중 많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늘이나 송곳을 포함해 골각기는 전혀 없었다. 추울 때 입는 의복, 낚시바늘, 자루가 달린 도구, 미늘이 있는 창, 고기잡이 통발, 투창기, 부메랑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기술은 차근차근 가차없이 버려졌다. 예컨테 골각기는 점점 단순해지다 약 3,8000년 전부터 완전히 포기되었다. 골각기가 없어지자 가죽을 기워 옷을 만들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서도 거의 벗고 지내야 했다. 피부에는 바다표범 지방을 바르고 어깨에는 왈라비 모피를 걸치는게 전부다.” (매트 리들리)

헤인 시리즈 둘째권인 이책에선 태즈메니아인에게 일어난 일이 우주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맹은 오랫동안 적에 맞서 싸울 준비를 했어요. 더 강한 세계들은 더 약한 세계들을 도와 무장을 하고 대비를 하도록 했지요. 지금 우리가 가알에 맞서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과 약간 비슷할 겁니다. 마음듣기 역시 그들이 가르친 기술이었고 책에 따르면 온 행성을 다 태우고 별들마저 폭파할 수ㅜ 있는 불무기도 있었다고 해요. 내 동족들은 그 시대에 고향 세계를 떠나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어요. 그들은 당신네와 친구가 되고 당신들이 연맹의 일원이 되고 싶어할지 아니면 적에게 붙으려 할지 알아내고자 했어요. 하지만 적이 왔어요. 내 동족들을 태워온 배는 전쟁을 돕기 위해 왔던 곳으로 돌ㄹ아갔고 우리 중 일부는 세계에서 세계로 말을 전할 수 잇는 ‘멀리 말하기’와 함게 배를 타고 떠났지요. 하지만 일부는 이곳에 남았어요. 적이 올 경우 이 세계를 돕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고 그저 돌아갈 수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르지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기록에는 그저 배가 떠났다고만 하니까요. 내 생각에는 조상들은 배가 금세 돌아올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게 10년(지구시간으로 1000년)전의 일이죠.”

연맹이 침략을 받으면서 탐사대가 원시행성에 고립된다. 고립된지 지구시간으로 600년. 탐사대는 멸종의 위기에 있다.

“손에 쥔 푸른 도자기 잔은 무척이나 오래된 물건이었다. 다섯 번째 해(지구 시간으로 500년)에 만든 물건이었다. 창문 아래 서가에 꽂힌 수제 인쇄물도 오래디었고 창틀에 끼운 유리마저 낡았다. 그들의 사치품, 그들을 문명인으로 만들어주는 물건, 그들을 알테라로 유지시켜주는 물건은 모조리 옛ㄱ덧이었다. 아가트가 태어난 이후는 물론이고 그 찬참 전부터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기술과 영혼을 지지해줄 에너지나 영ㅍ는 없어진지 오래엿다. 지금 그들은 고작해야 유지하고 지탱해 나갈 뿐이엇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아니 문제의 근원은 인구감소였다. “한 해 한 해 최소한 열 세대에 걸쳐 그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아주 완만한 속도로 줄기는 했지만 매번 조금씩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들은 규모를 줄이고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옛 지식과 옛 관습을 가르쳣지만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삶은 점차 초라해졌고 정교함보다는 간소함에 분쟁보다는 평온에 성공보다는 용기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들은 퇴보햇다.”

외계에서 온 종족에게 새로운 행성에 적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물학적으로. 원주민과그들은 유전자의 한두 분자가 다르다. 그러나 그 차이 때문에 그들은 그행성의 먹거리를 그대로 소화할 수도 없다. 효소를 정기적으로 먹어야 소화가 가능하다.

“고향 세4계는 태양에 좀더 가까웠고 일년의 길이가 월기(지구시간으로 1년) 한번만큼밖에 안됐어요. 책에서는 그렇게 말하지요. 생각해봐요. 겨울을 다 합쳐서 90일밖에 안된다면 어떨지…”
이말에 둘 다 웃음을 터트렸다.
“불 피울 시간도 없겠는걸요.”

그 행성에서 한 계절은 한 갑자와 맞먹는다. 임신이 되도 유산, 사산되는 비율이 높다. 생물학적인 부적응이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방법이 없다.

“어린 시절 느끼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그는 어른이 된 후 그 두려움에 이유를 붙였다. 그가 태어나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 조상들이 스물세 세대에 걸쳐 태어난 이 세계가 그의 고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종족은 이곳에서 외계인이었다. 그들은 마음 속 깊이 언제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먼 곳에서 난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조금씩 조금식 장엄할 정도로 느리게 식물처럼 끈기 있는 진화과정을 통해 접지를 거부하고 그들을 죽여갔다. 그러나 배는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죽어 없어질 것이다. 이곳에서의 삶, 이 세계에서의 긴 유배와 투쟁도 사기 조각처럼 깨어져 사라질 것이다.”

방법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다. 원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다.

“난 당신이 싫어 당신은 인간이 아냐 당신이 싫다고!” 후에 주인공의 아내가 되는 여자가 그에게 던진 말이다. 두 종족은 자신은 인간이라 부르면서 상대 종족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고 부른다.

“힐프가 뭐죠?”
“우린 당신들을 그렇게 불러요.”
“스스로는 뭐라고 부르고요?”
“인간”

퇴보하고 있지만 어쨌든 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그들이 원주민을 다른 종이라 보는 것은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원주민이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원시종족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 계획적인 진군은 힐프답지 않았다. 힐프들은 시간이나 공간을 아가트의 종족처럼 선형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방식으로 생가하지 안항ㅆ다. 그들에게 시간이란 한 발짝 앞, 한 발짝 뒤에서 빛나는 등불일 뿐이엇다. 나머지는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엇다. 시간이란 이날, 까마득한 일 년 중 바로 이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어휘가 아예 없었다. 그저 오늘과 ‘지난날’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최대한이라고 해봐야 다음 절기밖에 내다보지 않았다. 그들은 바깥에서 시간을 보지 않고 밤의 등불처럼, 몸의 심장처럼 시간 속에 들어 있었다.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공간이란 경계를 지어놓은 어떤 표면이 아니라 영역, 자아와 씨족과 부족의 중심에 자리한 심장부였다. 영역 주위는 가까이 접근하면 밝아지고 떠나오면 희미해지는 지역들이었다. 멀면 멀수록 희미했다. 하지만 경계선이나 한계선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은 인간이고 그 밖에 있는 사람은 인간일 수없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단순했다. 더군다나 혼혈도 되지 않으니 그들이 서로 어울릴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공동의 적을 만나면서 그들은 서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600년이란 시간이 그들의 유전자를 바꾸었다.

“생명체가 뭐라고요?”
“적응한다고. 반응하지. 변한단 말이야! 충분한 압력을 받고 충분한 충분한 세대가 흐르면 유리한 쪽으로 적응하게 되는 법…. 태양 방사선이 결국에는 이 생성에 적정한 생화학적 기준치까지 작용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산과 유산은 모두 과잉적응이거나 어머니와 표준화된 태아가 서로 맞지 않아서… 이상하군 이상해 이상해…! 이건 이종 교배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다시 듣겠어요.”
‘인간과 힐프 사이에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잇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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