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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폰 미제스의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은행이 정책수단의 하나로 시장금리를 ‘자연스럽게’ 낮추려는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이다’란 인용구와 함께 시작하는 이책의 1장을 보자.
저자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을 연준에 돌린다. “주택담보대출 붕괴로 야기된 2007~2008년의 금융위기도 주요책임은 FRB에 있다.” 그리 특이한 주장은 아니다. 닷컴버블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그린스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 부동산투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저자는 이번 금융위기로 “불충분한 규제가 금융 전문가들과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주문” 된 것이 잘못이라 말한다. 저자의 근거는 이렇다. “금융회사들은 위험에 대비해 스스로를 규제하는 훌륭한 능력과 때로 매우 정교한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능력과 장치가 없는 금융회사들은 머지않아 도태되기 마련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아닌가? 그런 논리로 무장한 월스트리트에 포획된 미국정부의 잘못을 ‘불충분한 규제’라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이러한 개별 금융회사들이 모인 함대가 한꺼번에 바다에 가라앉았다.” 지금의 상식은 멋대로 은행들이 하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상식을 부정한다. “그렇다면 개별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라는 빙산이 이들을 침몰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뭐라고? 금융회사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더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사기대출을 했고 그 대출을 싸게 매입한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리스크를 남에게 떠넘기며 수수료 장사를 햇다. 쉽게 말해 이번 위기의 진앙은 금융회사의 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자세한 것은 ‘빅숏’을 볼것). 범죄다. 범죄를 누가 막아야 하는가? 무엇으로 막아야 하는가?
다른 대목을 보자. “부시 행정부 시절 존 스노 재무장관은 몇 년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들에게 저축을 줄이고 돈을 더 많이 빌려 쓰라고 조언했다.” 저자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라 혹평한다. “스노 장관은 ‘저축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라고 주장했던 벤 버냉키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벤 버냉키와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중국인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돈을 당장 써버리라고 부추겼다.” 저자는 이건 우끼는 말이라 말한다. “이것은 중국인들에게 정말 나쁜 조언이다.”
미국의 문제는 저축을 안하는 것이고 중국의 문제는 저축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말한다. 저자는 미국의 통념을 뒤집으려 한다.
한가지만 지적하자. 왜 미국인은 저축을 안하고 중국인은 저축을 과다하게 하는가? 미국인의 실질소득은 지난 30년동안 정체되었다. 그러나 쓸 데는 더 많아졌다. 덕분에 맛벌이를 해야만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인이 한국인이 원래 저축을 안했던가? 그렇지 않다. 70년대 이전 미국경제의 황금기에 미국인의 저축률은 높았다. 그럼 중국인은 왜 저축을 하는가? 그것도 과도하게. 개혁개방 이전 중국인들에게 돈은 의미가 없었다. 돈이 있어봐야 살 것도 없었고 쓸데도 없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돈을 쓸데는 많아졌다. 그러나 이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국가가 무상으로 주던 것이 시장에 맡겨졌다. 의료, 보험, 연금, 학비, 주거비 등등. 중국에서 큰병이 나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파산이다. 노후에 연금도 유명무실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저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책의 논리가 어떤 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읽을지 말지는 판단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