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인력 -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차세대형 리더의 조건
히구치 야스유키 지음, 고정애 옮김 / 비즈앤리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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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다이에이란 이름때문이었다. 다이에이는 한국의 이마트나 미국의 월마트와 비슷한 형태의 대형유통업체이다.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설립된 다이에이는 일본의 황금기와 함께 성장했고 일본경제의 암흑기인 잃어버린 10년 동안 무너지는 일본경제의 상징이 된 업체이다.

고이즈미 수상 임기 내내 일본관련 경제기사에는 다이에이의 이름이 떠난 해가 없었다. 부실기업의 대표격이었기 때문이다. 잃어비린 10년동안 다이에이와 같은 기업을 좀비라 말햇다. 기업이라면 이익이 나야한다. 그러나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죽은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미 대출로 물린 돈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대출을 계속 연장해주고 신규대출을 내 어쨌든 장부상으로 손실처리를 하지 않기만 바랬다. 은행의 피로 걸어다니는 시체 그 대표격이 다이에이였다.

일본정부의 선택은 다이에이의 재생이 되었고 세금을 투입해 국가가 직접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된 사람이 이책의 저자이다.

당시 일본 HP의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저자는 HP와 컴팩의 합병에 따른 혼란을 봉합하는데 성공한 직후였고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후라 회사내에서 입지는 물론 장래도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왜 골치덩어리인 좀비를 떠안으려 하겠는가?

그러나 오퍼를 들으면서 저자는 분노를 느꼈다. 거품이 거진 이래 계속 고통만 당해온 다이에이 직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왜 경영에 뜻을 두었던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저자가 경영자로서 생각하는 사명은 직원들에게 '이상적인 직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다이에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사명을 실천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한 것처럼 일은 쉽지 않았다. 그가 다이에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본 것은 대기업병에 걸린 패배자들이었다.

다이에이가 부실기업이 된 것은 객관적인 경제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Everyday low price란 슬로건으로 성공한 K-Mart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이에이는 대량구매  원가를 낮추고 저가로 팔아 대량판매를 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일본의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동안에는 그러한 전략이 맞아들어갔다.

그러나 버블이 터진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인구는 소자고령화란 말대로 아이는 적어지고 노인은 많아지는 시대로 바뀌었다. 시장이 축소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저가격은 더 이상 다이에이만의 강점도 아니게 되었으며 전문업체들의 협공을 받게 되었다.

다이에이와 같은 과거의 공룡에겐 어려운 시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이에이는 대기업병에 걸려 그런 변화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기직장으로 꼽혔던 회사인만큼 다이에이에 인재는 많았다. 그러나 창업자의 상명하달식 독재가 너무나 오래끌면서 상하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혔었고 대규모 조직이 되면서 매장이란 현장과 관리부서가 따로 놀게 되었다.

저자는 재직한 499일 동안 다이에이를 현장의 목소리 즉 고객지향의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목표를 정한다. 그 결과 저자가 퇴임할 쯤에는 드디어 만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고 재생의 길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책은 저자가 그렇게 다이에이를 살리는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가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체인지 리더에게 필요한 3가지 자질을 꼽는다. 현장력/전략력/변인력

기업이란 현장이 전부이다.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으로서 이익이 만들어지는 현장이 모든 것이고 나머지는 2차적이다. 리더란 당연히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회사를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리더의 현장력이다. 다이에이의 경우에는 매장의 목소리가 살아나도록 해야 했고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매장이 고객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했다.

그러나 현장력만으로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그 그림을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즉 전략적 안목을 가지고 있고 그 전략을 사내에 공유되도록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현장력과 전략력이 있다고 다이에이와 같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한 조직에는 괴짜(일어로는 변인)가 필요하다. 즉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보고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단순한 괴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시야가 넓어 남들이 못보는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괴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을 조직에 공유되도록 몰고 갈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춘 괴짜여야 한다.

평가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이 정리된다. 사실 이책의 내용이 독특한 것은 아니다. 전에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IBM을 맡아 부활시킨 루 거스너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를 읽었을 때 본 IBM의 상황과 다이에이의 상황이 비슷했고 대책도 비슷했다. 두책의 차이는 회사가 다르고 업종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다는 것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이책이 루 거스너의 책과 동급의 질을 가지고 잇지는 않다. 루 거스너의 책은 두께도 이책의 2배가 넘는다. 그리고 저자가 재임한 기간이 2년이 안되지만 거스너는 10년을 재직했다. 그리고 거스너의 책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이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이책에는 실제 사건보다는 저자가 다이에이를 맡은 후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고 어떤 전략을 내놓았으며 그 전략이 어떻게 실행되었는가란 시나리오에 더 가깝게 쓰여져 있다. 읽는 재미가 거스너의 책보다 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스너의 책이 IBM이란 업체가 어떻게 부활했는가란 구체적인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이책에선 다이에이란 부실기업을 살리는데 어떤 리더가 필요했는가란 자신의 경험에서 리더십에 대한 보편적인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그런 의도는 이책에서 충분히 성공하고 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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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생각한다 - 도시 걷기의 인문학 정수복의 파리 연작 1
정수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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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생각한다'는 제목이 붙은 이책의 부제는 '도시 걷기의 인문학'이다. 이책의 내용은 두 제목을 모두 담고 잇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책 역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책의 관점은 도시를 걷는 사람의 시점이다. 두발로 뚜벅 뚜벅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 파리는 이상적인 도시이다.

 

한 나라의 수도답게 파리에는 대통령부터 노동자까지 온갖 계층의 사람이 모여있다. 거기다 제국주의 국가였던 나라답게 북아프리카에서 온 무슬림들과 흑인들이 모여사는 거리가 있고 아시아인들이 밀집해 사는 거리도 있다. 사는 방식이 다르면 문화도 다르다. 사는 사람들이 달라지면 그 거리의 문화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파리의 20개구를 건널 때마다 국경을 넘는 것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만 파리의 다양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2천년 가까이 지금의 자리에 있어온 파리의 역사 자체가 다양성의 원천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파리라는 도시의 공간 자체이다.

 

도시는 공간이고 도시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건축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파리는 물리적으로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파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로마제국 시절의 건물부터 중세의 건물, 절대왕정 시절의 건물, 공화정 시대의 건물, 20세기와 21세기의 건축물까지 파리란 도시의 공간에는 파리가 여행한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잇다.

 

서울의 역사가 600년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서울의 얼굴에서 그 시간을 읽는 사람은 없다. 일제시대를 거치고 전쟁에 부서진 잔해를 마져 부수면서 개발되고 성장한 서울이란 도시의 나이는 기껏해야 30년 정도이다. 과거가 없는 도시는 경박할 뿐이다.

 

파리란 공간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은 단순히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파리 곳곳에 새워진 박물관과 미술관, 거리마다 새워진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 역사의 흔적을 가진 건물에 그 사연을 말하고 말하는 표지판 등은 의식적으로 역사를 기억하려는 노력들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역사의 무게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파리란 공간에 사는 사람들과 역사의 흔적은 산책자의 눈과 생각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다양하기만 하다고 산책자에게 이상적이지는 않다. 파리를 파리로 만드는 것은 다양성의 조화이다.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파리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파리가 아름답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파리만 아름답지는 않다. 사람들이 파리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일종의 브랜드 효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파리란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 역시 파리의 역사이다. 19세기 유럽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던 시절 파리는 프랑스 만이 아닌 유럽의 수도로서 문화와 정치의 중심지였다. 오늘날 파리라는 브랜드는 그당시 만들어진 이미지가 지금까지 과거의 영광으로서 후광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문화는 뉴욕보다 패션은 런던과 밀라노보다 못하다.

그러나 파리가 오늘날까지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누리는 것은 과거의 유령으로서가 아니라 그만한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실체를 파리의 아름다움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다양성의 조화라고 말한다.

 

위에서 말한 다양성만이 있다면 그 도시는 서울처럼 혼란스런 공간이 될 뿐이다. 다양성이 어울려 하나로 통일될 때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오늘날 파리의 모습이 결정된 것은 19세기 나폴레옹3세 시절이다. 그때까지 좁고 지저분하며 혼잡한 중세도시의 모습을 가졌던 파리에 마차와 전차가 다닐 수 있는 방사상의 직선대로가 뚫렸고 건물의 높이를 7층까지 제한했으며 도심에는 석재로만 건물을 짓도록 했고 대로가 만나는 곳마다 광장을 만들고 공원을 만들어 쾌적한 도시가 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다시 만들어진 파리는 산책자를 즐겁게 하는 공간이 되었다. 석재와 (적색이 아닌 갈색의) 벽돌로 이루어진 도시건물들의 소재는 회색과 베이지, 미색의 뉴트럴 컬러로 도시를 채색했다. 정장의 컬러가 뉴트럴인 이유처럼 그런 컬러는 안정감을 준다.

 

자극적인 강렬한 노란색만 고집하는 맥도널드가 파리에선 가라앉은 금색을 쓸 수 없었던 것은 도시의 톤을 조화롭게 하려는 파리시의 고집때문이었다.

 

산책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색조만이 아니다. 7층으로 건물의 고도를 제한한 것도 안정감을 준다. 강남역의 대로변을 걸어보라. 안정감이 느껴지는가? 유리와 콘크리트의 무표정한 절벽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없이 작아지는 위압감이다. 사람은 하늘이 시야에 잡힐 때 안정감을 느낀다.

 

파리가 산책자에게 이상적인 것은 기본계획이 19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자체도 큰 이유이다. 도시계획에서 자동차가 당연한 변수가 되기 이전, 사람이 걷는 것이 당연했던 19세기에 만들어진 파리의 골목길들은 자동차에 어울리는 직선이 아니라 사람의 동선에 어울리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몇분 거리마다 박물관이 있고 랜드마크 건물이 있으며 공원이 있고 광장이 있다.

 

그리고 파리의 규모 역시 산책자에게 적합하다. 런던의 1/19, 서울의 1/6에 불과한 파리는 한나절이면 도시 끝에서 끝까지 걸어갈 수 있으며 차로 20분이면 횡단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리고 보행자의 기준에서 하루 생활권으로 묶인 도시이기에 파리의 조화가 가능하다. 서울처럼 여러개의 부도심이 만들어질 정도로 도시가 확대되면 도시의 다양성은 어떤 계획으로도 묶어내기 곤란할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제네바 정도로 작다면 다양성 자체가 없어진다.

 

파리의 크기는 적당한 다양성이 가능한 크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성으로 묶일 수 있는 크기이고 도시가 아름다울 수 있는 크기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산책자에게 아름다운 도시이다.

 

평가

 

이상이 이책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이책에 담긴 내용은 그 이상이다. 위에서 요약한 것은 책의 뒤 부분 일부에 불과하다. 책의 앞 부분엔 산책에 관한 수필에 가까운 내용이 한 챕터를 이루고 그 뒤엔 파리를 사랑한 사람들의 역사가 한 챕터를 이루는 식으로 저자는 이책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다. 그러나 이책의 제목이 말하는 파리에 대한 생각은 위에서 요약한 정도가 실질적이다. 나머지 내용은 사실 잡설에 가깝고 과학인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다운 글이 아니라 인문학자 아니 수필가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그 잡설에 가까운 내용들이 저자의 사적인 느낌들을 담아 문학적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잡설에 가까운 내용보다는 위에서 요약한 알맹이 있는 내용을 더 깊게 들어갔었으면 내용이 휠씬 깊이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책의 내용 상당수는 설익은 파리에 관한 생각들을 그냥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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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서둘지 마라! 좋은 물건은 쏟아진다! - '경매 달인' 지엔비그룹 김길태회장의 실전 경매이야기 2
김길태 지음 / 리츠옥션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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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그 책을 쓴 사람이 보이는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면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가가 보이는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투자관계서적의 경우엔 그런 책이 드물다. 대부분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내용을 쓸 때는 그 분야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무표정의 문체 뒤에 글을 쓴 사람은 숨게 된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이책에는 유치권, 지상권, 공동투자 등과 같은 부동산 투자에 관한 기술적 내용이 다루어지지만 그런 것들은 단지 소재일 뿐이다. 이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런 어느 책에서나 다 다루어지고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전문 경매업자인 저자가 자신이 겪은 사례들을 모아 놓은 이책의 내용은 흥미진진한 무협지를 보는 기분이다. 물론 자신이 거래한 사례들을 모아 놓은 실전경매서적들은 드문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특별하다. 

우선 경매에 나온 물건이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낙찰받아 명도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여러책에서 많이 나온다. 이책에도 나온다. 그러나 경매에 넘어간 물건을 방어하기 위해 위장 유치권을 설정한다든가 대지가 경매로 넘어갔지만 건물에 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아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지는 소송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쓴다든가 하는 방어적 입장에서 나오는 전술을 다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조폭들이 장악한 오피스텔 건물을 1/10 가격으로 통채로 낙찰받아 조폭들을 몰아내는 경우라든가 800억대 부산 하야트 호텔을 공동투자로 낙찰받는 것과 같이 규모가 큰 건을 다루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책이 특별한 것은 그런 특이한 사례들 때문만은 아니다. 낙찰받은 물건을 명도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더 정교하고 방대한 법적 지식이 필요하다. 법적 지식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감, 경험과 연륜도 필요하다.

이책에서 볼 것은 바로 저자가 어떻게 법적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인맥을 어떻게 동원하는가 그리고 협상을 어떻게 하는가와 같은 한 분야의 프로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 하는 감각이다.

물론 그런 프로의 감각을 보여주는 부동산 서적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특별하다. 단순히 프로의 테크닉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책에선 프로가 가져야 할 능력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가 자신의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가 하는 직업윤리도 느껴진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지켜라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돈을 떠나 도와라. 협상이란 상대도 얻는 것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적당히 먹고 양보해라. 다들 하는 말이다. 그래야 어느 분야든 프로로서의 생명이 길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신용의 그런 효용적인 측면에서 신용을 지키고 베푸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 느껴지는 것은 프로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에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자신의 긍지를 위해 올바르다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경영자나 프로들을 성공담이나 전기에서 그런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다. 그러나 투자서적에서 그런 자부심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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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 시장을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다
조지 쿠퍼 지음, 김영배 옮김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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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는 규칙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주류경제학은 동네북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동네북이 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주식투자에 관한 양대 이론을 꼽는다면 가치투자이론과 기술적분석론 두가지일 것이다. 가치투자론의 요점은 자산에는 내재가치가 있고 자산의 가격은 언젠가는 내재가치에 수렴할 것이므로 가격이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자산은 저평가일 때는 사고 고평가일 때는 사지 않거나 고평가 상태로 있을 때 팔아치우라는 것이다.

기술적분석론은 자산이 내재가치를 가질 수 있지만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분석론에서 자산의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수요일 뿐이다. 자산시장에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떨어지면 내려간다.

주류경제학이 생각하는 자산시장은 가치투자론과 비슷하다. 자산의 가격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자산의 수익률분포는 가치를 중심으로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그리게 된다. 그러나 가치투자론과 주류경제학은 시장에 대한 본질적인 가정에서 다르다.

가치투자론 역시 기술적분석론과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자산시장은 불안정하다 즉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자산의 가격을 가치가 결정하지만 시장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렇게 수렴할 것이라는 것이지 언제나 현재의 가격에 단기적으로 가치가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에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언제 가격이 가치로 수렴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상머리의 학자들이 아무리 시장이 효율적이다 안정적이다고 말해봤자 현장에서 만들어진 이론들은 코방귀를 뀔 뿐이다. 그리고 이책이 소개하는 민스키 역시 가소롭다며 웃는다.

민스키에 따르면 자산수익의 분포도는 중앙의 평균값을 따라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고 쌍봉형으로 양쪽으로 치우쳐 있다. 즉 현실의 자산시장에서처럼 수익이 나거나 안나거나 둘중의 하나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의 LTCM이 파산한 이유로 fat tail에 물렸기 때문이라 말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이었던 그 노벨상 수상자들은 정규분표를 가정했지만 그들의 거래는 통상보다 막대한 수익을 냈고 더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파산했다. 그들이 그린 정규분포가 맞다면 극히 희귀한 확률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민스키의 모델에 따르면 그들의 거래는 쌍봉형 분포의 두 봉우리 모두에 걸친 것으로 자산시장에선 얼마든지 있을 법한 확률에 걸린 것이다.

자산시장이 쌍봉형분포를 그리는 이유는 상품시장과 달리 자산이란 상품은 상품의 효용보다 앞으로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에 따라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를 것으로 보이면 즉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면 수요가 늘고 늘어난 수요는 가격을 더 올린다. 그리고 가격의 흐름이 내려가면 반대로 흐른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은 자산시장도 상품시장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내리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은 네거티브 피드백이 일어나면 안정적이다. 그러나 자산시장은 수요와 가격이 서로 증폭하는 포지티브 피드백의 시장이므로 극단적으로 가격과 수요가 요동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버블은 시장에 내재된 속성이다.

민스키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금융시장의 속성 때문에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증폭된다고 말한다. 은행이란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승수효과에 의해 실제 화폐량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유동성은 대출을 통해 수요를 부풀리면서 자산시장의 진폭을 더 확대하여 불안정성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신용창출 때문에 금융시장 자체도 불안정하다. 담보든 신용이든 채무자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대출액은 증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호황일 때 대출이 늘어 경기순환의 진폭을 더욱 키우고 불황이 되면 대출회수를 서두르고 대출을 줄이면서 경기후퇴를 더욱 키운다.

주류경제학에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자산시장을 온도와 온도계의 관계로 본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금융과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에 따라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평가

위와 같은 내용이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민스키 이론을 대충 요약한 것이다. 물론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민스키 이론과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더 자세하며 경제학서적에서 빠질 수 없는 정책대안에 관한 논의도 자세하다. 가령 진폭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상당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이책의 논의는 위에서 요약한 논리를 경제사와 경제학사 그리고 현실정치에 적용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이책의 분량은 책의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작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작은 분량에 비해 상당히 풍부하면서 알기 쉽다(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경제원론을 들었던 정도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졌다). 이책 한권으로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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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김태원 지음 / 지식노마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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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교육을 회사돈으로 시키고 있고 시중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책은 쌓이고 쌓여있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한 수요가 많고 수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말을 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가? 결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이란 문법에 맞고 단어 선택이 잘 되어 있으며 논리에 따라 제대로 말을 하더라도 내가 말을 꺼낸 이유 즉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많고 많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책더미에 새롭게 더해진 이책은 바로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에 관한 책이다.

말이든 글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내가 말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지 못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결과는 얻기 힘들다.

이책에선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두가지 측면으로 나눠 분석한다. 도마뱀의 뇌와 인간의 뇌이다.

도마뱀의 뇌는 파충류일 때부터 진화된 우리 뇌에서 가장 오래된 영역으로 감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 뇌의 이부분이 판단하는 제일 원칙은 나에게 이로운가 아닌가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이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으로 원하는 결과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조상은 언어를 만든 이후부터 이성적 사고란 영역을 진화시켰고 뇌의 이 영역에도 호소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는 뇌의 감정과 이성을 관장하는 두 영역에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5가지로 요약하고 한다. 약자를 따서 WHISPer이다. 뇌에 속삭인다는 의미도 된다.

W은 wake-up 즉 우리의 도마뱀 뇌를 깨운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끄는 가이다. 우선 관심을 받아야 무슨 말을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뇌라는 기관은 수시로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간다. 관심이란 뇌의 입장에서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뇌에게 에너지를 쓸만한 일이라 설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질문을 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기, 말을 하다 3-4초의 침묵을 던지거나 목소리의 톤을 바꾸기(대비효과)와 같은 것이 있다.

Hot은 생생함이다. 말의 생생함을 만드는 것은 열정이다. 말하는 사람의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지면 관심을 끈 효과가 지속된다. 프리젠테이션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쓴다든가 소도구로 시각적 예를 든다든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든가 상대방이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Interest, 도마뱀의 뇌는 이익을 생각한다. 이 말을 들어서 어떤 이익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설득이나 협상에서 오퍼를 하는 경우 어떤 이득이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눈을 맞춘다든가 경청을 한다든가 악수를 한다든가와 같은 바디 랭기지는 도마뱀의 뇌에게 나는 안전하다 당신의 편이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이 범주에 속한다.

Story 도마뱀의 뇌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Persona 일관성이라든가 자발성을 유도한다든가 신뢰성을 쌓는다든가 하는 설득의 기법은 우리 뇌의 이성을 관장하는 부분에 호소하는 것이다. 항상 설득에는 상대가 자신에 갖는 자아상을 만족시켜주는 부분이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은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누구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덕쟁이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저자가 WHISPer란 말로 요약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이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내용들이 새로울 것은 없다. 다른 책들 어딘가에 다 나오는 것이다. 가령 스틱이나 설득의 심리학, 협상의 법칙, 블링크 등 많은 책에서 나온 기법이나 예들이 다시 이책에 차용되고 잇다. 그러나 이책의 강점은 그런 새롭지 않은 것들을 간단한 도식으로 쉽게 정리해 놓았다는 것이며 그것을 저자의 실제 비즈니스 경험에서 다시 생각해 현장감을 높이고 잇다는 것이다.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위에서 든 WHISP란 도식 외에도 여러가지 도식으로 많은 테크닉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이책을 덮고 난 후에도 기억하기 쉽게 해놓았다는 것이며 그 도식들이 단순한 도식을 도식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어져있는가에서 심리적인 근거 위에서 도식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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