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서둘지 마라! 좋은 물건은 쏟아진다! - '경매 달인' 지엔비그룹 김길태회장의 실전 경매이야기 2
김길태 지음 / 리츠옥션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보면 그 책을 쓴 사람이 보이는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면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가가 보이는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투자관계서적의 경우엔 그런 책이 드물다. 대부분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내용을 쓸 때는 그 분야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무표정의 문체 뒤에 글을 쓴 사람은 숨게 된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이책에는 유치권, 지상권, 공동투자 등과 같은 부동산 투자에 관한 기술적 내용이 다루어지지만 그런 것들은 단지 소재일 뿐이다. 이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런 어느 책에서나 다 다루어지고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전문 경매업자인 저자가 자신이 겪은 사례들을 모아 놓은 이책의 내용은 흥미진진한 무협지를 보는 기분이다. 물론 자신이 거래한 사례들을 모아 놓은 실전경매서적들은 드문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특별하다. 

우선 경매에 나온 물건이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낙찰받아 명도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여러책에서 많이 나온다. 이책에도 나온다. 그러나 경매에 넘어간 물건을 방어하기 위해 위장 유치권을 설정한다든가 대지가 경매로 넘어갔지만 건물에 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아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지는 소송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쓴다든가 하는 방어적 입장에서 나오는 전술을 다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조폭들이 장악한 오피스텔 건물을 1/10 가격으로 통채로 낙찰받아 조폭들을 몰아내는 경우라든가 800억대 부산 하야트 호텔을 공동투자로 낙찰받는 것과 같이 규모가 큰 건을 다루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책이 특별한 것은 그런 특이한 사례들 때문만은 아니다. 낙찰받은 물건을 명도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더 정교하고 방대한 법적 지식이 필요하다. 법적 지식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감, 경험과 연륜도 필요하다.

이책에서 볼 것은 바로 저자가 어떻게 법적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인맥을 어떻게 동원하는가 그리고 협상을 어떻게 하는가와 같은 한 분야의 프로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 하는 감각이다.

물론 그런 프로의 감각을 보여주는 부동산 서적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책은 특별하다. 단순히 프로의 테크닉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책에선 프로가 가져야 할 능력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가 자신의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가 하는 직업윤리도 느껴진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지켜라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돈을 떠나 도와라. 협상이란 상대도 얻는 것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적당히 먹고 양보해라. 다들 하는 말이다. 그래야 어느 분야든 프로로서의 생명이 길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신용의 그런 효용적인 측면에서 신용을 지키고 베푸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 느껴지는 것은 프로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에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자신의 긍지를 위해 올바르다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경영자나 프로들을 성공담이나 전기에서 그런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다. 그러나 투자서적에서 그런 자부심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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