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인력 -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차세대형 리더의 조건
히구치 야스유키 지음, 고정애 옮김 / 비즈앤리빙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다이에이란 이름때문이었다. 다이에이는 한국의 이마트나 미국의 월마트와 비슷한 형태의 대형유통업체이다.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설립된 다이에이는 일본의 황금기와 함께 성장했고 일본경제의 암흑기인 잃어버린 10년 동안 무너지는 일본경제의 상징이 된 업체이다.

고이즈미 수상 임기 내내 일본관련 경제기사에는 다이에이의 이름이 떠난 해가 없었다. 부실기업의 대표격이었기 때문이다. 잃어비린 10년동안 다이에이와 같은 기업을 좀비라 말햇다. 기업이라면 이익이 나야한다. 그러나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죽은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미 대출로 물린 돈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대출을 계속 연장해주고 신규대출을 내 어쨌든 장부상으로 손실처리를 하지 않기만 바랬다. 은행의 피로 걸어다니는 시체 그 대표격이 다이에이였다.

일본정부의 선택은 다이에이의 재생이 되었고 세금을 투입해 국가가 직접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된 사람이 이책의 저자이다.

당시 일본 HP의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저자는 HP와 컴팩의 합병에 따른 혼란을 봉합하는데 성공한 직후였고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후라 회사내에서 입지는 물론 장래도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왜 골치덩어리인 좀비를 떠안으려 하겠는가?

그러나 오퍼를 들으면서 저자는 분노를 느꼈다. 거품이 거진 이래 계속 고통만 당해온 다이에이 직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왜 경영에 뜻을 두었던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저자가 경영자로서 생각하는 사명은 직원들에게 '이상적인 직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다이에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사명을 실천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한 것처럼 일은 쉽지 않았다. 그가 다이에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본 것은 대기업병에 걸린 패배자들이었다.

다이에이가 부실기업이 된 것은 객관적인 경제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Everyday low price란 슬로건으로 성공한 K-Mart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이에이는 대량구매  원가를 낮추고 저가로 팔아 대량판매를 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일본의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동안에는 그러한 전략이 맞아들어갔다.

그러나 버블이 터진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인구는 소자고령화란 말대로 아이는 적어지고 노인은 많아지는 시대로 바뀌었다. 시장이 축소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저가격은 더 이상 다이에이만의 강점도 아니게 되었으며 전문업체들의 협공을 받게 되었다.

다이에이와 같은 과거의 공룡에겐 어려운 시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이에이는 대기업병에 걸려 그런 변화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기직장으로 꼽혔던 회사인만큼 다이에이에 인재는 많았다. 그러나 창업자의 상명하달식 독재가 너무나 오래끌면서 상하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혔었고 대규모 조직이 되면서 매장이란 현장과 관리부서가 따로 놀게 되었다.

저자는 재직한 499일 동안 다이에이를 현장의 목소리 즉 고객지향의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목표를 정한다. 그 결과 저자가 퇴임할 쯤에는 드디어 만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고 재생의 길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책은 저자가 그렇게 다이에이를 살리는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가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체인지 리더에게 필요한 3가지 자질을 꼽는다. 현장력/전략력/변인력

기업이란 현장이 전부이다.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으로서 이익이 만들어지는 현장이 모든 것이고 나머지는 2차적이다. 리더란 당연히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회사를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리더의 현장력이다. 다이에이의 경우에는 매장의 목소리가 살아나도록 해야 했고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매장이 고객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했다.

그러나 현장력만으로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그 그림을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즉 전략적 안목을 가지고 있고 그 전략을 사내에 공유되도록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현장력과 전략력이 있다고 다이에이와 같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한 조직에는 괴짜(일어로는 변인)가 필요하다. 즉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보고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단순한 괴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시야가 넓어 남들이 못보는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괴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을 조직에 공유되도록 몰고 갈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춘 괴짜여야 한다.

평가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이 정리된다. 사실 이책의 내용이 독특한 것은 아니다. 전에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IBM을 맡아 부활시킨 루 거스너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를 읽었을 때 본 IBM의 상황과 다이에이의 상황이 비슷했고 대책도 비슷했다. 두책의 차이는 회사가 다르고 업종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다는 것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이책이 루 거스너의 책과 동급의 질을 가지고 잇지는 않다. 루 거스너의 책은 두께도 이책의 2배가 넘는다. 그리고 저자가 재임한 기간이 2년이 안되지만 거스너는 10년을 재직했다. 그리고 거스너의 책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이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이책에는 실제 사건보다는 저자가 다이에이를 맡은 후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고 어떤 전략을 내놓았으며 그 전략이 어떻게 실행되었는가란 시나리오에 더 가깝게 쓰여져 있다. 읽는 재미가 거스너의 책보다 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스너의 책이 IBM이란 업체가 어떻게 부활했는가란 구체적인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이책에선 다이에이란 부실기업을 살리는데 어떤 리더가 필요했는가란 자신의 경험에서 리더십에 대한 보편적인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그런 의도는 이책에서 충분히 성공하고 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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