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 시장을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다
조지 쿠퍼 지음, 김영배 옮김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는 규칙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주류경제학은 동네북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동네북이 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주식투자에 관한 양대 이론을 꼽는다면 가치투자이론과 기술적분석론 두가지일 것이다. 가치투자론의 요점은 자산에는 내재가치가 있고 자산의 가격은 언젠가는 내재가치에 수렴할 것이므로 가격이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자산은 저평가일 때는 사고 고평가일 때는 사지 않거나 고평가 상태로 있을 때 팔아치우라는 것이다.

기술적분석론은 자산이 내재가치를 가질 수 있지만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분석론에서 자산의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수요일 뿐이다. 자산시장에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떨어지면 내려간다.

주류경제학이 생각하는 자산시장은 가치투자론과 비슷하다. 자산의 가격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자산의 수익률분포는 가치를 중심으로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그리게 된다. 그러나 가치투자론과 주류경제학은 시장에 대한 본질적인 가정에서 다르다.

가치투자론 역시 기술적분석론과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자산시장은 불안정하다 즉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자산의 가격을 가치가 결정하지만 시장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렇게 수렴할 것이라는 것이지 언제나 현재의 가격에 단기적으로 가치가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에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언제 가격이 가치로 수렴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상머리의 학자들이 아무리 시장이 효율적이다 안정적이다고 말해봤자 현장에서 만들어진 이론들은 코방귀를 뀔 뿐이다. 그리고 이책이 소개하는 민스키 역시 가소롭다며 웃는다.

민스키에 따르면 자산수익의 분포도는 중앙의 평균값을 따라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고 쌍봉형으로 양쪽으로 치우쳐 있다. 즉 현실의 자산시장에서처럼 수익이 나거나 안나거나 둘중의 하나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의 LTCM이 파산한 이유로 fat tail에 물렸기 때문이라 말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이었던 그 노벨상 수상자들은 정규분표를 가정했지만 그들의 거래는 통상보다 막대한 수익을 냈고 더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파산했다. 그들이 그린 정규분포가 맞다면 극히 희귀한 확률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민스키의 모델에 따르면 그들의 거래는 쌍봉형 분포의 두 봉우리 모두에 걸친 것으로 자산시장에선 얼마든지 있을 법한 확률에 걸린 것이다.

자산시장이 쌍봉형분포를 그리는 이유는 상품시장과 달리 자산이란 상품은 상품의 효용보다 앞으로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에 따라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를 것으로 보이면 즉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면 수요가 늘고 늘어난 수요는 가격을 더 올린다. 그리고 가격의 흐름이 내려가면 반대로 흐른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은 자산시장도 상품시장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내리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은 네거티브 피드백이 일어나면 안정적이다. 그러나 자산시장은 수요와 가격이 서로 증폭하는 포지티브 피드백의 시장이므로 극단적으로 가격과 수요가 요동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버블은 시장에 내재된 속성이다.

민스키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금융시장의 속성 때문에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증폭된다고 말한다. 은행이란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승수효과에 의해 실제 화폐량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유동성은 대출을 통해 수요를 부풀리면서 자산시장의 진폭을 더 확대하여 불안정성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신용창출 때문에 금융시장 자체도 불안정하다. 담보든 신용이든 채무자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대출액은 증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호황일 때 대출이 늘어 경기순환의 진폭을 더욱 키우고 불황이 되면 대출회수를 서두르고 대출을 줄이면서 경기후퇴를 더욱 키운다.

주류경제학에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자산시장을 온도와 온도계의 관계로 본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금융과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에 따라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평가

위와 같은 내용이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민스키 이론을 대충 요약한 것이다. 물론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민스키 이론과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더 자세하며 경제학서적에서 빠질 수 없는 정책대안에 관한 논의도 자세하다. 가령 진폭을 줄이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상당한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이책의 논의는 위에서 요약한 논리를 경제사와 경제학사 그리고 현실정치에 적용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이책의 분량은 책의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작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작은 분량에 비해 상당히 풍부하면서 알기 쉽다(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경제원론을 들었던 정도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졌다). 이책 한권으로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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