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 세트 - 전6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요코야마 미쯔데루 극화,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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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세트를 받았을 때 놀랐다. 우선 아담한 박스에 6권이 담겨 있는 포장에 놀랐고 6권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가벼운 것에 놀랐다. 그리고 진짜 놀란 것은 만화였다는 점이다. 이 책은 원래 소설을 만화화한 것이다. 주문할 때 그 원작인 소설이라 착각하고 주문한 것이다.

책을 받고 이걸 어떻게 할까 멍한 상태에서 우선 내용을 확인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책장을 넘겨가니 생각보다는 내용이 충실했다. 우선 원래 탄탄한 내용의 소설을 만화화 한 것이기 때문에 흔히 일본만화에서 저지르고 있는 윤색이 없는 것이다.

오다 노무나가 도툐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인공인 전국시대는 메이지 유신과 함께 일본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사극의 단골 메뉴이고 만화로도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역사소설에 비해 만화의 경우 그 당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경우는 드물다. 그렇게 해서는 이미 뻔히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의 반복에 불과하게 되기 때문에 팔리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선정적이 되거나 재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얼토당토 않은 각색을 해댄다.

그러나 이 만화는 그렇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하루 저녁만 투자해도 다 읽을 수 있는 이책은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은 휠씬 많게 되어 있다.

우선 오다 노부나가란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책에서도 그렇고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평은 천재라는 것이다. 그 천재라는 평가는 정확하다. 남이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이다. 오다 노무나가가 흔히 들었던 큰 멍청이이거나 천재이다. 멍청이건 천재건 엉뚱하다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이다. 그 행동의 결과가 마이너스인가 플러스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이다.

이책에선 오다 노부나가가 왜 천재였는가 어떻게 천재였는가 그리고 그가 왜 천재이면서 멍청이란 말을 들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만화라는 시각적 매체를 통해 짧은 분량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쉽게 빠르게 얻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7권으로 번역된 소설을 6권의 만화로 압축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소설을 영화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내용을 적은 분량에 압축하면서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영화나 만화와 같은 시각적 매체로 표현되면서 글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이미지가 이해에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려 한다는 목적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그것이 약점이 되었다.
적은 분량에 당시 역사적 사실을 시간 순서에 따라 충실히 재현하려 하기 때문에 주마간산 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러 성주가 되기 전 오다 노부나가를 그리는 부분에선 상당한 공이 들어가있고 뜸을 들이면서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이미지를 잘 그려내고 있지만 성주가 된 후에는 전쟁사에 불과하게 되었다. 사건만 나열되는 느낌이 강하며 그 사건들을 인간 오다 노부나가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 만화는 오다 노부나가에 대해 알고 싶지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일 수 없는 경우에 적합하다 하겠다. 하루 저녁만 투자하면 오다 노부나가의 삶에 대한 개요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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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명상 - 김승석 변호사의 사띠빠타나 따라하기
김승석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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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불교가 정체된지도 한참이다. 해방 이후 이렇다 할 깨달은 분이 나오질 않고 있다. 단지 과거의 전통의 무게에 기대 관행적으로 교단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그나마 동북아에서 선불교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만 남은 것같다.

선방에 들어앉아 하안거 동안거 한해 두번씩 화두를 잡고 습관적으로 군대 정기 훈련하듯 수행을 할 뿐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래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남방불교이다. (소승불교라는 말은 쓰지 말자는 것이 불교계의 합의이다)

대승이라는 말로 자신을 지칭하면서 현학적이고 힌두교식으로 기복종교화된 흐름이 중국으로 넘어왔고 그 흐름 위에서 선불교가 태어났다.

그에 비해 동남아의 전통은 초기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이었고 경전도 힌두교에서 사용하는 산스크리트어가 아니라 초기불교 시절 석가모니께서 썼던 팔리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가장 원형에 가까운 그렇기에 더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이책의 내용은 바로 남방불교에 보존되어 있는 석가모니께서 행했던 명상수행법에 대한 설명이다. 대승불교의 좌선법도 그렇고 선불교의 화두선도 그렇고 불교의 수행법은 모두 교리를 전제로 한다. 제행무상, 만법무아 일체개고 등의 교리를 명상을 통해 깨닫는 것 최소한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불교에 대한 기본교리를 알지 못하면 읽을 수가 없다.

이책을 요가 명상이나 단전호흡의 명상같은 식의 입문서로 생각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 명상법에 대한 안내서로 이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 높게 쳐주기는 힘들것같다. 지금은 절판된 정신세계사에서 나왔던 '붓다의 호흡과 명상'이란 제목으로 이책이 근거로 삼고 있는 3가지 초기불교 경전의 번역/주해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책은 경전 원문의 해석과 함께 자세한 주석을 달아 기본적인 교리만 알고도 어느정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었다.

이책의 좋은 점은 그런 경전적 지식과 경험을 요즘 사람들도 알기 쉬운 단계에 따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정신세계사에서 나왔던 경전번역서와 같은 책을 보조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책은 어수선하다. 나쁘게 말해서 체계가 없다. 남방불교가 국내에서 그리 깊이 있게 연구되고 잇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번역서만 읽고 그 지식을 기초로 책을 쓰려니 난삽하게 되는 것이다. 수행자로서의 깊이는 모르겠다. 책에 간간히 개인적인 수행에서의 체험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수행은 제대로하는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선생으로 모실 수는 있는 것같지만 글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기본교리에 대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 남방불교에 대한 알기 쉬운 요약 정리가 되고 잇지 않기 때문에 책이 어수선한데 그런 정리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저자에게는 없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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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 - 라오스에서의 1년, 행복한 삶의 기록
최희영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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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없는 것이 참 많은 나라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집이 태반이니 열대지방에서 냉장고도 없다. 포장도로는 나라를 관통하는 대로 그것도 중국의 지원으로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대로 뿐인 나라. 대중교통은 자전거가 당연하고 택시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 뚝뚝이 뿐인 나라. 제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질 않으니 수시로 홍수가 나는 나라.

저자가 라오스에서 본 것은 새마을 운동 이전 한국의 농촌,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의 모습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잃을 것은 가난 밖에 없었던 그 시절처럼 지금도 라오스는 없는 것이 더 많은 나라이다. 국민소득이 800달러, 한국의 한달 최저임금으로 일년을 사는 나라이니 한국이 단군 이래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보자며 경제성장으로 달려가기 직전의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 당시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라오스의 국가예산을 채워주는 것은 해외원조이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라고 붙인 것은 바로 라오스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그 시절, 있는 것을 세는 게 더 빨랐던 그 시절을 만났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스하다. 우리가 지긋지긋하다며 털어버리고 온 그 시절에는 소중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라오스에서 보여주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사람'이다.

동남아 관광을 할 때 관광을 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을 보려면 버마와 캄보디아로 가고 사람을 보려면 라오스로 가라고 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라오스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인도는 마약같이 사람을 다시 끌어당긴다. 인도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삶의 피곤함이 배어나온다. 그러나 그 피곤함이 찌든 얼굴에 맺힌 미소를 보면 진흙탕에 피어난 연꽃과 같은 매력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보여주는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는 헤맑다. 미소가 피어나는 얼굴에는 삶의 피곤함이란 겪어본 일이 없는 것같다. 삶이 여유로운 사람들이 짓는 자연스런 미소이다.

없는 것이 많은 나라. 절대 풍요롭지 않은 나라이지만 그 미소만 보더라도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는 더 여유롭고 풍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미소이다.

글보다 사진이 많은 이책에는 압도적으로 유적같은 관광지보다 거리와 들판의 사람들이 많이 찍혀 있다. 생활의 현장에서 짓는 가식없는 미소를 저자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는 것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평가

이책을 보기 전 라오스에 대해선 70년대 베트남 전쟁이후 공산화 된 나라 불교국가 가난한 나라 메콩강이 지나는 나라 뭐 이런 정도가 라오스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를 보여주고 난 후 라오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극빈의 처지에서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불교때문이라 짐작한다.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 것이다. 불교교리를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쉽게 나오는 결론이다. 실제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나라에는 불교국가들이 많다.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잇지 않지만 새마을운동으로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동체문화였다.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삶이 각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아직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라오스에서 저자가 본 것은 바로 살아있는 공동체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직해본다.

그러나 이책은 라오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잇지 않다. 그냥 그들은 그렇더라고 보여줄 뿐이다. 라오스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라오스에 가기전 특별하게 라오스를 공부한 것도 아닌 단지 1년동안 살아본 것이 전부인 저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라오스 사람들에 대한 인상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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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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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라 물으면 결국 답은 행복이 될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 명성을 얻고 싶다 좋은 배우자를 얻고 싶다 좋은 가정을 만들고 싶다 등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행복이다.

그러나 행복에는 조건이 있다. 누구나 다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득도한 스님이나 요가의 구루가 아닌 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은 어느 정도의 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득도한 수도승이 아닌 한 굶주리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부부싸움의 대부분은 인간관계가 미숙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결국 돈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물직적으로 풍요로울 때 더 행복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이상한 문제가 일어난다. 저자는 인류학자라는 직업상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부자나라의 수위를 다투는 미국과 일본에서 살았다.

이상하게도 부탄같은 저 밑에서부터 세는게 빠른 가난한 그것도 극빈국의 사람들이 미국이나 일본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일본인의 모습은 한국인과 아주 닮았다. 항상 바빠보인다. 피곤에 찌들어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항상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한다. 객관적으로 부탄 사람들은 한국의 최저임금 정도로 한해를 살아간다. 어떻게 돈이 더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가능성은 더 높아야 하는게 아닌가?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이란 인류멸종을 향해가는 문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인간의 사회가 환경이란 제약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이란) 규칙에 따라 움직이면서 환경의 한계를 무시하게 된 결과이다.

문제는 거시적인 것만이 아니다. 미시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시한폭탄인 저출산 고령화를 들 수 있다. 아이와 노인은 생산하지 못한다. 소비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선 천덕구러기 무가치한 인간이 되는 시스템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아이를 갖는 것이 경제활동에서 핸디캡이 되는 사회 나이가 많은 것이 무능력한 밥벌레가 되는 사회 무언가 이상한 사회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시스템의 동력이 경쟁이 되면서 빈부격차의 확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일어난다.

피곤한 사회이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빈곤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정도가 되면 무엇을 위한 풍요인가 하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새삼스러운 질문도 아니다. 웰빙이니 여가니 취미니 로하스니 환경운동이니 이런 유행어들은 우리가 사는 방식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

사실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은 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물론 이책의 저자는 슬로 라이프란 운동의 제창자로서 질문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논의 구조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와 같은 식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대안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누구도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경제성장 지상주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로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이윤이 목적이고 이윤은 이윤 자체가 목적이다. 그결과는 GDP 성장으로 나타난다.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결과는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시장을 부정하지 않는 한 다른 대안은 없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할 점이 많다. 우리의 일상에서 느끼는 것의 원인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경제학은 어떻게 옹호해왔고 어떻게 무시해왔는가 등 얇은 책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대안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문다. 만족을 알자는 불교식의 가르침을 결론으로 맺는다. 사실 개인적 수준의 실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도 의심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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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유혹 - 이태원의 고대문명 탐사
이태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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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부제는 '여행기'라고 달려 있지만 이책은 기행문이 아니라 안내서이다. 어디를 간다고 할 때 대개는 비지니스라든가 누구를 만나러 간다든가 하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만 끝나면 그 장소와는 끝이고 돌아오기 바쁘다.

그러나 관광의 경우는 목적이 없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게 목적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관광의 목적이 평소와는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그 장소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간을 보낼 포인트들을 알고 가는 것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비결이다. 그리고 이책은 이집트를 관광할 때 무엇을 볼 것이고 왜 그것을 볼 것인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대개 이런 책을 관광 가이드북이라 한다.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이집트를 관광하는 이유는 당연히 문화유산탐방이 목적이고 대개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와 같은 알렉산더가 이집트를 점령하기 이전의 이집트 왕조들이 남긴 유산을 보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5천년도 더 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이집트의 역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알렉산더 이후 헬레니즘 문명에 흡수된 이후 이집트는 고유의 문명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 후에도 로마제국을 거쳐 이슬람문명에 흡수된 후에도 역사가 흘렀고 나름의 볼 것과 이야기들이 쌓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선 이슬람의 수도로 시작된 카이로에서 행적을 시작해 카이로 근교의 기자를 거쳐 나일강 상류로 올라가면서 유적지들을 하나 하나 살펴본다.

저자를 따라 유적들을 따라가면 눈이 즐겁다. 책값에서 짐작하겠지만 이책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있다. 책에서 언급되는 유적들은 거의다 사진이 실려있으니까. 그리고 재미잇다. 유적과 관련해 이집트의 역사를 간단하게 집고 넘어가는 것을 들으면서 눈도 즐거우면서 읽는 재미도 있다.

이책은 이집트학의 연구서도 아니고 이집트 개론서도 아닌 여행 가이드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술적인 내용을 담지도 않았고 언급을 하더라도 깊이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리 넉넉하지 않은 분량으로 이집트의 역사를 전부 알수도 없다(사실 이집트학은 자료가 너무나 부족한 분야라 구멍이 숭숭 뚫린 분야이기에 제대로 알 내용 자체가 없는 분야이긴 하다). 그러나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전에 일정을 잡는 용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데는 충분하고 넘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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