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들려주는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라 물으면 결국 답은 행복이 될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 명성을 얻고 싶다 좋은 배우자를 얻고 싶다 좋은 가정을 만들고 싶다 등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행복이다.

그러나 행복에는 조건이 있다. 누구나 다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득도한 스님이나 요가의 구루가 아닌 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은 어느 정도의 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득도한 수도승이 아닌 한 굶주리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부부싸움의 대부분은 인간관계가 미숙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결국 돈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물직적으로 풍요로울 때 더 행복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이상한 문제가 일어난다. 저자는 인류학자라는 직업상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부자나라의 수위를 다투는 미국과 일본에서 살았다.

이상하게도 부탄같은 저 밑에서부터 세는게 빠른 가난한 그것도 극빈국의 사람들이 미국이나 일본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리는 일본인의 모습은 한국인과 아주 닮았다. 항상 바빠보인다. 피곤에 찌들어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항상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한다. 객관적으로 부탄 사람들은 한국의 최저임금 정도로 한해를 살아간다. 어떻게 돈이 더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가능성은 더 높아야 하는게 아닌가?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이란 인류멸종을 향해가는 문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인간의 사회가 환경이란 제약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이란) 규칙에 따라 움직이면서 환경의 한계를 무시하게 된 결과이다.

문제는 거시적인 것만이 아니다. 미시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시한폭탄인 저출산 고령화를 들 수 있다. 아이와 노인은 생산하지 못한다. 소비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선 천덕구러기 무가치한 인간이 되는 시스템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아이를 갖는 것이 경제활동에서 핸디캡이 되는 사회 나이가 많은 것이 무능력한 밥벌레가 되는 사회 무언가 이상한 사회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시스템의 동력이 경쟁이 되면서 빈부격차의 확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일어난다.

피곤한 사회이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빈곤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정도가 되면 무엇을 위한 풍요인가 하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새삼스러운 질문도 아니다. 웰빙이니 여가니 취미니 로하스니 환경운동이니 이런 유행어들은 우리가 사는 방식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

사실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은 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물론 이책의 저자는 슬로 라이프란 운동의 제창자로서 질문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논의 구조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와 같은 식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대안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누구도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경제성장 지상주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로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이윤이 목적이고 이윤은 이윤 자체가 목적이다. 그결과는 GDP 성장으로 나타난다.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결과는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시장을 부정하지 않는 한 다른 대안은 없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할 점이 많다. 우리의 일상에서 느끼는 것의 원인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경제학은 어떻게 옹호해왔고 어떻게 무시해왔는가 등 얇은 책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대안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문다. 만족을 알자는 불교식의 가르침을 결론으로 맺는다. 사실 개인적 수준의 실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도 의심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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