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 - 라오스에서의 1년, 행복한 삶의 기록
최희영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라오스는 없는 것이 참 많은 나라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집이 태반이니 열대지방에서 냉장고도 없다. 포장도로는 나라를 관통하는 대로 그것도 중국의 지원으로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대로 뿐인 나라. 대중교통은 자전거가 당연하고 택시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 뚝뚝이 뿐인 나라. 제방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질 않으니 수시로 홍수가 나는 나라.

저자가 라오스에서 본 것은 새마을 운동 이전 한국의 농촌,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의 모습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잃을 것은 가난 밖에 없었던 그 시절처럼 지금도 라오스는 없는 것이 더 많은 나라이다. 국민소득이 800달러, 한국의 한달 최저임금으로 일년을 사는 나라이니 한국이 단군 이래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보자며 경제성장으로 달려가기 직전의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 당시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라오스의 국가예산을 채워주는 것은 해외원조이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라고 붙인 것은 바로 라오스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그 시절, 있는 것을 세는 게 더 빨랐던 그 시절을 만났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스하다. 우리가 지긋지긋하다며 털어버리고 온 그 시절에는 소중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라오스에서 보여주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사람'이다.

동남아 관광을 할 때 관광을 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을 보려면 버마와 캄보디아로 가고 사람을 보려면 라오스로 가라고 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라오스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인도는 마약같이 사람을 다시 끌어당긴다. 인도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삶의 피곤함이 배어나온다. 그러나 그 피곤함이 찌든 얼굴에 맺힌 미소를 보면 진흙탕에 피어난 연꽃과 같은 매력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보여주는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는 헤맑다. 미소가 피어나는 얼굴에는 삶의 피곤함이란 겪어본 일이 없는 것같다. 삶이 여유로운 사람들이 짓는 자연스런 미소이다.

없는 것이 많은 나라. 절대 풍요롭지 않은 나라이지만 그 미소만 보더라도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는 더 여유롭고 풍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미소이다.

글보다 사진이 많은 이책에는 압도적으로 유적같은 관광지보다 거리와 들판의 사람들이 많이 찍혀 있다. 생활의 현장에서 짓는 가식없는 미소를 저자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는 것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평가

이책을 보기 전 라오스에 대해선 70년대 베트남 전쟁이후 공산화 된 나라 불교국가 가난한 나라 메콩강이 지나는 나라 뭐 이런 정도가 라오스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그러나 저자가 이책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를 보여주고 난 후 라오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극빈의 처지에서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불교때문이라 짐작한다.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 것이다. 불교교리를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쉽게 나오는 결론이다. 실제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나라에는 불교국가들이 많다.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잇지 않지만 새마을운동으로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동체문화였다.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삶이 각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아직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라오스에서 저자가 본 것은 바로 살아있는 공동체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직해본다.

그러나 이책은 라오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잇지 않다. 그냥 그들은 그렇더라고 보여줄 뿐이다. 라오스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라오스에 가기전 특별하게 라오스를 공부한 것도 아닌 단지 1년동안 살아본 것이 전부인 저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라오스 사람들에 대한 인상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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