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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남콩녀 - 홍콩 여자 홍콩 남자의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즐거운 인생
경정아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홍콩에 대해 접하는 것은 경제나 정치관계의 기사나 피쳐 아티클 같은 것들이고 오래전에 본 홍콩영화들이 거의 홍콩에 대해 아는 전부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홍콩을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영국 식민지에서 약속에 따라 100년이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었고 그후 중국 정부는 영국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홍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중계무역으로 번영하던 홍콩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영화를 통해 기억하는 홍콩에 대한 이미지는 왕가위의 영화가 그린 홍콩이다. 특히 타락천사와 중경삼림에서 그려진 사막같은 도시에서 사는 고립된 개인들.
아마 홍콩에 대한 지식과 이미지는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책은 그런 평균적인 한국인들에게 구체적인 홍콩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거기서 3년째 살고 잇는 한국인 저자의 눈을 통해.
이책은 서울과 그리 다를 바 없는 국제도시 홍콩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간다.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홍콩가정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동남아 여성들이 휴일을 즐기는 거리들을 묘사한 첫장에서 부터 뾰루지가 나 찾아간 홍콩의 한약상 거리, 그리고 홍콩 사람들이 즐겨먹는 자라 젤리. 결혼하려면 처가에 지참금을 내야하는 홍콩의 특이한 관습. 홍콩에서 처음 알게된 태풍의 위력, 중고전자상가, 마카오 이야기, 살인적인 수준의 임대료 등 이책은 저자가 홍콩에 3년을 살면서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겪고 들은 이야기들을 저자의 생활이란 구체적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직장과 퇴근후 만남들을 통해 그 구체적 상황을 보여주면서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홍콩의 생활방식들과 풍물들을 보여주고 잇기 때문에 3시간 정도면 앉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술술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의 홍콩은 그의 직장동료들과 오다가다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누구나 다 사는 세계가 그렇듯이 저자가 사는 홍콩도 그런 작은 세계이다. 저자는 그 작은 세계 너머의 홍콩을 안다고도 하지 않고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평생을 서울에 살아도 서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3년을 살아보고 홍콩을 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저자의 그 작은 홍콩을 넘어 이책이 배경으로 그려지는 홍콩은 왕가위가 그린 홍콩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 표지에도 언급하고 있듯이 남 눈치 안보고 남이 뭘하건 상관하지 않는 철저하게 개인주의화된 도시. 서울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넌지시 배경으로 그려보는 홍콩은 더 심하게 개인주의화되어 있는 것같다.
서울보다 훨씬 작기에 헤어진 연인을 계속 마주칠 수 밖에 없는 홍콩. 작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에 임대료는 세계적 수준이고 생활비가 비싸기에 돈에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거기에 아시아의 금융허브이면서 글로벌기업들의 아시아 본부가 몰려있는 곳이기에 홍콩사람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그 경쟁에 끼어든다. 취직하려면 영어와 광동어는 물론 이제는 북경어까지 요구되는 곳.
그러나 홍콩의 개인주의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같다.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서구화된 문화가 형성되었고 다양한 인종 국적이 모이고 거치는 곳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이책의 배경을 보면서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