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 평전
한성무 지음, 김의정 옮김 / 호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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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역자가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아마 국내에서 출판된(아니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는 유일한 두보평전이다. 그나마 중국고전문학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이백과 두보인 만큼 다른 작가 들 가령 굴원이나 도연명, 백거이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두보나 이백이나 책이 많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으로 본격적인 평전은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그 내용이 어떻건 두보에 관해서 알려면 봐야만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어떨까? 우선 두보에 대한 기본적인 전기적 사실들은 물론 두보가 그의 삶을 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충분한 분량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1500수가 넘는 두보의 시를 현대중국어로 완역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보는 다른 시인과 달리 자신의 시에서 소소한 사실들을 자세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시만으로도 그가 어디를 언제 어떻게(말을 타고 갔는지 걸어갔는지 누구와 갔는지 왜 갔는지 등) 그리고 거기에 가서 어떻게 살았는지(배를 곯았는지 박대를 받았는지 누가 쌀을 얼마나 보내줬는지 등) 등의 전기적 사실을 그의 시를 통해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에서 그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등을 쉽게 추려낼 수 있다.

이책의 구성은 두보의 시를 기초로 그의 행적을 연대기순으로 쫓아 배열하면서 그 시를 통해 두보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잇다. 분량이 상당한 만큼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이책의 그러한 성격 때문에 두보의 생애를 알기 위해서라면 이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두보를 알려고 한다면 즉 두보의 시세계와 그의 시를 느끼고 싶어서라면 이책은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시인의 평전이라면 시인의 개인으로서의 삶은 물론 그의 예술까지 포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의 스칼라십은 두보의 시세계에 대한 권위있는 평가를 내릴 정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학문적 수준은 평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중국학자들의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어찌 된 것이 자기나라에 대한 것인데도 중국학의 수준이 일본학자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구미학자들보다도 못하다. 이책의 저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책은 두보의 생애를 알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다른 책을 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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