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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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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인도여행기는 즐겨 보는 편이다. 인도라는 토양에서 태어난  불교교리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책도 그런 인도여행기의 하나겠거니 생각햇다. 그러나 도착한 책을 받아보고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책은 인도여행기라기 보다는 인도사진집이다. 글도 있지만 글의 분량을 모두 모아봐야 30-40페이지가 되지 않는다. 330페이지가 넘는 이책의 분량은 풀컬러 사진으로 메워진 두꺼운 종이로 이루어져있다. 종이값이 두꺼울 수록 비싸고 4도인쇄이니 요즘 유행하는 2도 인쇄보다 기본으로 2배는 더들어간다. 그런데도 책값은 12000원이다. 출판사가 인심이 좋은데군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면서 책을 넘겨가면서 사진을 한장 한장 감상한다. 저자는 책표지에 있는 것처럼 타지마할과 같은 관광지를 찍지 않았다. 그가 찍은 것은 도시의 다 허물어져가는 뒷골목이며 시장이고 벌거벗은 채 올챙이 배를 내민 아이들이며 똥이 굴러다니는 거리이다. 우리나라 50-60년대의 허물어져가는 모습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저자가 그의 렌즈로 보여주는 인도는 있는 그대로 그들이 살아가는 현장이지 화장한 관광지가 아니다.

간간히 있는 저자의 글 역시 가감없는 인도인들의 모습이다. 외국인이면 봉으로 생각하는 도둑에 사기꾼, 야바위꾼 들이 인도인들이다.

저자가 보여주고 말하는 인도는 다른 여행기들이 말하듯이 더럽고 낡았으며 후덥지근하기까지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인도의 모습 그대로이다. 사람 사는 곳이란게 다 거기서 거기이다. 그러나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시 인도로 되돌아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가 발견한 인도를 사진으로 말한다. 그가 잡은 인도는 아열대가 그렇듯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곳이다.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듯 아열대의 동물과 식물이 그렇듯 사람들의 의상은 물론 거리의 물건들도 집들도 온갖것이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 빛난다.

처음 책을 잡았을 때 눈에 띄었던 사진은 건물 사진들이엇다. 하얀 회벽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었다. 첫번째 사진은 건물 외벽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갈색이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선 허름한 집들 위로 강렬한 햇살이 내리쪼이는 사진이다. 그 사진에서 그림자는 건물의 흰색 회칠과 강한 컨트라스트를 이루는 청색이었다.

그림자까지 검은색이나 회색이 아닌 컬러를 갖는 곳. 저자는 인도에서 불교의 화법처럼 진흙탕속에 피는 연꽃을 본 것이다.

인도인들의 삶은 힘들다.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절대 다수의 인도인들의 삶은 힘겹다. 오죽하면 해탈을 말하는 불교가 인도에서 나왔겠는가? 마찬가지로 해탈을 말하는 힌두교 역시 인도만의 종교이다.

그러나 저자가 본 인도인들은 피곤한 삶에서도 표정이 밝다. 그러나 그 밝은 표정은 헤맑은 밝음은 아니다. 그 아래에는 삶의 피곤함이 잇다. 그들의 밝음은 그 피곤함을 이기고 피어오른 밝음인 것이다. 아열대에 사는 사람들 특유의 느긋함과 여유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짐작해본다.

이책의 사진들에서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바로 나른함에서 피어난 여유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을 인도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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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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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 천국보다는 에덴동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어린 저자가 보기에 천국은 따분해 보였던 것이다. 천국에는 집만 있고 동식물이 없지만 에덴동산은 생물로 가득하고 동물이 말을 하는(적어도 뱀은) 곳이니까. 천국은 자칭 거기 갈 수 있다는 사람들이 모두 들어간다면 엄청 혼잡할 듯했다는 것이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어린 저자가 천국에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저자는 "천국은 우리 발밑에 있다'는 말대로 집 뒷마당, 헛간에서 에덴동산을 찾아왔다.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동물과 더 잘 어울렸던 저자는 커서도 오랑우탄을 찾아 아프리카 오지를, 흡혈박쥐와 돌고래를 찾아 아마존을, 식인 호랑이를 찾아 벵골을 헤메고 다녔다.

이책은 저자가 미숙아로 태어나 죽을 처지인 새끼 돼지를 입양해 돼지의 평균수명을 넘어선 14살까지 키운 이야기이다.

에덴동산의 동물과 달리 말이 통하지 않는 그녀의 돼지 크리스는 삶을 사랑할 줄 알았다. 그를 돌보는 저자와 그녀의 남편을 사랑했고 그를 찾아와 음식 찌거기를 주는 이웃들을 사랑했으며 배를 만져주며 맛사지를 해주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인 헛간을 탈출해 동네를 산책하면서 간식거리를 제공해주는 이웃의 채소밭을 사랑했고 땅을 파헤치는 재미를 주는 잔디밭을 사랑했다. 물론 크리스의 그런 탈주는 저자를 곤란하게 했지만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돼지의 기분좋은 꿀꿀거림으로 기분을 풀어줄 줄 알았다.

물론 돼지인 크리스가 가장 사랑한 것은 돼지답게 먹을 때였다. 아무리 많아도 질리지 않고 주는대로 만찬을, 먹는다는 것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크리스를 볼 때면 사람들은 더 없는 행복을 볼 수 있었고 크리스만큼이나 행복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도축용 가축이 아니라 애완동물로 키워지는 크리스가 저자는 물론 그녀의 이웃에게 준 것은 바로 행복감이었다.

"나는 온점함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내가 크리스와 닭들을 돼지우리와 닭장에 집어넣는 화창한 여름 저녁이다. (그녀의 개인) 테스가 우리의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흰배를 우리에게 보여줄 때이다. 부드럽게 꼬꼬 우는닭소리와 점잖게 꿀꿀거리는 돼지소리가 달빛처럼 나를 휘감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헛간을 어슬렁거리는 때이다. 온전함은 이런 감사함을 느낄 때의 느낌이다.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함께 있는 것에 대하여 느끼는 감사함이 곧 온전함이다."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 저자에게 그녀가 키우는 애완동물들은 사람이 줄 수 없는 온전함을 준다. 온전함을 동물은 줄 수 있지만 사람은 주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은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부모와 의절까지 갔던 저자는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키는 병실에서 때 마침 집에서 죽어가는 개를 걱정한다. 어머니의 곁을 지키면서 저자의 마음은 어머니 못지않게 개 테스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개와 낳아준 어머니의 무게는 왜 그녀에게 동등한 것이었을까? 더군다나 테스와 알고 지낸지는 12년이고 어머니와 알고 지낸지는 45년이었다.

그 이유는 어머니와의 관계는 조건적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머니가 바라던대로 삶을 살지 않았다. 그것은 어머니로선 용서하기 어려운 죄였다. 어머니 세대로선 드물게 명문대를 나와 FBI에 특채되었고 전쟁영웅인 아버지와 결혼했던 어머니에게 저자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난관이엇다. 저자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조건부였고 저자는 어머니의 조건을 만족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테스는 저자의 가족이었고 그 가족은 조건없는 사랑으로 맺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조건이 없는 관계이기에 온전함을 줄 수 있는 관계였다. 그것은 돼지 크리스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책에서 말 못하는 돼지 크리스는 저자의 눈을 통해 보여질 뿐이다. 누가 돼지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아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한 것이다. 이책의 주인공은 돼지 크리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책의 진짜 주인공은 저자이다. 그리고  돼지 크리스를 찾아오면서 저자가 느끼는 온전함을 공유하게 되는 마을사람들이 조연을 맡는다. 그리고 그 온전함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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