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의 라이벌 -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중국.인도.일본의 미래전략
빌 에모트 지음, 손민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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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특징을 한마디로 하자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책의 저자인 빌 에모트는 The Economist의 편집장을 지낸 바 있다. The Economist의 문체가 그렇듯이 그 잡지의 편집장을 지낸 사람인 만큼 이책의 문체는 단문 위주의 간명한 문장에 위트가 넘치고 요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적인 문장이다.

그런 문체로 쓰여진 이책의 내용은 사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다. 이책의 요점은 이렇다. 앞으로 아시아의 역학관계는 기존의 강국인 일본과 신흥강국인 중국, 인도 사이의 3각관계가 규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간의 관계는 협력보다는 경쟁이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인 주장이다. 저자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드는 것은 3국간의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3국간에는 신뢰가 있어본 적이 없다. 한국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항상 겪고 있듯이 과거사 문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고 중국과 인도 사이에도 역사적으로 이렇다할 신뢰가 있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두 나라간에는 티벳문제를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립을 보여왔을 뿐이다.

그런 3국이 이제 서로 대등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앞으로 이들의 관계는 협력보다 경쟁이 우선될 것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인 주장이다. 저자는 다루고 있지 않고 중국이 억지주장을 근거로 티벳을 점령한 이유는 인도에 대한 견제이다.

사실 티벳을 차지한다고 해서 중국이 이로운 것은 없다. 인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티벳을 지배해야 히말라야로 차단된 인도와의 지정학적 장벽이 안전하게 되기 때문에 중국은 티벳을 내놓을 수가 없다. 중국의 의도는 인도도 알고 있다.

3국간의 관계가 경쟁적일 것이라는 것은 그리 깊은 생각이 필요치 않은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읽기 위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가? 그 주장만 알기 위해서라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400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할애하면서 3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 그리고 20세기 아시아 지역의 전체적인 지정학적 역사를 개관하고 있다. 이책을 읽을 가치는 바로 그런 저자의 개관에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일본, 인도의 경제와 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전망을 보자.

중국의 경우 저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위적으로 저평가된 위안화와 저임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흑자가 쌓인 상황에서 더 이상 인플레를 누를 수 없는 상황이 가까워 오고 있고 국내의 여유노동력이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70년대 초 일본이 겪은 상황이다.

성장률이 둔화될 때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산당이 민주화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공산당으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성장의 둔화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지금까지 국가 관리능력으로 정당성을 얻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능력을 보여주면서 정당성을 얻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러한 방향의 모델은 자민당이 장기집권 비결과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 전문가인 저자는 일본에 대해서 조건부 낙관론을 펴고 잇다. 일본이 지금까지 20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볼 근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가지 근거이다. 20년동안 투자가 정체되어 한국은 물론 중국에게 치고 올라올 여지를 주었던 만큼 앞으로 추격자들을 다시 추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올리고 그 생산성이 인구감소를 상쇄할 정도가 된다면 일본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문제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정치가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의 정치적 특성을 지적한다. 지난 20년동안 일본은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동안 일본의 개혁을 저자는 스텔스 개혁이라 말한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지 않는 개혁들이 쌓여왔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개혁들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혁명은 메이지 유신 한번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지적하면서 그렇게 개혁하는 것이 일본의 천성이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예리하다. 전체적으로 이책의 요점은 앞에서 말할 것처럼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그 요점을 지지하기 위해 저자가 드는 논거와 현상의 분석들은 특별하다. 그리고 이책의 가치는 그 특별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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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보기
이지효 지음 / 북포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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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미래를 논하는 책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책과 같이 산업수준에서 한국경제를 미시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책은 많지 않다. 물론 산업분석은 주식투자의 기본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를 위한 용도로 나온 책들이 몇권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책 같은 깊이를 갖는 책은 보지 못했다.

한국경제를 거시수준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방향을 실제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실제 경제가 움직이는 수준인 산업수준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300페이지 조금 넘는 이책에서 한국경제의 모든 산업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모든 산업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보다 이책이 다루고 있는 몇몇 산업을 어느 정도 깊이로 다루고 있는가일 것이다. 300페이지라는 분량에서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할까?

이책이 다루는 자동차, 에너지, 철강, 금융, 유통, 통신 하나 하나만 하더라도 책 몇권은 쓸 수 있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글자도 큼직한 편이고 페이지까지 적은 이책이 다루는 내용의 깊이는 기대할 만한 것인가? 결론만 말하자면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이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이책의 각 챕터는 각 산업이 글로벌 수준에서 어떤 역학에 따라 움직이고 잇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떠한가 그리고 그 위치에서 어떤 성장전략을 취해야 하는가라는 논리구조로 구성된다.

먼저 이책은 자동차 산업을 다루고 잇다. 대우가 망한 것은 무리한 확장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전자와 자동차 두 산업에서 무리하게 확장을 했기 때문에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자동차의 경우 그 당시 확장전략의 논리적 근거는 연산 600만대 이상의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매킨지 보고서였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이책의 저자는 묻는다.

규모의 신화는 생산의 효율성을 앞세운 논리였고 그에 따라 세계시장의 경쟁이 짜여졋다. 그에 따라 전자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역시 부품이 모듈화되었다. 부품의 모듈화는 규모의 경제가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부품업체로 넘어가는 현상을 낳게 된다.

부품업체로 규모의 논리가 넘어가면서 산업의 주도권은 완성차업체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고 차별화의 논리는 디자인과 조립능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의 업체만 시장에 살아남을 것이란 논리도 근거가 박약해질 것이다.

두번째 트랜드로는 전기자동차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인 엔진기술의 우위가 와해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세한 논의는 생략)

에너지와 철강에 대해 저자는 한국의 문제는 업스트림의 취약성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두 산업 모두 70년대 전후의 중화학공업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산업이다. 수입대체를 위한 정책에서 태어난 두 산업은 자동차, 전자 등 두 산업의 소비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중국의 대두로 수출에도 자체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자체 역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 그리고 자원확보의 불안정성이 대두되면서 원료 자체의 생산이란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석유의 경우는 윗단계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해운, 금융을 다루는 챕터에서 저자는 한국의 문제를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이 부재하다는 데서 찾는다. 이밖에도 유통, 전자, 통신 등을 다루고 있고 그 각각의 내용도 상당히 충실하다. 그러나 분량상 이정도로 요약을 마친다.

이상에서 요약한 정도로는 이책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책의 장점은 짧은 분량에 명쾌하면서 분명하게 산업의 역학을 다루는 저자의 능력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산업분석에 관한 책에서 이책만큼의 질을 갖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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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 삶을 걸작으로 만드는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질문
이재규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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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꼽아 놓은 드러커의 책들을 볼 때면 항상 자괴감이 든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시간이 나면 언제든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이지만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닌 이상 뭔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처지에서 드러커의 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드러커의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다. 드러커의 책이 난해한 철학자의 책도 아닌데 읽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양이 너무 많다. 90세가 넘어서도 책을 쓰던 사람인만큼 저서의 양이 너무 많다.

그렇다보니 드러커의 책을 직접 읽기 보다는 이책과 같이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책을 틈이 날 때 읽게 된다.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 소개하는 책들은 여러가지가 나와있다. 그러면 올해 나온 이책은 그 많은 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실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이책에도 드러커가 말해온 지식노동자, 지식사회, 혁신, 기업의 사회적 역할, 경영자의 역할, 자본주의의 의미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책은 드러커의 많은 이론 중에서 지식노동자의 그리고 경영자의 자기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일종의 드러커 자기계발서라고 할까?

이책의 특징은 내용적인 선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되도록 저자의 언어로 요약된 드러커보다는 드러커 자신의 글을 주제별로 편집해 묶는 다는 일종의 드러커 어록과 같은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대개 드러커 개설서들이 드러커의 방대한 저서들을 요약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요약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는 것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이책의 목적이 드러커의 사상 전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형식이기도 하다.

물론 이책에는 드러커로부터의 인용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이 다루는 주제들만 하더라도 드러커의 생각을 그런 식으로 전달하기에는 드러커 저서의 양은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드러커로부터의 인용과 함께 편저자 자신의 요약, 소개가 같이 등장한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구성된 이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가? 이책의 저자가 파악하는 드러커의 이론적 구조를 대략 요약해 보면 이렇다.

저자는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던 슘페터의 가장 유명한 이론은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원동력으로 본 슘페터는 그 모터로서 혁신의 창조자인 기업가에 주목했고 그 기업가들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 했다. 그리고 드러커는 바로 기업가 정신이란 개념을 확장해 현대 경영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러나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보기에는 난점이 있다. 케인즈와 슘페터의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관리를 통해 생산성과 혁신이 이루어지던 시대였고 그 시절의 대표적인 경영이론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였다. 그러나 드러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전후시대는 조직의 시대였다. 조직의 운영이 혁신의 원천이 된 시대이다. 드러커는 지식사회, 지식노동자란 개념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50년대 그런 개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직의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학자로서 드러커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책에선 그런 조직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로서 지식노동자, 경영자들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그들의 자기관리,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드러커의 생각들을 엿보게 하는 구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책은 그런 목적에 성공하고 있는가?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이책에 소개되는 드러커의 생각들은 이미 다른 책들에 소개되고 있다. 드러커의 생각은 널리 보급되었고 발전, 변형되었다. 지금에 와서 새로울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오리지널의 힘은 언제나 강하다. 이책은 그 오리지널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책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물론 이책 한권으로 드러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대단한 체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책은 드러커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드러커 맛보기로서 이책의 의미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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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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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미디어 회사들에게 구글은 나폴레옹이다.  자유, 평등, 박애. 선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구호이다. 그러나 그 프랑스 혁명의 구호로 나폴레옹이 한 일은 제국 건설이었고 그가 선물한 것은 전쟁의 재앙이었다.

'사악해지지 마라'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러나 그 구호를 내걸고 구글이 한 일은 구 미디어 회사들에겐 재앙이었다. 음반회사들에게 인터넷이 핵폭탄이었듯이 구 미디어 회사들에게 구글은 생사의 문제가 되었다.

'사악해지지 마라' 애매모호한 이말은 구글에게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뒤집으면 선해지라는 의미인 이말에 따라 구글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는 선의로 무장했고 엔지니어가 지배하는 구글에게 선해진다는 것은 세상을 더 합리적으로 만든다는 의미였다.

미국의 광고시장은 GDP의 1%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효과가 있다면 그 돈의 크기가 얼마더라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마케터들이 불평해 왔듯이 광고는 갈수록 효과가 떨어져가고 있었다.

"광고는 예술이 되었다. 우리는 쓸모가 없는 것을 예술이라 부른다." 알 리스의 말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왜 광고가 쓸모가 없어졌는가? 질문했다. 그리고 해법을 내놓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광고가 무용해진 것은 가격에 거품이 끼었는데다 필요없는 사람에게 필요없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왜 광고가 예술이 되었겠는가? 처음 광고가 나왔을 때는 단순했다. 상품의 장점을 알려주는 사실적인 정보전달 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금의 광고는 어떤가? 상품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예술가의 '작품'이다.

광고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보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러나 구글은 간단하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지금 검색광고라 불린다.

검색광고는 대박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한 대박으로서 구글의 경이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구글의 성장이 구 미디어 회사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음반산업이 초토화된 것처럼 인터넷 덕분에 구 미디어는 구독자와 시청자를 잃어가고 있었다. 거기다 이젠 광고수입까지 뺐긴다면? 죽음이다.

구글은 언론사만 건드린 것이 아니다. 출판사들도 벌떼처럼 일어났다. 구글은 광고를 개선한다는 '선한' 의도로 언론사들을 적으로 돌린 것처럼 도서검색을 들고 나와 출판사들도 적으로 만들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물었다. "왜 절판된 책을 보면 안되는거지?" 그리고 도서관에 잠자는 책들을 스캔해 검색할 수 있게 하는 프라젝트를 띄웠다.

음반사와 언론사들이 침몰하는 것을 지켜봐온 출판사들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 생각했고 구글의 적이 되었다.

언론사와 출판사들만이 아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물었다. '왜 걸어다니면서 검색을 할 수는 없는거지?' 그리고 안드로이드 폰을 제안했다. 이번엔 아이폰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애플과 전화회사들을 적으로 돌렸다.

구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세상을 좋게 만들겠다는 선한 의도로 한 일들인데 왜 공격을 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90년대 반독점 소송을 당하던 시절 MS 역시 그랫다. 자신들은 분명 좋은 의도라고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시장에서 기업이 할 일이 아닌가?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MS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바로 나는 선하다는 오만 때문에.

MS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제품이 좋아서 쓸 뿐이지 MS라는 회사 자체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구글은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이다. 그들의 '사악해지지 마라'는 구호를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구글이 선한 의도로 하는 일들은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를 화나게 만들고 적으로 만들었다. 좋은 의도라고 믿기에 다른 사람들도 좋게 생각해줄 것이란 순진함이며 내가 옳으면 옳은 것이란 오만함 때문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구글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고 많이 읽혔다. 위에서 요약한 내용이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이미 구글에 관한 책을 읽었거나 경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책의 가치는 내용보다 그 내용을 쓴 ㄴ 스타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자인 저자는 실제 구글의 경영진들과 구글에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의 경영진들을 여러해동안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현실을 보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디테일하게 쓰고 있다. 이책의 장점은 바로 그런 자료 수집에서 오는 현장감이다. 구글에 관한 책을 몇권 보았고 그중에서 기자가 쓴 책도 있었다. 그러나 이책처럼 여러해에 걸쳐 다양한 관계자들을 발로 뛰면서 자료수집을 한 책은 없었다. 자료의 치밀함 덕분에 이책은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예를 들어 실제 구글의 경영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책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책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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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지식의 힘 - 돈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에 성공한다 나의 경쟁력 파워 시리즈 3
신현규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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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받고 처음의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잘못 골랐다는 것이었다. 이책의 첫장은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구하는가부터 시작한다. 부채와 자기자본 두가지로 기업의 자금은 구분된다는 것인데 그 서술이 초보적이다. 초보자를 위한 책이군 하고 잘못 골랐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책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책은 초보자만을 위한 책이라 하기는 힘들다. 물론 상승씨네 김치공장 하는 식으로 익명으로 전형적인 사례를 드는 것은 초보자를 위한 서술방식이고 풀 컬러로 된 인쇄나 삽화는 전형적인 초보자용 편집이다. 그러나 이책의 내용은 주식투자에 관해 어느 정도 초보딱지를 뗀 사람도 읽어볼만 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왜 보험사나 은행은 주식투자의 비중이 높지 않은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보험사와 은행의 목적은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금융사 역시 회사이므로 이윤최대화가 목적이 되지만 증권회사나 투자은행과 달리 보험사와 은행은 예금과 보험료를 받아 운영된다. 예금과 보험료는 돈을 내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언제든 요구가 있으면 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은행과 보험사의 자금운용은 돈이 마르지 않는 것이 최대목적이 된다. 그러므로 주식과 같은 리스크가 큰 투자는 비중이 높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책의 내용은 주식이 무엇인지 주식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지와 같은 기초적인 내용들과 함께 위와 같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도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이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초보적인 내용이라도 다시 되새겨보는 기회로 생각하기에 충분하도록 쉬우면서도 요점이 분명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그렇다고 이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내용은 신문에 실리는 칼럼 정도의 분량으로 쓰여진 짧은 글들이 모아져 있다. 그러나 그 부분들은 어떤 분명한 체계를 이루고 있지 않다. 나쁘게 말하면 두서가 없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읽고 나면 어떤 체계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쉽고 명료하게 쓰여져 있고 여러해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본 기자의 경험이 잘 녹아 있다는데 이책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기본을 다시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읽기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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