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의 라이벌 -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중국.인도.일본의 미래전략
빌 에모트 지음, 손민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책의 특징을 한마디로 하자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책의 저자인 빌 에모트는 The Economist의 편집장을 지낸 바 있다. The Economist의 문체가 그렇듯이 그 잡지의 편집장을 지낸 사람인 만큼 이책의 문체는 단문 위주의 간명한 문장에 위트가 넘치고 요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적인 문장이다.

그런 문체로 쓰여진 이책의 내용은 사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다. 이책의 요점은 이렇다. 앞으로 아시아의 역학관계는 기존의 강국인 일본과 신흥강국인 중국, 인도 사이의 3각관계가 규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간의 관계는 협력보다는 경쟁이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인 주장이다. 저자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드는 것은 3국간의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3국간에는 신뢰가 있어본 적이 없다. 한국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항상 겪고 있듯이 과거사 문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고 중국과 인도 사이에도 역사적으로 이렇다할 신뢰가 있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두 나라간에는 티벳문제를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립을 보여왔을 뿐이다.

그런 3국이 이제 서로 대등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앞으로 이들의 관계는 협력보다 경쟁이 우선될 것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인 주장이다. 저자는 다루고 있지 않고 중국이 억지주장을 근거로 티벳을 점령한 이유는 인도에 대한 견제이다.

사실 티벳을 차지한다고 해서 중국이 이로운 것은 없다. 인도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티벳을 지배해야 히말라야로 차단된 인도와의 지정학적 장벽이 안전하게 되기 때문에 중국은 티벳을 내놓을 수가 없다. 중국의 의도는 인도도 알고 있다.

3국간의 관계가 경쟁적일 것이라는 것은 그리 깊은 생각이 필요치 않은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읽기 위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가? 그 주장만 알기 위해서라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400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할애하면서 3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 그리고 20세기 아시아 지역의 전체적인 지정학적 역사를 개관하고 있다. 이책을 읽을 가치는 바로 그런 저자의 개관에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일본, 인도의 경제와 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전망을 보자.

중국의 경우 저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위적으로 저평가된 위안화와 저임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흑자가 쌓인 상황에서 더 이상 인플레를 누를 수 없는 상황이 가까워 오고 있고 국내의 여유노동력이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70년대 초 일본이 겪은 상황이다.

성장률이 둔화될 때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산당이 민주화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공산당으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성장의 둔화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지금까지 국가 관리능력으로 정당성을 얻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능력을 보여주면서 정당성을 얻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러한 방향의 모델은 자민당이 장기집권 비결과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 전문가인 저자는 일본에 대해서 조건부 낙관론을 펴고 잇다. 일본이 지금까지 20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볼 근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가지 근거이다. 20년동안 투자가 정체되어 한국은 물론 중국에게 치고 올라올 여지를 주었던 만큼 앞으로 추격자들을 다시 추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올리고 그 생산성이 인구감소를 상쇄할 정도가 된다면 일본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문제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정치가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의 정치적 특성을 지적한다. 지난 20년동안 일본은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동안 일본의 개혁을 저자는 스텔스 개혁이라 말한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지 않는 개혁들이 쌓여왔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개혁들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혁명은 메이지 유신 한번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지적하면서 그렇게 개혁하는 것이 일본의 천성이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예리하다. 전체적으로 이책의 요점은 앞에서 말할 것처럼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그 요점을 지지하기 위해 저자가 드는 논거와 현상의 분석들은 특별하다. 그리고 이책의 가치는 그 특별함에 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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