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 삶을 걸작으로 만드는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질문
이재규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책장에 꼽아 놓은 드러커의 책들을 볼 때면 항상 자괴감이 든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시간이 나면 언제든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이지만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닌 이상 뭔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처지에서 드러커의 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드러커의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다. 드러커의 책이 난해한 철학자의 책도 아닌데 읽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양이 너무 많다. 90세가 넘어서도 책을 쓰던 사람인만큼 저서의 양이 너무 많다.

그렇다보니 드러커의 책을 직접 읽기 보다는 이책과 같이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책을 틈이 날 때 읽게 된다.

드러커의 사상을 요약해 소개하는 책들은 여러가지가 나와있다. 그러면 올해 나온 이책은 그 많은 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실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이책에도 드러커가 말해온 지식노동자, 지식사회, 혁신, 기업의 사회적 역할, 경영자의 역할, 자본주의의 의미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책은 드러커의 많은 이론 중에서 지식노동자의 그리고 경영자의 자기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일종의 드러커 자기계발서라고 할까?

이책의 특징은 내용적인 선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책은 되도록 저자의 언어로 요약된 드러커보다는 드러커 자신의 글을 주제별로 편집해 묶는 다는 일종의 드러커 어록과 같은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대개 드러커 개설서들이 드러커의 방대한 저서들을 요약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요약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는 것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이책의 목적이 드러커의 사상 전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형식이기도 하다.

물론 이책에는 드러커로부터의 인용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이 다루는 주제들만 하더라도 드러커의 생각을 그런 식으로 전달하기에는 드러커 저서의 양은 방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드러커로부터의 인용과 함께 편저자 자신의 요약, 소개가 같이 등장한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구성된 이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가? 이책의 저자가 파악하는 드러커의 이론적 구조를 대략 요약해 보면 이렇다.

저자는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던 슘페터의 가장 유명한 이론은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원동력으로 본 슘페터는 그 모터로서 혁신의 창조자인 기업가에 주목했고 그 기업가들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 했다. 그리고 드러커는 바로 기업가 정신이란 개념을 확장해 현대 경영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러나 드러커를 슘페터의 후계자로 보기에는 난점이 있다. 케인즈와 슘페터의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는 자본과 노동의 관리를 통해 생산성과 혁신이 이루어지던 시대였고 그 시절의 대표적인 경영이론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였다. 그러나 드러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전후시대는 조직의 시대였다. 조직의 운영이 혁신의 원천이 된 시대이다. 드러커는 지식사회, 지식노동자란 개념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50년대 그런 개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직의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학자로서 드러커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책에선 그런 조직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로서 지식노동자, 경영자들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그들의 자기관리,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드러커의 생각들을 엿보게 하는 구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책은 그런 목적에 성공하고 있는가?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이책에 소개되는 드러커의 생각들은 이미 다른 책들에 소개되고 있다. 드러커의 생각은 널리 보급되었고 발전, 변형되었다. 지금에 와서 새로울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오리지널의 힘은 언제나 강하다. 이책은 그 오리지널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책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물론 이책 한권으로 드러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대단한 체계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책은 드러커의 언제나 새로울 수 있는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드러커 맛보기로서 이책의 의미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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