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구 미디어 회사들에게 구글은 나폴레옹이다.  자유, 평등, 박애. 선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구호이다. 그러나 그 프랑스 혁명의 구호로 나폴레옹이 한 일은 제국 건설이었고 그가 선물한 것은 전쟁의 재앙이었다.

'사악해지지 마라'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러나 그 구호를 내걸고 구글이 한 일은 구 미디어 회사들에겐 재앙이었다. 음반회사들에게 인터넷이 핵폭탄이었듯이 구 미디어 회사들에게 구글은 생사의 문제가 되었다.

'사악해지지 마라' 애매모호한 이말은 구글에게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뒤집으면 선해지라는 의미인 이말에 따라 구글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는 선의로 무장했고 엔지니어가 지배하는 구글에게 선해진다는 것은 세상을 더 합리적으로 만든다는 의미였다.

미국의 광고시장은 GDP의 1%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효과가 있다면 그 돈의 크기가 얼마더라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마케터들이 불평해 왔듯이 광고는 갈수록 효과가 떨어져가고 있었다.

"광고는 예술이 되었다. 우리는 쓸모가 없는 것을 예술이라 부른다." 알 리스의 말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왜 광고가 쓸모가 없어졌는가? 질문했다. 그리고 해법을 내놓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광고가 무용해진 것은 가격에 거품이 끼었는데다 필요없는 사람에게 필요없는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왜 광고가 예술이 되었겠는가? 처음 광고가 나왔을 때는 단순했다. 상품의 장점을 알려주는 사실적인 정보전달 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금의 광고는 어떤가? 상품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예술가의 '작품'이다.

광고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보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러나 구글은 간단하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지금 검색광고라 불린다.

검색광고는 대박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한 대박으로서 구글의 경이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구글의 성장이 구 미디어 회사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음반산업이 초토화된 것처럼 인터넷 덕분에 구 미디어는 구독자와 시청자를 잃어가고 있었다. 거기다 이젠 광고수입까지 뺐긴다면? 죽음이다.

구글은 언론사만 건드린 것이 아니다. 출판사들도 벌떼처럼 일어났다. 구글은 광고를 개선한다는 '선한' 의도로 언론사들을 적으로 돌린 것처럼 도서검색을 들고 나와 출판사들도 적으로 만들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물었다. "왜 절판된 책을 보면 안되는거지?" 그리고 도서관에 잠자는 책들을 스캔해 검색할 수 있게 하는 프라젝트를 띄웠다.

음반사와 언론사들이 침몰하는 것을 지켜봐온 출판사들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 생각했고 구글의 적이 되었다.

언론사와 출판사들만이 아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물었다. '왜 걸어다니면서 검색을 할 수는 없는거지?' 그리고 안드로이드 폰을 제안했다. 이번엔 아이폰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애플과 전화회사들을 적으로 돌렸다.

구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세상을 좋게 만들겠다는 선한 의도로 한 일들인데 왜 공격을 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90년대 반독점 소송을 당하던 시절 MS 역시 그랫다. 자신들은 분명 좋은 의도라고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시장에서 기업이 할 일이 아닌가?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MS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바로 나는 선하다는 오만 때문에.

MS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제품이 좋아서 쓸 뿐이지 MS라는 회사 자체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구글은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이다. 그들의 '사악해지지 마라'는 구호를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구글이 선한 의도로 하는 일들은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를 화나게 만들고 적으로 만들었다. 좋은 의도라고 믿기에 다른 사람들도 좋게 생각해줄 것이란 순진함이며 내가 옳으면 옳은 것이란 오만함 때문이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구글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고 많이 읽혔다. 위에서 요약한 내용이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이미 구글에 관한 책을 읽었거나 경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책의 가치는 내용보다 그 내용을 쓴 ㄴ 스타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자인 저자는 실제 구글의 경영진들과 구글에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의 경영진들을 여러해동안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현실을 보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디테일하게 쓰고 있다. 이책의 장점은 바로 그런 자료 수집에서 오는 현장감이다. 구글에 관한 책을 몇권 보았고 그중에서 기자가 쓴 책도 있었다. 그러나 이책처럼 여러해에 걸쳐 다양한 관계자들을 발로 뛰면서 자료수집을 한 책은 없었다. 자료의 치밀함 덕분에 이책은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예를 들어 실제 구글의 경영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책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책은 보지 못했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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