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올해, 뭘 했나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올해, 난 어떤 책들을 읽었나.

나만의 올해 최고의 책과 최악의 책,을 선정해 보고 싶어, 수첩을 뒤적였다. 의외로 책을 읽지 않은 한 해여서 너무 너무 놀랐다. 나, 이런 여자였어?


한때 이 많은 읽을 거리, 재미난 것들을 뒤로하고 , 죽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별 아쉬울 것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딱 고것이 맘에 걸렸던 거다.

허나,나는 생각만큼 지성적이지 않아, 읽는 것보다는 자는 것이, 더 좋다. 인생의 3분의 1이 잠인데도, 여전히 나는 잠 속이 좋다. 솔직히 잠 아닌 지금의 이 시간이 혹시 잠속의 잠이 아닌지, 하는 장자 같은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어쩌면 인간의 불가사의함은 잠속의 삶과 잠밖의 이중성에 있는게 아닌지하는. 아침에 일어나면 혹시 나의 몸 어딘가가 다른 삶을 산 흔적을 묻히고 있지 않을까 살펴본 적도 있다(역시 난 비현실적이야!).한창 삶의 중심을 잡아갈 어린 시절에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하여간, 결론은 올해 난 책을 도무지 안읽었다. 거꾸로 말하면, 멋진 책이 올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교양이라는 허위의식이라니...

내친구 이 모양은 거의 책을 안읽는다고 한다. 이유는 어린 시절 이미 너무 많은 독서를 해서라고. 곰곰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의 삶에서 독서 총량도 있는 것인지....흠....이모양을 보면, 지성과 독서량은 별 상관 관계가 없는듯..그녀는 정말이지 똑똑하고 지적이고, 날카롭다.


일단, 올해 읽은 책을 나열해 보고 평점을 줘 보자.


수첩을 잊어먹고 집에 두고 왔군...쩝..낼 평가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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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1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첩을 잊어먹고 집에 두고 왔군, 에서 웃었어요.
내일 평가 꼭 해주세요. 저 테레사님의 올해 읽은 책들에 대한 평가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테레사 2011-12-20 14:50   좋아요 0 | URL
아, 오늘에야 단상에 불과한 품평을 했네요^^.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데,관심을 가져주시니, 왠지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해서 다락방님의 블로그에 다녀왔지요. 와우,,,이렇게...대단한 분이라니
 

장기하. 3년 전 여의도 공원-민주주의 관련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처음 보고, 반했다. 

그 반함의 정체가, 사실은 "섹시함"이란 사실을 자각하는데, 오래 걸렸다.  

최근에 읽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자각의 주요 매개체였다.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러니까 이런거다. 

2002년 월드컵 열기로 온나라가 들썩일때, 그 남자들의 게임에 여자들까지 미친 듯 열광하게 된 원인은, 브라운관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난 남성성의 절정, 즉 섹시미를 여자들이 발견, 하게 된 데 있다는 거였다. 근육과 근육의 충돌, 땀과 몸들이 풍기는 격렬한 에너지가 성적 매력을 거침없이 드러냈고 그것에 여성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

일리있다. 그리고 장기하가 "달이 찬다 가자"를 열창할때 발산하던 에너지, 그것은 결국 섹시함이었고, 언젠가 나는 꼭 저렇게 섹시한 장기하의 노래를, 율동을 오롯이 통째로 즐길 수 있는, 공연장에 가리라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11월 25일, 갔다. 

두시간 넘게 이어진, 그 에너지충만은, 지루하지 않고, 열광적이고 멋졌다. 

장기하, 

너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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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다. 이제 입원한지 4일 째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고, 이 정도라면 곧 퇴원해도 된단다. 다행이다. 병동이 생각보다 조용하다. 밤에도 집에서보다는 잘 자는 것 같다. 이제 더 잘 자겠지. 사실,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을 수 있지 않을지, 혹 일요일의 낮이 내가 이 세상을 보는 마지막이 아닐지 상상하였다. 해서 작은 메모도 해 두었다. 

헌데 마취에서 깨고 통증이 현실이 되었을 때, 살고 죽는 건 별 의미가 없었던 듯하다. 고통이 현실일 때는 누구라도 삶과 죽음을 변별할 능력이 아니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듯한 수술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모진 상황으로 다가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나란 존재는 참으로 병약하고 심약하고 또한 가벼운 존재같다.  

가벼움의 끝은 무엇일까? 책을 두권 가져왔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와 권리를 위한 투쟁. 참 재미없는 선택이었다. 이런 날 이런 곳에서 어울리는 건, 만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이런 제목의 책을 두권 가져와서 병상에서 읽겠다고 작정했으니, 역시 가벼운 생각이다. 깊이있는 척하지만 실은, 가장 가벼운 사고라니. 

퇴원하면, 추위가 기다리고 있을 듯싶다. 11월이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을 터. 계절의 온도를 실감할 수 없는 병실에서 낡은 주택의 이층방으로 돌아가면, 벽을 타고 겨울 바람은 모질게 스며들겠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남동생, 언니와 조카, 덜친한 형부. 이들이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이구나. 그리고 친구...친구라...친구라...내게 친구라니...그럴리가..난 친구를 사귀지도 옆에 두지도 사랑을 주지도 못한다. 나는 인간이 본성으로 갖고 태어나는 혹은 본능으로 부여받은 자기 유전자를 나눠 가진 존재들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애착 이외 나눠가질 줄 아는 법을 모른다. 그래왔다. 

생각나는 이도, 그리운 이도,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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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 온라인 서점, 박원순 내려라"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ra=Sent1201m_View&corp=fnnews&arcid=111018204509&cDateYear=2011&cDateMonth=10&cDateDay=18 http://www.fnnews.com/view

 

거의 하루 한 번 꼴로 알라딘을 방문하는 나로서는 이 기사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지요. 해서 공들여 알라딘의 메인 화면 이곳저곳을 살폈더니, 역시나 전날까지 오른쪽 상단인가에 있던 박원순 변호사의 책들이 눈에 띄지를 않더라고요.  

 기사를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선관위도 선거법위반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하면서 내리라고 권유했다네요. 

세상에, 남의 영업장에 와서 불법도 아닌 일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선관위도 무슨 꼼수인지 궁금한데,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대뜸 그 말을 듣는, 알라딘은 뭥미?  

물론 선관위나 검찰과 같이 행정기관이 전화해서 "~하는게 어떨까요?"라고 하면, 사실 압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힘없는 일개 기업이긴 하지만, 이거 너무 알아서 꼬리 내린 것 같아, 독자이자 책소비자의 한사람으로 너무 기분이 나빠지네요.  

 알라딘, 정말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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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를 다시 읽고 있다. 이 경우 '다시'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니까. 

사실 어린 시절 읽었다는 책들에 대한 기억은, '인상'이기 일쑤다. 전체에 대한 편린이라는 뜻.  

아무튼,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어인 덴마크어로 읽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니  결국 원작에 대한 이중번역인 셈. 해석까지 상세히 달린 것이라 오히려 읽기는 쉽지 않다. 원하면 해석은 그냥 뛰어 넘을 수 있어서, 내 경우 그렇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구절 한구절에 당시 시대배경, 그것이 통용되던 의미 등등 너무 시시콜콜 해석한 것이 성가시기까지 하였다. 

눈의 여왕은,  제목부터 무언가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덴마크라는 나라의 지형이 워낙 북반부의 아주 북쪽에 있어서인지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법하지만. 삽화도 제법 묘하다. 순정만화의 일부같기도 한 그림에서 눈의 여왕은 눈부시게 젊은 미혼의 여성으로 보인다. 북극 눈의 나라에서 오로지 인물이라곤 그녀밖에 없는 것일까. 

또 그녀는 눈의 여왕이란 명칭 외에 달리 이름이 없다. 그녀의 이름은 무엇일까. 

왜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것일까? 

카이를 두고 베수비오 화산과 같이 그녀의 '아궁이'들를 살펴보러 간 후 겔다가 도착하고,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힌 거울조각이 빠져 나간 후 다시 살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눈의 여왕은 아직 자신의 왕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카이를 구하러 온 겔다와의 극적인 대결도 없었다. 그저 이야기가 중간에 끝나버린 느낌이다. 두 아이는 이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소녀와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는데, 정작 주인공 중 하나인 눈의 여왕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눈의 여왕,  

그녀가 궁금하다.  

텅빈 자신의 왕궁에서 그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공기의 희박한 밀도, 공허...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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