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많이 아프다.

너무 뜨거운 음식을 삼켰을때, 심장이 마치 익는 듯한 느낌의 통증을 동반한다면, 이 종류의 통증은 도무지 무어라 해야 할까..칼로 베이는 듯한? 표면이 거친 사포로 보드라운 피부를 문지르는?

그런 것과는 다른 어떤 아픔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하는 자책에서부터, 불확실한 결말과 두려움이 내 앞에 놓여있다. 나를 가로막고 있다.

시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다.


인간은 낙관편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 종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란다.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궁극에는 죽음과 소멸에 닿을 테고, 미래가 그러하다면 인간은 도무지 현재를 견딜 용기가 없을 터이다. 그래서 낙관편향이 배선되었다. 설계된 망각.


하지만, 지금 이 편향이 나에겐 부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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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있으면, 수만 년 전의 본능이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제어가 안되는 모양이다. 

토스트 다섯 조각, 잡곡밥 반공기, 생선찌개. 딸기, 사과, 치즈...

를 허겁지겁 먹었다.

결코 숙녀답지 않는 모습!

 

내가 수만 년 전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할 때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떠오른다. 그리곤 위안을 받는다. 나만 이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라가 마을을 떠나 잠시 머물던 호텔에서 허겁지겁 고기 만두로 허기를 채우던 모습을 존 파울즈는 그렇게 묘사했다.

 

쳇 그렇다면 숙녀들은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읽은 책은 한권짜리였는데, 새로 두권으로 찍어 낸 모양이군. 돈을 버는 방법으로 책을 파는 것은, 상대적으로 왠지 덜 자본주의적으로 느껴지지만(아, 아닌가?) 이렇게 한권을 두권으로 쪼개 팔면, 장사꾼같은 상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듯해 마음이, 상한다.흥) 아무튼 갑자기 존 파울즈가 너무 좋다는 생각, 아니 아니 이 작품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 의외의 결말,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작가 자신,....하지만 파울즈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진 않았다. 솔직히 두려웠다. 이보다 나쁘면,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그건 어떤 심리일까? 한 작가의 어떤 작품이 너무 좋아서 다른 작품을 찾아읽어보고 싶은데, 의외로 재미없었을  때, 그때는 전에 읽은 작품들마저, 갑자기 사소해지기 때문일까. 뭐지...좀 찬찬히 생각해 봐야 겠어..참을 수 없어서? 전작의 갇동까지 타락시키는 어떤 기운 , 분노일까? 소심함 때문일까...역시 난 겁이 많아, 난 겁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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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었다.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고 맑고, 아름다운이란 형용사가 제격인 그런, 계절이었지.

 

(생각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나는 계절 중에 5월을 제일로 치겠다. 6월의 신부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로 6월이 뭐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의 의미로 대접받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최근의 날씨를 감안할 때, 이제 6월은 여름 축에 넣어야 맞을 듯하다. 허니 계절의 여왕은 단연 5월!

이런 5월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좀이 쑤실 만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섬에 와 있다.꺄오! 그리고 오래 전 5월에 떠난 여행을 반추하고 있다.)

무작정 떠나 온 여행이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아직 너무 좋아 할 만큼 뭐 새롤 것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득시글대는 관광단지 쪽이 아니라 한적한 조그만 마을이라 마음에 든다.

비엔나에서 외곽으로 우리로 치자면, 분당 신도시 정도되는 동네로 차를 타고 한 3,40분 정도 가면 언니네 집이 나왔다. 수베르트가세였나..이름이 영, 기억에 없지만, 암튼 한적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그런 유럽의 주택가였다.

그때 가져간 책들이 스탕달의 이탈리아 미술편력. 유럽음악산책,소설로는 오페라의 유령과 개선문이었던 것 같다....그 책들은 언니네 두고 왔다.

5월의 여행은 어쩐지 항상, 비엔나가 떠오르고, 아주 꼬마였던 조카와 깔깔거리며 웃던 내 모습하며, 늘 핸디폰을 주시하며 누군가로부터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곤 하던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나와, 뭔가 낌새를 눈치챘지만 묻지 않았던 언니와 형부,의 어떤 배려로 이어진다.

 비엔나의 느리고 한가하던 오후와 트람바이, 언니가 싸주던 머핀과 바나나를 담은 런치박스.

기억은 구체적인 어떤 사물들과 닿을 때에라야 제 몫을 하는 걸까?

 

 

 

 

 

 

 

 

사소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간격이 세월과 침묵과 해명을 허용하지 않는 완고함과 결합하여 너무 큰 벽을 만든다.

다시 그 도시에 가서, 언니와 하얀 카페에서 비엔나의 명물 커피와 케익을 나눠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하얗고 길쭉한 유럽인들 사이에 움푹 들어간 서로를 사진찍어주며 깔깔거릴 수 있는 때가 오기를,,,,언니가 사랑했던 이야기와 내가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남아있는 나날들에 대한 희망을 주억거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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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글이 너무 좋아요~ㅠㅜ (대문 글도...^^)

다락방 2013-05-2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말씀대로 글이 너무 좋아요. 지금은 어디, 그러니까 어느 섬에 가계신 걸까요?

테레사 2013-05-24 20: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처럼 저도 근사한 호텔에 묵고 싶었으나, 마음을 달리하여 조그만 읍에 머물고 있어요. 제가 아는 분의 별장....에, 여기는? 여기는 바로...제..주...도. 하지만, 조그만 마을, 감귤은 눈에 안띄는데 향이 땅속에 섞여 있는 듯, 어디가든 향이 나는 곳이에요...이건 감귤향이 아닌가? 음....아무도 없으니, 아무단어나 갖다 붙여도. 용서가 될 듯....

프레이야 2013-05-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오월에 따뜻한 기억과 함께 섬에 계신 테레사님, 기냥 마구 부럽네요^^ 한적한 섬 풍경 보고 싶어요.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떠오르는 말ᆢ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날짜는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고 하더군요. 시간 너머 언제나 순간, 결정적 순간만이 우리에겐 있는 것. 어쩐지 동감되면서 마음이 좋아져요^^

테레사 2013-05-24 20:26   좋아요 0 | URL
너무 한적해서 약간 쓸쓸하기도 해요. 꿩들이 너무 이상한 소리로 울어서 놀랐어요..쿼엉쿼엉인가? 캬욱 캬욱인가..암튼 격음의 뭔가를 시도때도 없이 발산하고 있는 곳...저거 꿩아닌가? 암튼....제주도에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헌데 전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그만 존재에요 여기선...
 

두통, 기분나쁨, 소화불량...잦은 가스참...


몸에 약간의 이상이 생긴 징후들이 아닐까?

오른쪽 눈이 침침하다. 나의 징후들은 대개 비대칭적이다.


아마도 오른쪽 치통까지. 


성질사나운 나는, 오늘 종일토록 생산성 없는 단순반복작업을 할 것이며, 오늘따라 실속없이 절차만 더딘 결재라인의 팀장에 분한 마음이 들 터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고? 이토록 사나은 딸을 생산한 그 분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하늘만큼 펼쳐질 태세다. 점심으로 먹은 현미밥은 모래알마냥 깔깔하고, 알맞게 부쳤다고 생각한 참치전은 기름 냄새가 역했다.


주말을 잘 보내고 싶었는데, 아뿔사 두 권의 책을 사무실에 두고 왔다. 나의 주말을 온전히 채워줄 그 두권의 책이란 선셋파크,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이었건만.


결국 나는 웃는 남자 하권을 다시 찬찬히 읽었다. 


클랜찰리 경으로 돌아온 그윈플레인이 상원에서 홀로 '불만'을 제기하는 순간이다.

이 순간 위고와 그윈플레인은 하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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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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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토록 아기자기하면서 통렬하고, 빈정대는 듯하면서 비판적이며, 조소하는 듯하면서 애잔하며, 섬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니! 사랑얘기면서 정치극이며, 시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소설! 위고, 그야말로 천재가 아닐까!사랑스러운 위고, 위대한 위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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