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를 본 것은,
그 남자의 친구와 였다.
날은 아마 더웠을 것이고, 영화관의 의자사이가 좁아, 조금은 불편했을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책보다는 영화의 명성에 더 익숙했다.
나는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이 엄청 폼을 잡으며 자랑삼아 영화평을 이야기해 주던 때를 기억한다.
벌써 수십 년 전의 일같다.
나는 자랐고, 시간은 가차없이 흘렀으니, 그 기억인들 온전한 모습은 아닐 터이다. 그러고보니 그 체육선생님의 실루엣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이름조차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뒤늦게 집어들었다. 그냥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읽고 나니 그저그랬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라니....거창한 기대를 부추기는 문구들이 책의 앞뒤에 붙어 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발견한 문구, '캐롤 리드에게'라는 제사.
그렇다면 이건 뭐지?
영화 제3의 사나이가 먼저 나왔나? 극본으로 먼저 쓴 건가?
아닌가?
헷갈리면서 책을 덮는다.
비엔나에 갔고 프라터 공원을 걸었던 기억도 떠오르는데, 안나가 롤로를 냉정하게 지나치던 모습의 장면은 책과 다르군...하는 생각을 하였다.
캐롤리드의 제3의 사나이가 선점해 버린 기억의 창고는, 좀더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차있다는 뜻인가?
문득,
영화와 문학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향유만 하는 존재일 뿐이지만,
.....
마음이 갈피를 못잡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서 멈추려는지, 그리고 공허함과 덧없음이라는 단어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이렇게 오래도록 살아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