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읽어야 했다.
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어쩐지 언제부터인가 유령처럼 달라붙어, 계속 흘깃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늙었으므로, 그러니까 나의 20대로부터 멀리 떠나왔으므로, 감당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힘들고, 아픈 건 싫어..너무 진절머리나...나는 나는....이제 행복감으로 채워져야 해...하고..
헌데...어느날...내가 신경쓰고 있는 한 여자가 이걸 힘겹게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고백했다. 그때 또다시 내 몸에 들러붙어 있던 유령이 속삭였다. 그 여자도 읽었다는데..너도 읽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나도..이 책을. 읽게 되었다...

1987년부터...전시되어 있던. 사진들을 보았다.
돌이켜보니..그 시절..나는..믿지 않았던 것 같다...두부처럼 잘려나간...어여쁜 너의 젖가슴...어쩌고..하는 노래는..섬짓했고..지나친 과장이자..예술적 수사여서 늘 꺼림찍했다. 사실일 수 없었고..사실이면 안되었기에 나는, 그러니까..돌이켜보면,믿지 않았던거다..
어떻게..어떻게..그게..사실일 수가 있을까? 아니 그게 사실리이라는 걸 알면서..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말이다.

그래. 나는 묻고 싶다..언니..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고..나보다. 먼저..그런..사진를 보고.나보다..먼저..그런 사실을 들었을 오빠,언니에게...그게 사실이라 믿었어?정말 그때..그게 모두 진짜라고 믿었어?

그리고...
그런데도..우리..이렇게...아무렇지도. 않게...살아왔던거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5-02-01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 아픈 생채기의 역사가 있는 줄도 모르면서 사는 사람들도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치료탑 2015-08-2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책장을 뒤지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을 발견했다. 1997년에 샀다는 메모와 함께.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에서 샀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일이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그 소식을 듣고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했었지...최근에는 그의 작품이 번역된 걸 본 적이 없어서....사실은 그를  잊고 있었다...한때 그의 작품을 흉내내는 문장으로 글을 쓰곤 하였더랬는데....


그의 작품들은, 읽어갈수록  하나인 듯한 느낌이 들었었지. .비록 스토리는 각각 다 달랐지만...이번에 다시 읽게된 이책들도 전혀 다른 줄거리이지만, 역시 비슷한 어떤 분위기(atmosphere)를 풍긴다.
.. 그렇게 기댈곳 없고, 모호하고,...서성거리고...불안하고..휘파람 불듯..서글픈 것이 청춘이던가? 멀리 지나 돌아보면...그래서 청춘이었나? 어쩌면, 되돌아보아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아득한 기억의 저편>,< 도라 브루더>,<잃어버린 거리>


아무려나.....12월의 어느날 문득 다시 발견한 책들 속에서, 지나간 그 시절,,,나의 청춘..내 생애,,,어리석음과 헛된 꿈으로 발랄하였지만 쓸쓸했던 한 시절을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4-12-2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책방에서 ‘슬픈 빌라`를 득템했어요. 모다이노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더라면, 눈여겨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을거예요.


2014-12-30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들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나의 싸움> 신현림)


..

이 시를 읽으니 삶이란 본디, 그러니까 인간이란 본디 망쳐지기 쉬운 존재라는 전체가 깔려 있는 것 같다..맞는 말이라고...고개를 주억거린다...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그래..우리가 아니 내가 할 일은 스스로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하고...싸우는 것인데...


...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11-04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0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1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4-12-0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윗글은 어제밤 확인하여 답을하였으나.어쩐 영문인지 사라졌고..ㅠㅠ덧붙이신글은 지금 확인하였습니다..그렇다면 할수없지요 뭐..그런데..온라인으로 독서 모임이란게 가능할까요?같이 읽어와서 말로 궁금점을 확인하고..이해한바를 드러내고...글로 하다보면..그런걸 안해봐서.ㅎㅎ상상은 잘안되네요^^.독후감를 쓰는 것과는 달라야하는데 말이에요...

2014-12-06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4-12-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ㅎ..근데..책은 뭘로 할까요? 제가 막힌 책(엄청 많지만서도)중..최근 책이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인데요...다읽었는데..정말 읽기는 읽었는데(ㅋㅋ)..도무지 이해가 안가서....엔트로피라는 개념이 뭔가 비밀수럽고 매력적이라 그 개념에 접군해보고 싶었거든요...ㅎ..아니면...에..또..뭐..암튼..

2014-12-1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6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온다면 이소정의 사랑의 인사를 부르겠어요.

눈부시게 환한 대낮이 아닌, 이런 우중충한 봄날, 어찌할 바 몰라, 이곳 저곳을 들락거리지 않아도, 이 노래만으로,  내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당신과 나

어떤 봄날, 사랑에 취해 그 계절에 맞춤한 영화를 함께 보러갔지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아하 그 대사를, 이후에 나는 얼마나 자주 생각했던지.

그 질문에 답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답을 찾지 못했어요.

때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이 노래가 들려요.

노래, 노래, 노래가.

봄날이 간다보다 더 매혹적인,

그리고 생각해요.

우주가 한점 폭발에서 비롯되었고, 10억분이 1초만 어긋났어도,

지금의 우리가 없었던, 

그 매혹적인 우연의 일치만큼이나,

당신과 나,

서로 기적같이 드문 우연이라면,



만약 당신이.

너무 늦었지만 나에게 온다면,

나는 사랑의 인사를, 부르겠어요.

이소정만큼 감정을 실어, 어쩌면 그대로의 나인 채로, 이 노래를 부를테지요.


이 봄에,

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이런 흐리고 우중충한 봄날, 토요일 오후에 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감정이 고양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공중그네를 동영상으로 보았다.


섬세한 감각의 긴장은, 이런 날에 더 바짝 조이는 법인가 보다.

나는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음악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란 종족은, 신비롭구나. 공중에 의미없이 돌아다닐 뻔한 멜로디를 악보에 낚아채, 이토록 감각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유니크하구나.

유일한지는 나도 모르겠다. 유일하다고 한다면, 다른 생물이나 무생물보다 우리가 마치 우월한 듯한 인상을 주니, 회피하고 싶다.

그저 유니크하다? 독특하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은지 꽤 되었는데, 알라딘에서 구매리뷰 

메일이 왔네...

여유가 있는 날이면, 독후감을 써 볼까 했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긴 글을 읽었지만, 단 한줄도 감상을 말할 수 없는 때가 있다. 그리고 뭐 대단한 감정의 변동도 없었건만 주저리 주저리(철자에 자신없음) 할말이 많은 책도 있다.


지나간 시절의 독후감을 가끔 읽어 볼 때가 있다.

뭐 이런 표현을 쓰다니..싶은 구절들이 있다.

내가 이런 감정을 진정, 가졌단 말인가 싶은 대목도 있다.


그리곤 결론을 얻는다.

이건 영혼이 없는, 독후감이었다.


어느때건 나를 불안하게,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독창성이 아니었을까?


헷세의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을 생각하고, 이정애의 별에서 온 소식을 찾아보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강경옥의 설희(?) 논쟁을 생각하면서,

나의 문제는, 독창성이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2-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본인의 글에 독창성이 부족하단 얘긴 아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