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읽어야 했다.
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어쩐지 언제부터인가 유령처럼 달라붙어, 계속 흘깃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늙었으므로, 그러니까 나의 20대로부터 멀리 떠나왔으므로, 감당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힘들고, 아픈 건 싫어..너무 진절머리나...나는 나는....이제 행복감으로 채워져야 해...하고..
헌데...어느날...내가 신경쓰고 있는 한 여자가 이걸 힘겹게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고백했다. 그때 또다시 내 몸에 들러붙어 있던 유령이 속삭였다. 그 여자도 읽었다는데..너도 읽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나도..이 책을. 읽게 되었다...
1987년부터...전시되어 있던. 사진들을 보았다.
돌이켜보니..그 시절..나는..믿지 않았던 것 같다...두부처럼 잘려나간...어여쁜 너의 젖가슴...어쩌고..하는 노래는..섬짓했고..지나친 과장이자..예술적 수사여서 늘 꺼림찍했다. 사실일 수 없었고..사실이면 안되었기에 나는, 그러니까..돌이켜보면,믿지 않았던거다..
어떻게..어떻게..그게..사실일 수가 있을까? 아니 그게 사실리이라는 걸 알면서..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말이다.
그래. 나는 묻고 싶다..언니..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고..나보다. 먼저..그런..사진를 보고.나보다..먼저..그런 사실을 들었을 오빠,언니에게...그게 사실이라 믿었어?정말 그때..그게 모두 진짜라고 믿었어?
그리고...
그런데도..우리..이렇게...아무렇지도. 않게...살아왔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