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내게도 지금 따스하게 손 내밀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작가인 수미언니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나도 지금 많이 힘드니까...
물론 내 주위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은 적지않다. 이책속에 묘사된 통크고, 의리를 위해 물.불 안가리고, 내숭없고, 때로는 귀엽고, 거침없이 할 말 다하는 기분파이면서 내키는 사람에겐 계산없이 다 퍼주고, 가식없이 인간미 넘치고 유쾌한, 딱 이책속의 수미언니같은 사람이 힘든일 겪고 있는 나를 다독여 주었으면 정말...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한참을 찾아보았다. 부질없이 나는 김수미씨 연락처를 하릴없이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없을거라는걸 알면서. 작가는 자신이 지칭한 사람들에게서만 연락오기를 바라니까.
그래도 이책으로 인해 다시금 책을 가까이하며 시름을 잊을수가 있었다. 이책과 더불어 두세권의 책들이 나를 다시 세상의 밝은빛을 거부하지 않도록 해주었으니 그것만으로라도 고마워해야할일이다. 나처럼, 나보다 더 힘든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오랜만에 재미있다는 생각만으로 참 많이 웃었다. 내가 웃은게 얼마만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도 웃을 기분은 아닌데, 읽다보니 내 기분을 잊고 말았다. 소설도 아닌데 흡인력은 장난아니다.
작가는 입만 벙긋하면 독자가 미쳐 준비할 겨를도 주지않고 웃음의 핵폭탄을 터뜨린다. 차라리 잘됐다. 웃는 동안만은 머리아프게 슬퍼하지 않아도 될뿐만아니라 가슴속 아픈 응어리를 잊게해줘서.
어린시절이야기는 애잔함과 부러움, 그리고 그리움으로 올만에 내 어릴적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 아버지도 막내인 나를 제일 이뻐하셨다. 어디를 가실라치면 항상 취학전인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덕분에 가스실(?)경험이 많았다. 아버지따라 다니면서 잠 들었다가 깨어나면 온통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나를 아랫목에 재워놓고 친구분들과 장기를 두시는 경우가 많으셨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신것이다. 덕분에 나는 폐가 나쁜편이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고 무척 그립다.
김수미씨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내마음같아서 무척 공감을 했다. 비록 뼈빠지게 농사지은 돈으로 '뺑그르르 양산같은 옷'을 맞춰주시지는 않으셨어도, 항상 꽃을 꺽어다가 책상에 꽂아두시지는 않으셨지만 나름대로 막내딸을 사랑하셨음을 알기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꽃을 무척 좋아한다. 고양이도 엄청 좋아하는데...^^; 두가지다 똑같이 아주 많이 좋아한다. 꽃화분을 사다가 정성들여 키우며 해마다 꽃을 보는 기쁨과, 장미보다 후리지아와 들국화꽃을 컵이나 물병에 꽂아두고 보는 기쁨을 무척 즐긴다. 김수미씨처럼 꽃이 보고싶을때 앞뒤 안재고 무턱대고 달려가는 용기는 없지만말이다.
이책을 읽으며 너무도 진솔한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온통 자신의 인맥자랑, 배포자랑 투성이지만 밉지않고 멋있어 보였다. 그또한 자신이 베푼 댓가이며 가식이 없음을 느끼기때문이다.
빚에 시달리며 여기저기 돈을 꾸고 있을때 선뜻 통장을 내어주는 김혜자씨와의 친분은 단순히 언니동생 이상이다. 내 주위엔 당연(?)히 김혜자씨같은 분이 없지만 나또한 김혜자씨처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남은돈으로 명품백을 샀다는 김수미씨의 행동에 황당해서 웃음을 쉬 그칠수가 없었다. 역시 못말리는 사람이다.
읽는내내 보통사람은 아니구나 감탄했다. 빛나는 주연으로 대스타는 아니었지만, 개성있고 자기색깔 분명한 맛깔나는 연기를 해온 정감있는 배우로만 생각했었는데, 너무도 뜻밖이었다.
소신있고, 당차고, 의리있고, 시간약속 철저한 모습은 정말 본받고 싶다.
그동안 책을 여러권이나 냈는데도 이책말고는 접해보지 못했다. 이책으로인해 다른책들도 몹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