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하고 싶어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책은 미혼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혼자들에게도 결혼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 탓에 살기좋은 봄과 가을은 언제부턴가 결혼시즌이 되어버렸다. 이 시즌이 다가오면 청첩장이 봇물처럼 날아오고 미혼들은 맞선이라는 만남을 활발히 가진다. 정작 본인은 결혼의사가 없거나 있다고해도 막연한데, 주위에서 등 떠밀듯이 몰아부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차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하는 통과의례인냥 적령기의 미혼들이나 적령기를 넘어선 미혼들을 닦달하는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또한 적령기적에 맞선을 몇차례 보았었다. 연애해서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골인하는 친구들이 많았었기에 얌전(?)히 직장만 다니던 나는 결혼상대자를 '맞선'으로 찾아야하는 자신이 창피스러웠었다. 부모 허락없이 함부로 연애하면 다리를 부러뜨려 집에 들어 앉힌다는 엄마의 협박(?)에 아무런 저항없이 따랐던 결과였다. 사실 그때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기에 연애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결정을 못내렸을 것인데, 사귀는 사람이 없는 나를 엄마는 그냥 두지 않으셨다. 주말이면 으례 맞선을 보았었다. 꽃단장을 하고 나가서는 친구집에 들러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가서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느니,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둘거라느니 하면서 상대에게 나를 선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밥만 먹고 집에 왔다. 몇번 반복되고보니 엄마에게 그 사실이 발각되었고, 나중에는, 그러니까 지금 내 아들의 아빠인 사람과 맞선을 보는 날에는 엄마가 동행을 했었다. 이번에는 꽃단장한 모습으로 나갔고 시종일관 다소곳하게 있었다. 긴 생머리가 첫사랑을 연상하게 했다느니, 이뿌지는 않아도 늘씬한 모습이 사랑스러웠었다느니 하면서 호감을 보였고, 나또한 싫지 않아서 그후에도 몇번 만남을 더 가지면서 정이 들었던거 같다. 이왕 엄마의 성화에 결혼을 할 바에는 그냥 이 사람과 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비전없이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결혼을 해버렸다. 맞벌이를 하면서 가사분담이나 용돈관리, 생활비 분배,동가식은 허용해도 서가숙의 절대금지등 결혼생활을 원만히 해나가는데 있어서 규정짓고, 준수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들 앞에서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 양보하고 원만히 조율하면 별 문제없을것을 우리부부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위반으로 결혼생활이 위태할때가 많았다. 주위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오직 나자신의 행복만을 우선시했다면 아마도 나또한 작가처럼 이혼녀라는 유쾌하지 못한 타이틀을 보유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 결정에 확신은 없다. 어떤때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이혼을 생각하는 반면 이혼하지 않고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곤하니까. 특히나 내가 몸이 아플때에는 병원가라고, 약은 먹었냐고 빈말일지라도 챙겨주면 외롭지가 않다. 적어도 책속의 사카가미씨처럼 자살일지 돌연사일지 외롭고 불행한 죽음과 잊혀짐의 존재는 되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곤히 자는 아들의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들여다볼때면 이 행복이, 이 결혼이 이대로 지속되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이책을 읽고나도 내 결혼생활의 희비가 교차할때도, 과연 결혼은 해야만 하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구차하고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싱글들을 보노라면 결혼을 해야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울타리가 든든한 보험쯤으로 여기는 이기적인 발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결혼하지 않고 전문직 여성으로서 소위 말하는 골드미스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결혼생활의 희노애락을 모름으로 인해 막연히 결혼이 하고싶은 마음을 간직한채 싱글의 행복을 누리고 살았을까하는 의문에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는, 해답이 없는 문제지만 이책으로 인해 결혼이라는 중대사에 대해서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음에 고마움이 든다. 드러내놓고 싶지않은 이기적인 심리를 파헤치는 작가의 진솔함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