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평점 :
몇 달 전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을 통해서 처음 그와 만남을 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끈한 신간이 인터넷 서점 메인에 오른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던 나는 이 책은 꼭! 읽어야 돼! 하는 사명 같은 것이 생겨버렸다. 그리하여 품에 안아보니 저번에 읽었던 미국학과 달리 그보다 몇 배의 두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책이 비단 그의 책이 두께감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두께감에 질려 언제 다 읽지 하는 고민을 했으나 책을 펴지 이전의 기우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껍다고 저멀리 치워놓거나, 에이! 뭔 책이 두꺼워하며 휘릭 휘릭 지나가신 독자분들은 분명 후회할 것이라 장담한다.
책을 다 읽고 매거진들의 찬사들을 보다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덴버 포스트의 찬사 문구로 실려 있었다. "시종일관 킥킥거리고 깔깔 웃게 만드는 책. 브라이슨은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신화들을 허망하게 허물어 버린다. 학교에서 이 책을 역사 교재로 사용한다면 분명 가장 인기있는 수업이 될 것이다." 요 근래에는 미국학 책이 제법 많이 나오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미국학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많이 볼 수 없었다. 레포트를 쓰기 위해 여러 서점을 뒤지고, 도서관에서 책을 신청해야만 겨우 책을 볼 수 있었는데 몇 해전부터는 미국 관련 책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역사를 보다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었다.
단연코 <빌 브라이슨의 발착한 영어 산책>은 그동안 읽었던 미국학 관련 책 보다 서프라이즈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의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편집된 상태가 아닌 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수업을 들었을때도 미처 이런 내용은 듣지 못했었는데 하며 무릎을 탁 친 적이 수십번 되었다. 역사에 관련된 신화는 과장법이 따른다는 것을 조금 가만해서 보더라도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는 쏘핫! 하는 부분이 많다.
미국의 역사 뿐만 아니라 제목이 영어 산책이다 보니 영어 어휘에 대한 부분이 함께 나와 자칫 혼잡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처음부터 이 책을 읽는 것 보다 미국의 역사책을 한 번 접하고 읽는 것이 빌 브라이슨의 촌철살인 유머를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호기심으로 읽는 독자라면 아하~하고 지나칠 부분이라면 어느 정도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읽는 추리물이 될 정도로 그의 책이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 버릴 것이다.
영어 산책이라는 말 그대로 미국의 역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양한 어휘의 탄생과 쇼킹한? 어휘를 알 수 있는 빌 브라이슨만이 쓸 수 있는 잡학사전이었다.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고, 역사라는 부분의 특유의 어려운 부분과 민감한 부분을 과감히 밝힌 그의 글은 병원에서 한 외과의사가 날카로운 메스를 드는 것처럼 그의 글이 쏙쏙 머릿속에 담아졌다. 발칙한 미국학을 통해 처음 그와 만났지만 발칙한 영어 산책을 통해 도장을 꾹!꾹! 눌러 찍어 버렸다. 많은 독자들이 왜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하고 외쳤을까 하는 물음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절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두께 만큼이나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렇게 때문에 한 번 읽고 책장에 모셔 두기 보다는 그가 담고자 했던 내용을 밥을 먹듯 꼭 꼭 씹어 넘겼으면 좋겠다. 나또한 미국의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들이 썼던 많은 영어들이나 지역 관계된 어휘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살펴봐야겠다. 미국인인 빌 브라이슨이 자국의 역사를 여과없이 파헤져 놓은 이 책은 그 어떤 책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시각이 담겨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가 지금껏 존경하고 믿는 역사나 신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했다가는 아마도 그 출판물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기나긴 역사를 필름이 돌아가듯 전반적인 이야기는 담지 않았지만 빌 브라이슨 특유의 해박한 지식이 총 집합된 아주 아주 재미있는 유익한 역사책이자 영어 산책이었다. 역시 역사는 딱딱히 역사 보다 이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그 뒷 이야기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 고마운 책이었다. 그의 책을 읽고 나니 또 다른 그의 책들이 궁금해진다. 이 책을 필두로 그의 많은 저서들을 탐독해야겠다는 욕심이 드는 책. 아직 읽지 않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강추! 또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