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속에 바라보는 이중주의 시선.

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햇살이 따사롭고 꽃이 만발하게 피는 요즘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마음으로 고스란히 담는 여유라는 그릇이 상실되었다. 언젠가 부터 휘리리릭, 후다닥, 빨리빨리, 휙~하는 발빠른 시간대를 살다보니 한점의 구름도 바람도 하물며 작게 피어나는 민들레의 살랑임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사람의 시각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시아가 넓어지기도 하고 편협해 지기도 한다. 어릴때의 무한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터 긍정과 여유의 그릇은 조금씩 상실되고 동글한 생각이 아닌 네모의 생각으로 살아간다. 나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정한아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늘 두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달의 바다>를 읽었을때 초반의 소설의 구성이 흥미롭고 독특한 분위기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실이란 녹녹하지 않는 무대인 만큼 누구의 소망이나 바람이 다 이루어지지 않지만 작가는 한발짝 물러나 그 현실의 삶 속에 상상력과 긍정적인 따뜻함으로 결말을 이끌어 냈다. 반전에서 부터 결말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미지근한 물 같이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그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꿈을 꿨지만 결국 안주하는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는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을 쏟아내는 것. 나 자신과의 타협된 모순 같았다.

<나를 위해 웃다>는 <달의 바다>의 연장선상에 있기 보다는 조금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나를 위해 웃다>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첼로 농장> <마테의 맛> <의자> <댄스댄스> <천막에서> <휴일의 음악>까지 총 8편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 제목으로 쓰인 <나를 위해 웃다>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엄마의 뱃속에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나의 성장이야기 이자 엄마의 성장이야기였다. 물 속에서 움크리고 있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품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단편인 <의자>도 재미있게 읽었다. 치열하게 부대끼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반짝반짝하게 빛나 보이지 않지만 그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 것이 정한아라는 작가의 매력 때문인지 자꾸 그녀의 글을 찾게 된다.

고정되어 있는 삶속에 햇살을 찾고, 바람을 찾고 그 속에서 희망을 얻어내는 것. 그것은 긍정이라는 단어라는 한 마디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쉬이 지나치는 풍경의 1인치도 품에 담아 그것을 지켜주는 그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포근했다. 뾰족한 마음이 아니라 모든 걸 품을 수 있는 대지처럼 양팔을 넓게 펴고 있는 느낌의 소설.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며 책을 덮을때는 입꼬리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