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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ㅣ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나니 별점을 세개 반에서 네개 사이에서 고민했다. 우선 별 넷. 확정.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별 넷과 다섯을 오갔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아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는 재방송의 느낌만 줄뿐, 플러스 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서 도서관은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공간이자 묘한 인연의 공간이다. 더욱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많은 그 공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는 전국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들이 유럽의(서유럽) 도서관을 탐방하고 온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고자 했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2%의 아쉬움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그래서 별점을 매기는데 있어서 고민을 한 이유였고, 또 한가지는 이 책은 전문적인 문헌학을 배운 사서 선생님들의 시선이 아닌 일선 학교에서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선생님의 시선과 몇몇 학생의 시선이 담겨져 있다. 전문적이지 않는, 한계성이 드러난 점에 있어서 일반인과 학교 도서관의 일을 맡은 선생님의 시선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작년 서울시에서 주체한 경희궁에서 열렸던 북 페스티벌이 열려 다녀왔었다. 그곳에서 공공 도서관의 확보와 도서관의 쓰임새가 여타 다른 세계의 도서관들과 달리 적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곳이 공부하는 공간, 책을 읽는 한정된 곳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학교 도서관, 시립도서관, 구립도서관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서관의 인프라와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문화 행사라든가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이 활용하고 있는 활용도까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 유럽 도서관을 가는 여정을 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을 부러워 하는 것 보다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것과 유럽이 갖고 있는 여건의 활용도까지 비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단순히 탐방, 견학의 차원으로 이 책을 쓴 것이라면 이 책은 깊이 있는 빼곡한 숲으로 들여다 본 것이 아닌 단순히 하나의 나무로만 지날 것이다. 유럽 도서관에서 보여지는 면모는 우리가 틈틈히 브라운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이 무척이나 발달된 우리나라는 개인적으로 갖고자 하는 멀티미디어 기기가 보급되어 있고, 입시지옥과 좁은 취업문까지 병행되는 사이 우리는 책과의 즐거운 만남이 아닌 오롯한 실용성만을 강조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까지 그들의 걸맞는 도서관 건립과 도서관이 만들어 내는 문화는 그저 한 낱 불러오는 바람이 아니라 계속해서 뿌리내려져 오는 깊은 관목 같은 것이다. 도서관을 지원하는 나라의 방침이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수준, 전문성을 갖춘 사서들까지. 둘러보면 볼 수록 우리가 갖지 못하는 시설보다 그들의 마음 씀씀이와 에티켓이 더 눈에 띈다. 1년 넘게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사서 선생님이 시키는 많은 일을 하며 도서관에 몸을 담았지만 책을 빌리고, 이용하는 에티켓 만큼은 높이 사 줄 수 없었다.
전문적인 사서들의 분담, 활용도 높은 도서관. 그것은 우리에게는 꿈같은 일인지 모른다. 전문적인 시선이 아닐지라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찾을 수 있고, 그곳에서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아이들을 가르키는 교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의 시선으로 바랄 것이다. 생각과 창작의 공간, 더불어 문화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공간인 도서관의 필요성을 말해서 무엇할까. 도서관이 열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또한 키워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한다면 꿈을 이루는 것 또한 멀지 않을 것이다.
또 학교와 연계하여 숙제나 발표 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사서가 자세하게 자료를 안내하며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 학교 숙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사서들이 전문성을 갖출 날은 언제끔 오려나, 아니 그보다도 학생들이 학원이 아닌 도서관에 가서 학교에서 내 준 탐구과제를 수행할 날이 오기는 할까 생각하니 암울해진다.(생략)
작별 인사를 나눈기 전 관장님에게 인터넷 시대에 도서관의 의미와 지향점을 물었더니 힘 있는 목소리로 답한다. "인터넷은 절대 책을 대신 할 수 없습니다. 책에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피상적 지식 그 이상의 것이 있어요."-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