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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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방에는 누구나 할 것없이 들어있는 개인의 소지품 중에는 핸드폰, 카메라 혹은 게임기등 다양한 각종 기기가 들어차있다. 버스나 지하철, 거리를 돌아다닐때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기기를 달고 산다. 하물며 기계와 친하지 않는 나에게도 족쇠같은 핸드폰과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 있는 디카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 되었다. 핸드폰이 나온지 꽤 오래 되었지만 나는 대학 입학식날 염원하던 핸드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카메라 또한 필름 카메라가 아닌 찍으면 바로 볼 수 있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여행가기 전에 샀을 만큼, 어릴때는 이 두기계는 나에게는 먼 그대이자 오매불망 갖고 싶은 존재였다.

순간의 찰나를 담고, 시간이 정제되는 한 장의 사진은 늘 오묘한 맛이 났다. 디카를 소유하기 이전나는 필름 카메라에 몇번을 디였다. 특히 의미가 컸던 졸업식 사진이 찍는 순간 마다 신기루를 손에 쥐듯 홀라당 날라가버리니 매번 실망과 악연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사진에 대해 찍는 기쁨 보다는 시니컬하게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이 되던 시절, 내가 염원하던 여행이라는 걸 하게 되었고 더불어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카메라를 장만 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함께 내가 쓸 디지털 카메라를 고르고 그것을 처음 찍었을 때의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했다. 일상의 사진들, 풍경, 서평을 쓰기 전 책의 사진을 찍을때도 난 나의 카메라와 함께 했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는 마음 내키는 데로 펴도 무방하다는 저자의 글 그대로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되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렇다. 우리는 인터넷이 발달되고 개인으로 사진기를 들 수 있는 시대는 왔지만 에티켓이 부족할 때가 많다. 서점에 가면 수 많은 정보가 담긴 사진집들이 즐비했고 찍는 기술은 무궁무진 했다.

저자도 이야기 한다. 수 많은 사진집 중에서는 그 누가 찍어도 다 멋진 사진이 나오는 배경이 담긴 책이 많다고. 사진을 이야기 하고 있으면서도 이 책은 사진이 한 장도 담겨져 있지 않다. 오로지 짧은 그림과 간단한 설명뿐! 간단하다고? 사진을 설명하는 책인데 사진이 없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여백을 두면서 기본기를 잊지 않는다. 사진찍는 태도, 우리가 놓쳤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카메라를 샀다고 두리둥실 마음에 들떠 사용설명서를 대충 훑어보고 어딘가에 던져 놓았던 것을 다시 읽어보게 한 것도 바로 이 책의 힘이었다. 어디서든, 기본기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곧 잘 그것을 잊어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좋은 사진집을 많이 보고, 많이 찍어 보는 것!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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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아름다운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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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타협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사랑, 죽음, 시간은 '타협'이라는 것과 가장 먼 존재다. 자연의 이치와도 같은 죽음과 시간은 타협이라는 것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  그거, 변하고도 바꿔질 수 있는게 사랑이 아니야? 하는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오래전 유행했던 한 광고 카피처럼 '사랑은 변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도 3가지는 그 어떤 것에 있어서도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A와 B사이에서 나의 조건과 조건을 맞대어 일어난 사랑이 아닌 가슴이 터질 것처럼 심장 박동이 두근두근 거리는 사랑 누구나 한번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평생을 함께하고 또 함께하고 싶은 이를 찾듯이 나또한 그렇다.

-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야기

<시간 여행자의 사랑>으로 만났던 리처드 매드슨을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다시 만났다. 몽글몽글한 띠지속의 한 글귀가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다." 한 줄의 글귀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책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파박하고 다가오는 글귀에 마음을 빼앗겨 서둘러 책을 넘겼다.

여기 순애보적인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크리스. TV작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며 네 명의 아이들의 아버지인 그는 어느날 갑자기 차사고를 당한다. 순식간에 일어난일, 그는 행복한 가정과 만족감을 갖고 있는 일을 두고서 세상을 떠나버린다. '선택'이 아닌 '운명'적으로 죽음의 세계에 발을 들여버렸다. 크리스는 자신의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 혼란 스럽다. 아니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사랑하는 아이들도 걱정이었지만 가장 큰 걱정은 그의 아내 '앤'이었다. 내 사람을 두고 갈 수 없는 마음에 그녀의 곁에, 아이들 곁에 맴돌지만 크리스와 앤은 무언의 장벽때문에 서로 닿을 수 었다. 할 수 없이 그는 자신이 속했던 세계와 이별하고 천상 위로 올라간다.

죽음을 겪지 않는 사람은 절대 갈 수 없는 곳. 하늘의 세계는 이전 크리스가 살았던 지상세계와는 틀린 곳이 었다. 천국. 태초의 하와와 이브가 살았던 공간인 그곳은 인간세상과 비슷하면서도 사후세계의 공간은 느끼면 느끼는대로 생각하면 생가하는 대로 보여지는 곳, 천국이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두고도 그는 연방 그의 아내 '앤'만을 생각한다. 그녀의 목숨이 다하는 날 천상에서 만날 수 있음을 기대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날 청천벽력하는 소식이 전해진다.

크리스가 앤의 소식을 듣는 그 직후가 바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 이전까지는 고른 숨을 쉬며 그리움에 및그림을 그렸다면 진한 그리움이 파고들듯, 크리스와 앤의 만남에 있어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계획했던 상황과는 다르게 뒤틀려지는 이야기. 내리막길을 내려가듯 쉴새없이 빠져드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표면에 드러난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야기이지만 사후세계에 보여지는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천국에 도달하기까지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었다. 크리스를 통해 두 세계를 경험하면서 '죽음'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 자연현상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가깝고도 먼 그 일을 무서움과 두려운 존재로 느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는 있듯 확실한 경계 보다는 삶속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오롯히 한 사람을 위했던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진한 감동과 더불어 경계선상을 벗어나 사후세계에서도 그 이전과 변함없는 마음을 두 세계에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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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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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비단보>를 마주한 순간부터 가슴이 콩닥거린다. 두근두근, 심장박동이 이는 그 느낌이 아니었다. 기다란 초에 작은 불꽃이 바람에 휘날려 꺼질듯, 꺼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 온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정된 느낌 보다는 무언가 속사포처럼 퍽! 하고 터질듯한 느낌은 이 책을 읽는 그 순간까지 계속 되었다. 책을 놓고 밥을 먹을 때에도 다음 내용의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다이나미이트처럼 파박하고 터질듯한 그 열기를 이 책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며 읽어나갔다.

항아를 중심으로 초롱, 가연 이 세 소녀가 여인이 되고 각자의 운명의 갈림길에 설때까지도 운명이라는 실타래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조여나간다. 조선시대라는 이름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어떤 남정네보다 출중한 '재능'을 가졌던 세 소녀들은 틀 속에 갖혀 여인이라는 이름아래 나비처럼 힘찬 날개짓조차 펴지 못했다. 항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뜻 심사임당의 모습이, 초롱의 모습에는 황진이가, 가연의 이야기에서는 허날설헌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아가 강하고 예술적인 끼가 다분했던 그들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여인에서 한 지아비의 아녀자로, 한 아이의 어머니로 태어나는 과정이 숨막히게 그려진다.

자신이 갖고 태어난 '끼'라는 녀석때문에 자신이 타고 들어간 운명의 소용돌이가 더 거세게 다가오는 그 모습은 여류 예술가들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자존감, 고독, 불타오르는 혼을 그 누구의 구애없이 승화할 수 없는 시대를 탓해야 할까?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나이가 차면 '시집'이라는 이름아래 얼굴도 모르는 한 남자의 아녀자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유독 아프게 다가온다.

항아와 준서. 그리움을 넘어 사랑이라는 말 조차도 꺼낼 수 없는 그 시대, 꼬여버린 실타래는 결국 사랑의 꽃망울을 맺지 못한채 평생의 한으로 남았을 것이다. 준서, 초롱의 오라비인 그는 서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사를 할 수 없었고 사모하는 이를 두고도 큰 소리 조차 내지 못한채 돌아섰던 한 남자역시 시대의 굴레에 갖혀 있었다.

조선시대 때 고된 여인의 삶을 그린 이 책은 자아가 강했던 예술가로서 삶을 지향했던 여인들의 짧은 생애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비가 되었다면 훨훨 날아갈텐데. 그리움마저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림으로 승화했던 항아의 모습이 마지막까지 아른거렸다. 책을 다 읽고서 항아와 준서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두 사람이 함께 했다면 정말 두 사람은 긴 여생을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컷고, 세상은 결코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그리움이 짙어 한순간도 놓을 수 없었던 마음의 한조각마저 짊어지고 살았던 항아와, 준서, 가연 그리고 초롱의 모습까지 살아가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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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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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빌딩 아래,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총을 조준하고 있다.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겨눈 총 부리에는 희미하게 연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투둑- 한 발의 총성으로 흰 셔츠에는 붉은 핏 자국이 베어 나왔다. 여기까지가 <탈주자> 표지를 보고 생각해낸 한 장면이다. 깔끔한 하얀 표지 아래 정중앙으로 총의 뒷 모습, 탄알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연기, 투둑투둑 뭍어있는 핏자국, 총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 책을 읽기전에도, 읽고 나서도 <탈주자>의 표지는 내용의 함축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읽고나서 표지가 보여주는 깔끔함과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희미한 연기가 <탈주자>를 읽고 난 느낌과 동일하다.

잭 리처, 그를 생각하면 예전에 아버지가 보셨던 영화 <람보>가 생각났다. 어릴때 아버지 옆에서 보던 그 영화는 주인공 역할을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는 배우가 했는데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 ,강인한 군인의 이미지, 고독을 즐기는 그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화려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영문도 모른채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여정속에서 잭과 홀리는 트럭에 갖히게 되고 그들을 납치한 범인과의 여정은 쉼 없이 이어진다. 잭 리처와 홀리 뿐만 아니라 주인공 모두가 똑딱이는 시계바늘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도 바람같았다.

쿨하고, 빠르고, 힘차다!라는 책 뒷표지의 글처럼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디하게 넘어가는 책은 언제 다 읽지? 하는 물음을 하기 전에 책을 펴자마자 손에서 떨어질 수 없는 무언의 접착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책을 읽기전 한창 독서에 빠지신 엄마께서 먼저 이 책을 읽으셨는데, 어찌나 빨리 읽으셨는지 금새 이 책이 나의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눈이 침침하셔서 책을 장시간 읽지 못하시는 엄마께서도 이 책의 파워풀하고 힘찬 이 지적인 소설에 빠지시다보니 속도가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반짝! 빛난다. 스타일리시하다! 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지적인 미스테리한 이 소설은 그 어떤 책 보다 깔끔한 맛을 냈다.

2%의 아쉬움을 남기거나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 아니다. 그런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예요 라고 말하고 싶다. 너의 행복을 빌어줄께라고 말하며 가볍게 손을 흔드는 남자, 그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잭 리처이니까. 지금까지 많은 소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쿠울~한 주인공을 만나보지 못했다. 또한 강인한 주인공 조차도. 할리우드 영화를 리 차일드의 책과 비교하는 이유는 영화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것이지만 그의 책은 책으로도 눈 앞에 훤히 보일만큼 보여지는 날렵한 액션이다. 글을 읽음으로서 절로 투영되어 지는 잭의 활약상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잭이 끌려가는 험악한 상황마저도.

똑딱이는 단추처럼 속 시원히 끝을 맺고 다시 여정길에 오른 잭을 보니 오히려 그 깔끔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를 더 들려 달란 말이야 "라고 떼를 쓰고 싶을 만큼. 그러면 잭은 이럴테지.' 그 다음 이야기는 없어' '바이바이' 손을 흔들것이다. 그가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다니 다음 작품으로 그의 여정을 따라가야겠다. " 잭 리처여....다음 작품에서 볼때까지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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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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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개하던 벚꽃이 어느새 바람에 휘날려 눈꽃으로 날린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생명의 빛이 꺼지며 사그러 들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짧디 짧은 순간을 위해 고된 추위와 더위를 이기고 생명의 꽃을 피운 식물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시라 이라의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읽기 전부터 나는 대략의 이야기를 예상했었다. 제목과 띠지의 문구는 그야말로 이 책을 보고나면 절로 눈물이 흐를거라고 예고편을 던져주는거나 마찬가지였기에.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떠올리면 절로 '신파' 이 두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문학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 손님처럼 연인의 사랑, 연인의 병 때문에 갈라설 수 밖에 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그린 이야기. 그래도 나는 이런 작품들이 좋았다. 병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이 끝까지 행복 할 수 없어도 짧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그 마음이 나는 좋았다.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읽고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조금씩 나더니 어느새 속 눈썹이 촉촉해 질만큼 눈물이 났다. 미오카를 읽고서 단박에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타이치군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렸다.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했던 <청춘>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사랑했던 연인을 잃고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를 돌아보며 잠시 눈 내리는 하늘위를 쳐다보며 연인에게 무언가를 읊조리며 끝났던 엔딩컷이 머리속에서 영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언제 발병이 될지 모르는 미오카는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놓칠 수 없었고 강렬하게 표현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자유분방한 철없는 여자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남의시선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그녀는 세상을 그렇게 살고 싶어했을 것이다. 병을 감추고, 병 때문에 제약을 가하면서. 똑딱똑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나마이트를 머리속에 담고서 그렇게. 반면 타이치는 소심한 남자였다. 범생같은 그는, 남의 시선과 자신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소심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점점 두 사람의 간격이 점차 좁혀진다. 타이치는 그녀보다 더 좋은 조건의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친구를 사귀지만 마음은 벌써 오롯히 미오카에게로 눈과 마음이 절로 가버렸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았던 타이치가 용기있게 결단을 내린 건 미오카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반응하는 화학적인 반응.

두 사람이 사랑하다가 한 사람이 사라지고 한 사람은 세상에 남았다. 누군가는 '선택'의 잘못을 추궁하거나 어떤이는 두 사람중에 누가 더 아깝다, 안됐다는 말을 할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부등식이 존재할까. 13개월간 두 사람이 사랑했고, 사랑했던 증거를 담고 있는 타이치는 가슴 가득 세상에 미오카가 살아있음을 증명 할 수 있는 그녀의 남자였다. 미오카가 타이치를 만나 성장하듯이 타이치 또한 미오카를 만나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되었다.

너와 함께 보낸 13개월 동안 네 생의 스피드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마워, 미오카. 네가 생명을 불을 태우며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언제나 지금을 살라는 것, 그것 뿐이었다. - p.156

"타이치군. 내 증인이 되어줘."

(생략)

"내가 살아 있었다는 걸 증언하는 거야. 미네기시 미오카는 여기 살아 있었다. 타이치 군을 사랑했다." - p.208

(생략)

"내 생명의 불이 다 타는 마지막까지 타이치 군은 카메라맨이 되는 거야." - p.209

"알았어. 네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내가 증인이 될게. 언젠가 마지막 때가 오면 그 불을 꺼줄게. 미오카, 나도 너와 함께 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 p.210

내 삶의 증거, 내 삶의 증거가 너이기를......어릴때는 곧잘 어른이 되면 쉽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사랑'이 '영원'을 담은 긴 시간을 포함한 '마음'을 담는 그 그릇이 다른이와 함께 포개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랑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고 그 것을 마음 깊이 '사랑'이 '그리움'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경이로운 것인지를. 미오카와 타이치가 이 세상에서 사랑을 했고, 그들이 존재했음을 타이치의 눈과 마음, 그리고 그의 심장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이치의 글을 읽음으로써 함께 공범자가 되었다. 그와 그녀의 사랑을 증명해주는 글을 읽는 독자까지도.

아릿하고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꽃잎이 만개하다가 사르르 지는 것처럼 사랑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봄날의 수채화였다. 페이지를 다시 펴면 두 사람이 존재하듯 먼 훗날 그들이 다시 재회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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