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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設, 첫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김훈의 글은 날선 검과 같아서 내 무딘 신경을 자르고도 남음이 있다.
산문의 진수가 과연 어떤 것인지 김훈은 읽은 이로하여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한다.
거시적 담론은 거기에 맞게 묵직한 소리를 내고, 일상의 소소한 것에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운동하는 물체조차 존재의 의미를 갖고 날아간다.
그가 보는 사물은 그냥 거기에 있는 사물이 아니라 김훈에 의해 재창조된 의미있는 사물이 되고,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매개체가 된다.
결코 빨리 읽을 수가 없다.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그가 하는 말이 너무도 심오하여 행간에서 멈추고 그 의미를 반추하게끔 한다.
고종석님의 <코드훔치기>와 같이 읽었더랬다. 고종석님과 같은 글을 좋아하고 그와 같은 글을 언제나 동경해왔는데, 김훈의 글은 단번에 이런 내 생각에 파문을 던져주기 충분했다.
매 문장하나하나 멈춰서 음미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글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