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섹스 마네킹 - Love Objec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어느 모임의 지인이 (내가) 멜리사 세이지밀러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럼, <섹스마네킹>을 봤냐고 물어서, 못봤다고 했다. 그러자 그분은 꼭 한 번 봐보라고 강력 추천해 줬다.
근데, 제목이 좀 난감해서 XXX등급 아니냐고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매우 잘 만든 스릴러물이란 사실도 덤으로 알려줬다.
영화를 본 결과, 이 영화의 제목을 붙인 넘은 싸대기를 수십 번 맞고도 남아야 한다는 거...원제는 Love Object. 원제와 영화 전체 내용을 상징하는 걸로 <섹스마네킹>이라니..이건 상업적 속물근성을 넘어 작품 자체를 아예 왜곡시키는 개념을 망각한 타이틀이다!
2
『‘마네킹 페티시즘’에 사로잡혀 리얼 돌을 사람으로 여기고 사람을 인형으로 취급하는 지경에 이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제작진이 만든 최신 에로틱 스릴러』
2005년 7월 15일 개봉한 <섹스 마네킹>의 광고 문구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 하나의 주제인 남자의 왜곡된 성(性)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 케네스는 유능한 샐러리맨이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의 생활은 너무나 건조하고 단조롭다. 일과 집을 오가는 것이 생활의 전부다. 연애에 있어서는 완전 쑥맥이다.
어느 날 사장은 그의 능력에 걸맞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긴다. 사장은 케네스가 힘들어하지 않게 업무보조자까지 붙여준다. 이게 문제였다. 케네스는 자신의 업무보조자로 채용된 리사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케네스'는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리사'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는 솟구치는 자신의 욕망을 다른 곳에서 풀려고 한다. 급기야 그는 맞춤형 섹스마네킹인 니키를 주문하면서 리사에 대한 성(性)적 판타지를 해소하기 시작한다.
케네스는 컴퓨터로 니키의 선택옵션을 업데이트하면서 리사의 성적 환타지를 충족시키는 요소들로만 채워나간다.
케네스는 낮에 리사를 보고 그려지는 거의 모든 환타지를 집에 와서 니키에게 투사한다. 케네스는 니키를 식사할 때도 식탁에 앉혀 놓고 식사하고 TV를 볼때도 옆에 앉혀놓는다. 침대에서도 섹스 후 같이 잔다. 진짜 살아 있는 애인을 대하듯이 한다.
그런데 케네스가 갑자기 리사와 가까워 지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케네스의 니키에 대한 애정이 리사로 전이되면서, 그는 니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리사를 더 사랑할수록 니키는 버려진다. 버려진 니키는 인간처럼 케네스를 공격한다.
케네스는 자신이 섹스마네킹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리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고, 니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그는 편집증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케네스의 정신분열증으로인한 일상의 섬뜩함을 강조한다.
영화는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한다가 마지막에 대반전으로 보는 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진짜 감탄할 만한 반전의 묘미라 할만했다.
3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한 것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힘이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B급 포르노 영화가 절대 아니다. 감독인 로버트 파라기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잘못된 사랑의 소유욕이 낳을 수 있는 극단점을 모두 보여주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적 욕망에 대해서 말하면서, 정상과 사이코의 차이는 무엇이고 사랑과 성적 욕망의 차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영화는 이 물음에 대한 감독 나름의 해답이라 할만했다.
연출력도 신인감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주인공의 편집증적인 상황을 소품과 시선을 사용해 생활 속의 공포감을 조장하는 면이나, 경쾌한 음악과 절제된 침묵 속에서 주인공이 엽기적인 행적을 보여주는 것은 감독의 역량을 가늠하게끔 했다. 특히 끝의 기막힌 반전처리는 압권이었다.
케네스라는 다소 이중적인 캐릭터를 신들린 듯 표현한 데스몬드 해링턴의 연기는 이 영화를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가 되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그가 없었다면 웃기는 3류 영화로 전락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와 호흡을 맞춘 멜리사 세이지 밀러의 무난하면서도 섹쉬한 매력 또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하나의 요소이다.
4
한가지 놀라운 점은 한달전인가, 미국에서 소개된 섹스마네킹 뉴스이다.(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소개되었다!) 마네킹 이름은 까먹었지만 여자 섹스마네킹을 본 순간 너무도 소름이 끼쳤다. 바로 <섹스마네킹>에 나온 니키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에..
처음 제목 때문에 혹 주저하는 분이 있다면, 주저 말고 함 보시라 권해드린다~ 이만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쓰릴러물은 별로 없다~
PS
안타깝게도 멜리사 세이지밀러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다~ 이 영화가 그나마 멜리사 미모의 마지노선이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