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분들하고 일을 해서 그런지...책을 내는 것에 대해서 많이 듣는 편입니다. 나이도 다들 40대...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학계에 발을 다시 들여 놓느냐...아니면 제대로 된 책 한권 내 보자..라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학계에 환멸을 느끼는 분일수록 제대로 된 책 한권 출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거 같습니다. 도올 선생이나 강준만 교수처럼 일주일만에도 책을 뚝딱 만들어서 내놓는 신기에 가까운 분들도 계신데...저와 같이 일하는 학계에서 내쳐진 분들은 꾸준히 연구하여 환갑이나 십년 후에 제대로 된 책을 내겠답니다. 그 분들 왈~ 요새 나오는 실용서들은 쓰레기라는 군요~ 뭐,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하지만..그게 무슨 책인지...소설도 제대로 된 게 없답니다..음...저도 약간의 동조를...

 너도 나도 책을 내는 시대가 됐습니다.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걸루다가도 책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연봉 10억 강사라는 분이 책을 내고..중견 연기자가 자기 책을 이렇게 만들라고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책을 내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걸...근래야 알았다는 건...좀 충격이었다고 할까요...저는 책을 내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독서로 책을 내고 돈을 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약간의 욕심이 나긴 합니다. 최근에 만나는 분들은 모두 자기 책을 내기를 희망하고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어떤 책을 낼 건지는 자신의 취향이겠지만 저는 적어도 무게 있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뭐, 능력이 안되면 어쩔 수 없겠죠.

  일리아스 카네티는 그의 주저 <군중과 권력>을 무려 40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끝에 완성했습니다. 그 책을 보면 이 작가가 무엇을 전공했는지 참으로 의아합니다. 그만틈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깊습니다. 인류학과 사회과학에서 이 책이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합니다.

 20세기 그리고 현재에도 여전히 최고의 보편적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는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을 통하여 인간의 모든 문제와 사회의 모든 현상을 근원적으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인간의 모든 문제'와 '사회의 모든 현상'을 근원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 얼마나 연구했나 하는 점입니다.

 카네티의 자전적 에세이라 할 수 있는 <말의 양심>에서 <군중과 권력>의 집필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 자기가 얼마나 많은 난제와 씨름했고 얼마나 많은 중요 희귀본과 씨름했는지...그 과정을 무려 40년간 지속해서 탄생한 1권의 책이 <군중과 권력>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요즘 출간되는 트렌드에 영합하는 가벼운 책들...그들이 책을 내면서 얼마나 준비했고 진지했느냐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니 카네티와 같은 철저한 준비정신이 더욱 필요해지는 거 같습니다.  허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투철한 정신..

 뭐, 책을 내는데는 자기 취향과 의도가 많이 좌우하겠죠. 빨리 트렌드에 영합한 책을 출간하느냐, 아니면 진지한 책을 평생에 걸쳐 내느냐 하는 거....

 개인적으로 전자보다는 후자쪽입니다. 한마디로, 카네티와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거. 근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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