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즈 - Memor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1편 <매력적인 장미>

 

 때는 2092년 10월 12일 우주에서 수색중이던 코로나 우주선은 노랫 소리의 S.O.S구조 신호를 보내는 우주선을 한 척 포착한다. 헤인즈와 미구엘은 R2-3005지역 일명 우주의 묘지안에서 발하는 조난 신호를 받고 구조지원을 나간다. 조난 신호를 발하는 우주선에 도착한 두 사람은 우주선이 매우 낡았음에 놀란다. 코로나호로부터 3시간 이내에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그들은 우주선 내부를 순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거기서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그곳에는 환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오페라 극장같이 잘 지어진 바로크식 무대장치와 공연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앙에는 어느 마담의 아름다운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에바 프리델. 2030년대의 사람. 이탈리안 댄스페스티발의 최고 솔로가수. 비엔나 뮤직상 수상. 도쿄 국제 초페라 페스티발 대상에 빛나는 잘나가던 오페라 가수였다. 그리고 이 우주선은 그녀의 추억을 위한 것이었다. 우주선의 모든 장식과 장치들이 그녀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헤인즈와 미구엘이 각각 흩어져 수색하게 되자 점점 더 많은 환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장르: SF미스테리
감독: 모리모토 코지

 

 사진이란 무엇인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 현재의 시간을 잡아놓기 위해 애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곧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는 행위이다. 현재의 시간이 영화로울수록 그 강도는 더해진다.

 <메모리즈>의 첫 에피소드인 이 <매력적인 장미>는 그런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하는 작품이다. 기억속의 여자 에바 프리델은 자신의 영화로움을 영원히 보존하고자 그녀의 영광스런 추억으로만 가득찬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를 떠다닌다.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녀의 망령은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우주를 떠도는 추억의 우주선.

 주인공인 헤인즈와 미구엘은 우연히 에바의 망령이 깃든 우주선을 발견하고 우주선을 탐색하기 위해 들어간다. 헌데, 얼마지나지 않아 에바의 추억과 자신의 과거가 뒤엉키면서 현실이 환상이 되고 환상이 현실이 된다. 그곳에서의 모든 환상은 그녀의 추억이자 그들 자신의 추억이었다.

 이 작품은 과거를 추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불행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추억속에 사람들을 매몰시키면서 그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추억은 도피수단이 될 수 없다”는 헤인즈의 말이 그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을 것이다. 그렇다. 추억은 과거일 따름이다.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거에 매몰될 수 없으며, 추억에의 집착이 무의미함을 화려한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제2편 <악취탄>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다나까 노부오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동네 의원에서 주사를 맞았지만 영 차도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계속 기침을 하고 코를 풀자 동료 직원이 새로 개발한 해열제를 먹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에 노부오는 과장방에서 파란병에든 빨간 캡슐의 신약을 먹는다.  노부오가 신약을 먹은 후 얼마지나자 회사내에 이상한 냄새가 퍼진다. 아픈 탓에 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깨어난 노부오는 자신이 너무 많이 잤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것이다. 아침의 사무실은 너무도 조용했다. 카운터의 아가씨가 잠을 자고 있어 노부오가 깨우니 죽어 있었다. 그리고 모든 사무실의 사람들이 죽어 있는 것이었다. 제약회사에 남은 사람은 자신 혼자임을 알고 당황한다. 과장 방에 찾아간 노부오는 경보등을 켠다. 그러자 모든 문이 폐쇄되고 제약회사 본사에 연결된 대형스크린이 켜진다. 회사내의 무인카메라로 상황을 본 회사의 지도부는 당황해하며, 노부오에게 빨간 캡슐이 들어있는 파란 약병과 서류를 들고 도쿄 본부에 있는 신약 개발부장 교이치를 찾아오라는 지령을 받는다. 드디어 노부오는 자전거를 타고 도쿄로 간다. 하지만 노부오가 밖에서 본 것은 날아가던 새가 떨어져 죽으며, 한 겨울의 들판에 벚꽃과 해바라기가 만발한 기이한 풍경이었다. 도로의 모든 차들은 사고로 파괴 되었고, 사람은 죽어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노부오는 도쿄로 발을 재촉한다.


장르: 블랙 코미디
감독: 오카무라 덴사이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이 작품은 여러모로 <노인 Z>와 닮았다. <노인 Z>에서 오토모 가츠히로는 일본의 복지문제를 블랙 코미디적 형식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생체병기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이 작품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코메디로 냉소적으로 비판한 감독의 역량이 잘 발휘된 작품이라 하겠다. 

 주인공 노부오가 먹은 약은 국가 기밀의 화학약품 이었다. 노부오가 먹은 약이 그의 몸속의 물질과 혼합되어 냄새가 만들어지고 그 냄새의 양은 그의 활동량, 감정의 변화, 신진대사 활동에 비례하며 땀을 흘려도 냄새로 변한다. 이 사실 때문에 기상이변이 생기고 사람이 죽어간다. 이것을 감상하는 중간에 간파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마지막의 기상천외한 반전을 예상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특히 노부오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육,해,공군이 모두 동원되어 폭격을 퍼붓는 장면과 마지막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노부오였다는 기상 천외한 발상은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블랙코미디적 연출력의 절정이었다. 황당하고 웃긴 장면이었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게 만드는 장면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와 반전의 여운은 웃음과 함께 덴사이 감독이 무엇을 비판하는지 엿볼 수 있는 걸작이다.


제3편 <대포의 거리>  

 

어떤 꼬마가 잠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가족의 하루가 시작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가족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는 일을 보여준다. 꼬마는 학교로 가서 군수에 관련된 것을 배운다. 목표물을 정확히 맞출수 있기 위해 삼각함수를 배우고, 정확성을 위해 광행차를 만들어 외부인자를 계산한다. 가격의 궤도에 영향을 주는 풍속과 풍향과 같은 기후요소는 화학시간에 배운다. 꼬마의 아버지는 포탄을 싣는 일에 종사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속에서 기계적인 명령에 부속품처럼 움직이는 일이다. 꼬마의 어머니는 포탄을 제작하는 어느 공장에서 일을 한다. TV, 라디오 등 일상의 모든 일들이 대포를 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집들의 위에는 대포가 설치되어 있다. 온통 요새화된 도시 전체가 무기고다. 시간이 되면 모든 집들 위의 대포들은 일제히 어떤 방향을 조준한다. 그리고 중앙의 대포를 쏘기 위해 일제히 사람들이 동원된다. 하루 두 번 포를 발사하기 위해 사람들은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탄약을 내리고 포의 각도를 맞추고 장전한다. 발사명렬은 한 사람의 장군과 같이 생긴 사람에 의해 행해진다. 방독면을 쓴 채 탄 발사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어보인다. 그리고 아무 목적 없이 발사장면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또 한발의 포 발사를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장르: SF
감독: 오토모 가츠히로
원작: 오토모 가츠히로

 

22분 18초 동안 한 컷으로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어떤 새로운 공간에서 한 꼬마의 하루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전에 오토모 가츠히로가 보여주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실험성과 상징성, 비판정신이 함축된 작품이다.

 감독은 모든 일이 대포를 쏘는 일에 집중되어 있는 한 도시를 보여준다. 하나의 병영국가와 같은 이 도시는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를 연상시킨다. 포를 쏘아 보이지 않는 적을 섬멸하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행복은 희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끊임없는 지시 사항들, 통제된 사회, 자유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개인들은 포를 쏘는 일정한 절차로서 맡은바 직무는 잘 수행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의욕이 없고 생기가 없다. 한마디로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대포를 쏘는지, 적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단 하나의 목적이란 시키는 데로 포를 쏘는 일 뿐이다.

 한 편의 추상화를 감상하는 듯한 이 작품에서 오토모 가츠히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마도,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부속품으로 매몰되어 가는 인간 소외를 비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좀 더 들여다 보면, (보이지 않는 적을 위해 대포로 무장한) 도시의 이데올로기적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지양해야 할 사회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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