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까치글방 84
마틴가드너 / 까치 / 1993년 12월
평점 :
품절



자연 과학을 다룬 책을 읽는 즐거움은 매우 크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새로운 문명과 문명의 전환>이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으면 난해한 과학적 지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한다. 거기다가 재미있기 까지 하다. 막 궁금증을 유발해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이런 반열에 오를만한 책이 여기 한권 더 있다. 마틴 가드너가 쓴 <양손잡이 자연세계>(까치, 1992)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 충격은 인문과학이나 문학작품을 읽을 때 받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훌륭한 자연과학 서적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세게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섹ㅖ의 이치를 생각하고 그 속의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 위치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훈련시켜 준다.

오른쪽과 왼쪽, 대칭과 비대칭이라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사실을 가지고 마틴 가드너는 소립자에서 우주의 대규모 구조까지, 과학에서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삼라만상의 구석구석을 관통하며 들추어내고 있다. 가드너의 글은 '들추어 낸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는 모든 과학자들이 이론을 거론하고 동서고금의 문헌들을 뒤져서 인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예를 찾아내는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따라서 현대물리학의 가장 어려운 개념과 이론들도 풍부한 비유와 적절한 해설로 명쾌하게 우리들의 머리에 넣어준다.

더군다나 가드너는 서술 과정에서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밝힌다. 그의 자신감은 좌와 우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연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비밀을 들추는 과정에서뿐 아니라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판단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옮겨주어 우주와 자연, 그리고 세계 전반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가지라고 부추긴다.

그가 그렇게 부추기는 이유를 확인하니 더욱 놀랍다. 가드너는 이 책에서 좌우 대칭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듯한 자연이 물리학에 가서는 대칭이 붕괴 되는 것을 제시한다. 일명 패리티 붕괴.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완벽한 양손의 대칭구조를 보여준다는 고정불변의 자연관도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이 기막힌 책을 탄생시킨 마틴 가드너는 어려운 과학이론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풀어쓰는 과학 전문 저술가이다. 그의 이 책과 더불어 <상대성 폭발>은 과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쓴 명저로 손꼽힌다. 그를 오늘날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로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그의 과학책들을 읽으며 장차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들은 두 세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현 세대의 지적 문화에 대한 마틴 가드너의 공헌은 그 영역의 넓이와 이해의 깊이, 통찰력에서 가히 독보적이다"라고 노엄 촘스키는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틴 가드너의 또 다른 이력은 <워싱턴포스트>의 표현대로 그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저명한 사이비과학의 폭로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1976년 결성된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며 줄곧 우리 시대의 모든 과학적 사기에 맞서 싸워왔다. 마틴 가드너는 88세의 고령임에도 여전히 마술 트릭배우기를 즐기고, 아직도 전동타자기를 고집하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엘리트2000 제공] 


이 책은 대칭 - 비대칭이라는 주제만 가지고 문학, 음악, 수학, 마술, 식물, 동물, DNA, 반물질, 시간, 공간은 물론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펜로즈 등이 출몰하는 '거울의 세계'에서 '우주의 기원'까지의 좌와 우의 자연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모험하는 지적 여행이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깨달음을 얻는 지적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그 황홀경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 책을 읽는 자만의 특권이다~


[책에 대한잡담]

이 걸작은 까치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까치출판사가 대단한 것은 진짜 주옥같은 명저들. 각 분야의 숨어있는 외국의 명저들을 잘도 발굴해서 팔리든 안팔리든 꾸준히 기획해 책으로 낸다는 사실이다.

까치출판사에서 나온 기가막힌 절판된 책들을 거들떠 보자. 허버트 리드의 <현대회화의 역사>와 그레고리 베니트슨의 <정신과 자연>, 막스피카르트의 <침묵에 대하여>, 에리히 프롬의 <존재의 기술>, 에드아르두 푹스의 <풍속의 역사>, 파울 프리샤우어의 <세계풍속사>, S.F 메이슨의 <과학의 역사>, 로버트 비 라이시의 <국가의 일>, 알브레이트의 <유럽외교사> 등 혀를 내두를 만한 책들이 즐비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유신 독재시절에 국민들의 지식 수준을 업시킬려고 만든 출판사라고 한다. 헌데 기획력만큼은 끝내준다. 정말 주옥같은 명저들만 번역해준다. 정말 읽을 맛이 나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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