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단체전 <화이위조>가 끝났다. 올해 첫 전시. 작년에 신진작가 개인전을 통해 선발된 선정작가들과 기존 중진 작가들을 모아 갤러리에서 기획전의 형식으로 분기마다 한 번씩 하기로 했다고. 그 첫 스타트다.

단체전 참가 작가 13인 중 교수급 3명, 중진 작가 2명이다. 중진 작가 2명 중 한 분은 한국미협 이사. 어쨌든 모두 10년 이상 아트페어와 다수의 개인전 및 부스전 이력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과 같이 단체전을 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갤러리 관장님이 소속 작가들의 유대감을 높이고자 기획한 전시라 의미 있는 전시였다.
요즘 입학 시즌이다. 요새 미대 입학하는 분들 중 일부는 40대 이상이신 분들이 있단다. 같이 선발된 작가분 중 한 분이 40대 중반의 나이에 추계예술대 미대를 졸업하고 올해 홍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단체전 전시 오프닝 때 같이 전시한 중대 교수분이 요즘 늦게 미대에 입학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지난 11월, 고3 학생이 미대 진학 예정이었나보다. 커뮤니티에 미대에서 대학레벨이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 질문을 올렸다. 그러자 대다수가 대학 레벨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작가로 성공한 분들이 꽤 많다. 장욱진 화백도 살아생전에 미술은 가르쳐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였던 분이 말이다.
미대 나와서 작가 생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반해, 어제 소개 받은 한 분은 인사동에서 30년 이상 액자집을 운영하다가 3년 전부터 작가로 데뷔해서 한 점에 수백만 원 하는 그림이 전시회에서 10점 이상씩 꾸준히 팔린다고 했다. 물론 미대 출신이 아니다. 미대 가서 배우는 건 우리나라에서 기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은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주기 않기 때문.
디자인과 미술에서 학벌보다 중요한 게 실력이다. 실력은 실기 능력에서 오는 게 아니다. 실기 능력은 일종의 기능이자 테크닉이다.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이건 우리나라 미술대학 커리큘럼에 완전히 빠져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대는 그냥 이름 어느 정도 알려진 대학 아무대나 들어가 인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게 작가로서 성공하는 가장 빠른 길일 듯하다. 실기는 C 학점 정도로 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역사, 문학, 철학, 미술사 등에 투여하는 거. 그럼 3학년 정도부턴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술이나 디자인에서 실기보다 더 중요한 게 철학과 기획력이기 때문.
맨날 미술학원에서 입시 미술만 하는 게 우리나라 미대 입시생의 현실. 학부 때는 교수가 그리라는 대로 그려 학점 따고(교수 말 안들으면 학점 안 줌), 졸업하면 작가적 철학이 부재한, 그림그리는 기능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떻게 작가 생활을 해 나갈까. 미술대학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실기보다 인풋이 중요한데, 이건 각자의 몫이 된다. 학교 커리에 없으니까.
인문학적 지식이 깊을수록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그게 디자인과 미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간과되고 있는 실정. 제일 중요한 걸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 현재 우리나라 미대 출신 중 잘 나가는 작가들은 모두 낙제생이었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한국 미술대학 교육의 부실함은 오래전부터 계속 회자되어 온 문제다.
나 역시 미술 비전공자다. 비전공자로 한계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생각에 있어 자유로움, 이게 창의적 작품활동에 큰 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나같은 비전공자는 전공의 역할이 작업에서 빛을 발한다. 이게 미술대학 출신들과 차별점이다. 어떻게 보면 미술과 관계없는 전공이 작가 생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보통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능이다. 이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그림 잘 그리는 능력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 활동을 해 보면 안다. 작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재능이 마케팅 능력이란 것을. 이 재능 하나로 작가로서의 성공 여부가 결판난다. 그래서 경영학과 출신 작가들이 큐레이터 보다 홍보를 잘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만 잘 그려서는 작가로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미술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한국 미술대학에서 대학 레벨은 아무 효용이 없다. 미술대학을 정말 가고 싶다면 아무 정규 미술대학 아무 곳이나 가서 문학, 철학, 역사 공부를 가열차게 하시라. 실기는 대충 따라가고 앞의 공부를 찾아 열심히 하면 작가로서 성공할 기회가 훨씬 많아질 거다. 작가로서 성공하고자 한다면!